중국과 미국의 패권전쟁에서 살길은 한국의 지정학적 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새해 경자년 특집 :

한반도 대전환과 위기, 한국의 길 (1)

 

높아진 한반도 긴장과 위기의 근본원인은 주한미군

트럼프, 한반도 위기 해소로 노벨상과 재선노릴 것

북은 경제건설, 트럼프는 재선위해 서로 필요로 해

남북관계 얼어붙은 것은 남측의 약속 불이행 때문

중국, 소강 넘어 대동 사회, 일대일로 중국 몽 매진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 속 한국의 길은 자주실리외교

 

▲서기 2018.04.27. 판문점에서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협력 및 민족번영과 조국통일의 과업성취를 위하여 상봉했다. 사진자료: BBC.com누리망 자료 갈무리

 

한반도 대전환과 위기

나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및 6월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대전환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해왔다. 네 가지 커다란 변화가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째, 1945년 해방과 함께 들어선 73년짜리 분단체제가 무너지고 통일의 길이 열리는 듯했다. 둘째, 1948년 북한 정부수립 때부터 지속된 70년짜리 북미 적대관계가 ‘새로운 관계’로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셋째, 1950년 전면전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이 68년 만에 완전히 끝날 것 같았다. 1953년 7월 맺어진 정전협정으로 어정쩡하게 유지돼온 65년짜리 휴전체제가 허물어지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맺어질 듯한 분위기였다.

넷째,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으로 불거진 25년짜리 북핵문제가 풀리는 듯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반도에 금세 평화가 정착되고 머지않아 통일이 이루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2019년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안팎에 불안과 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크게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북한과 미국 사이에 2월 하노이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10월 스톡홀름 실무회담도 결렬되면서 2017년 말폭탄을 주고받은 때처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둘째, 남한과 북한 사이엔, 북미관계 교착에 따라,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셋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전쟁을 비롯한 패권경쟁이 격렬해지면서 한국이 몹시 곤란한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넷째, 한국과 일본 사이엔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무역과 군사 문제로까지 갈등과 분쟁이 상존할 모양이다.

다섯째, 한국과 미국 사이에 주한미군 유지비 분담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1. 북미관계 교착

1950년 일어난 한국전쟁을 69년이 지나도록 끝내지 못하고, 1953년 들어선 정전협정을 66년이 흐르도록 평화협정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은 북미 적대관계 때문이다.

전쟁 주요당사국인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1979년, 남한과 중국은 1992년 국교를 정상화했다. 남한과 북한은 1991년부터 2018년까지 다양한 협정과 정상회담 등으로 적대관계를 종식했다. 북한과 미국만 수교하지 못하고 있다.

북미 사이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은 주한미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되면서 주한미군의 실질적 역할이 급속도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북한과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을 유지할 법적 근거나 정치적 명분이 약해지거나 사라진다.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을 유지해야 하고, 주한미군 유지를 위해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미루어야 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2018년 6월 제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고자 2019년 2월 제2차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그게 결렬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문제의 핵심은 ‘북핵문제’다. 북한 비핵화의 내용과 절차 그리고 미국의 상응조치에 관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2020년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 서로의 필요성 때문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협상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얻고 싶은 듯하다. 노벨평화상을 받고 대통령에 재선되는 것이다.

첫째, 트럼프는 2018년부터 노벨평화상을 받기 원했다. 얼마나 평화상을 원하면 체면 사납게 아베 일본총리에게까지 자신을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겠는가. 2019년까지는 실패했다.

1950년 일어나고 1953년 중단된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면 된다. 무려 70년짜리 전쟁을 끝내는 것은 노벨평화상감으로 충분하다. 2020년 10월 수상자로 발표되면 11월 대통령 재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트럼프는 2020년 11월 대통령 재선을 원한다. 언제든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경제다. 먹고사는 문제가 후보 선택의 제1 결정요인이란 말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집권 이후 2019년 12월 현재까지 미국 경제는 괜찮은 편이다.

그가 큰소리치는 대로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선거에서 더 유리해지려면 이른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경제업적에 안보성과를 덧붙여야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는 길이 더 넓어진다는 뜻이다.

안보성과를 가장 얻기 쉬운 곳이 한반도다. 앞에서 얘기했듯,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북핵문제를 풀면 되기 때문이다.

한편, 2019년 12월 현재 트럼프 탄핵 문제가 진행되고 있는데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선 탄핵안이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될 수 있었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2/3 이상 찬성으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정은 역시 트럼프와 협상을 통해 꼭 얻고자 하는 게 있다. 우선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기 원한다. 북한은 2016년부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연도 2020년까지 성과를 내야 한다. 게다가 2017년 9월 수소폭탄 시험 및 11월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시험에 성공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2018년 4월 ‘경제건설 총력집중’ 정책을 선언했다. 미국이든 남한이든 북한을 침공할 수 없도록 군사건설을 끝냈으니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 수 없고,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한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이나 협력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재가 풀리면 미국이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IMF)을 통해 북한에 싼 이자로 투자가 들어가고, 일본의 식민통치 보상이나 배상금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를 필요하면서도 쉽게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은 협상전략 때문이라 생각한다.

협상이란 주고받는 것이기에 자신은 될수록 적게 주고 상대로부터 가능한 많이 받기를 원한다. 트럼프는 회담을 취소하거나 뒤엎는 등 ‘미친놈’처럼 굴며 상대의 양보나 굴복을 받아내는 ‘미치광이 협상술 (madman theory)’을 구사한다.

김정은은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상대를 ‘벼랑끝’으로 몰고 가며 양보나 굴복을 받아내는 ‘벼랑끝 협상술 (brinkmanship)’을 펼친다. 서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상대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 둘 다 2020년까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머지않아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트럼프는 아무리 늦어도 11월 선거 이전에 성과를 얻어야 하지만, 김정은은 국가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정해진 임기가 없다. 트럼프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남한에는 ‘북핵문제’ 또는 ‘비핵화’에 관해 오해나 왜곡이 적지 않다. 남한-북한-미국 사이에 논의된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핵위협’과 ‘북한의 핵무기’가 함께 없어지는 상태다.

북한 핵무기의 완전 폐기를 원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준비해야 하고, 주한미군 유지를 원하면 북한 핵무기 보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2. 남북관계 후퇴

2018년 9월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은 매우 뜻 깊었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적대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실질적 종전’을 이루었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 3년간 치렀던 한국전쟁을 65년 동안 어정쩡하게 멈추거나 (정전, 停戰) 쉬고 있는 (휴전, 休戰) 비정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끝내자고 (종전, 終戰)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2019년 12월 현재 남북관계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첫째, 군사적 적대관계를 끝내기로 했지만, 남한은 국방비를 크게 늘리며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 수십 대를 도입한 반면, 북한은 2019년 거의 매달 한두 번 미사일이나 대포를 쏘아 올렸다.

둘째,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정상화하며 서해 경제공동특구와 동해 관광공동특구를 추진하는 등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키기로 했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셋째,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곧 열고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준비모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넷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남한을 향해 조롱과 비난만 보내고 있다.

남북관계의 정체나 후퇴는 남한 탓이 크다. 남한은 북한이 2019년 미사일을 비롯한 새로운 무기 시험발사를 10번 이상 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비난하지만, 먼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쪽은 남한이다.

남한은 1990년대부터 적어도 20년 이상 최소한 10배 이상 북한보다 군사비를 더 많이 써왔으면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더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첨단무기를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다. 해마다 미국과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여온 가운데 2019년까지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허락을 받지 못해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미국의 눈치만 볼 뿐이다. 미국의 동의나 허가를 받지 못해 북한과 약속한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적대시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군사비를 크게 늘리며 미국의 첨단 전투기를 많이 도입하는 것은 남한이 1970년대부터 추구해온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갖고 있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남한의 군비증강을 북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북한의 군사비는 기껏해야 남한의 1/10 수준이고 많아야 미국의 1/100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나 중국에서 첨단무기를 들여오지도 못한다. 러시아나 중국과 단 한 번도 합동군사훈련을 벌이지 않는다. 남한의 군비증강과 한미군사훈련에 맞서 할 수 있는 대응이 핵무기와 미사일 시험 ‘도발’ 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의 ‘승인’ 없이는 철도와 도로 연결은커녕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조차 하지 못하는 남한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조롱과 비난 그리고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맞물려 진전되는 구조다. 남한은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 사이에 끼어있기도 하다. 북미관계가 진전되면 남한은 뒤따라가면 되지만, 정체되면 앞장서 이끌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북한과 평화공존 및 통일을 추구하며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려면 미국으로부터 동맹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기 마련이고,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공조’를 중시하면 북한으로부터 외세에 의존하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앞세우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2008년 중단된 금강산관광과 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 재개는 절실하게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북한경제를 어렵게 만들기 전에 남한의 영세상업인들과 중소기업인들부터 피해가 몹시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보다 남한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남한의 중소기업인들이 개성 말고 이 세상 어디에서 평당 15만원 이하의 공장부지를 얻어 월급 15만원도 되지 않는 노동력을 구할 수 있겠는가. 개성공단은 북한에 ‘퍼주는’ 곳이라기보다 북한으로부터 ‘퍼오는’ 곳이다.

3. 미중경쟁 격화

중국은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실시하며,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또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 (WTO)에 가입했다. 1978-2018년 40년간 연평균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배경과 과정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G7’ 국가들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을 2000년대에 따라잡았다.

2010년 일본을 추월하자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주도한다는 뜻의 ‘G2’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국내총생산 (GDP)을 시장환율 (MER)이 아닌 구매력평가지수 (PPP)로 계산하면 2014년 미국까지 추월하고 세계 제1경제대국이 되었다.

이에 앞서 2009년엔 독일을 제치고 세계 제1수출대국이 되고, 2012년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무역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급속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 국방비를 크게 늘려왔다. 2000년대부터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연평균 12% 안팎의 증가율을 보이며, 2010년부터는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군사강국들보다 두 배 이상의 군비를 지출하고 있다.

미국에 맞서 해양전력을 본격적으로 증강시키며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개입을 무력화하는 작전을 세워놓았다.

‘접근반대 및 지역거부 (反介入/区域拒止)’ 전략으로, 중국과 가까운 바다에서는 미국함대의 접근을 막고, 조금 더 먼 바다에서는 미국함대의 작전을 방해하겠다는 내용이다.

중국공산당은 2017년 10월 두 가지 커다란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는 ‘소강 (小康) 사회’를 이루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모든 인민이 함께 부강해지는 ‘대동 (大同) 사회’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육로와 바닷길로 각각 세계를 연결한다는 야심찬 ‘일대일로 (一帶一路)’ 정책을 바탕으로 세계 제1국가가 되는 ‘중국의 꿈 (中國夢)’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에 대해 1990년대 초 냉전종식 직후부터 견제와 봉쇄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경쟁 국가인 일본을 활용했다. 1996년 일본과 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하고, 1997년 일본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재무장을 막고 있는 ‘평화헌법’을 수정해 ‘정상국가’가 되도록 촉구하면서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도록 지원했다.

2015년엔 일본과의 방위협력지침을 다시 개정하고, 2016년엔 일본 안보법제를 개정하도록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협정과 2016년 한일 군사정보교류협정 (GSOMIA)이 맺어지고, 고고도미사일방어망 (THAAD) 한국 배치가 발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NSS) 핵심 내용은 미국이 “일본과 호주 그리고 인도와 4각협력을 증진시켜” 중국을 봉쇄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2011년 오바마 행정부 때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국 견제와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 채택했던 ‘아시아 회귀 (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Asia rebalancing)’ 전략을 조금 수정한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하며 압박하는 데는 경제적 배경이 크다. 중국에게 1년 평균 3,5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은 최근 5년간 일본에겐 연평균 700억 달러, 한국에겐 200억 달러 정도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동맹국이라는 일본과 한국에도 압박을 가하며 자유무역협정 (FTA)을 다시 협상하자고 했던 터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두 강대국 사이의 마찰과 분쟁이 그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제3자는 한국이다. 한국이 기술을 바탕으로 반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마무리한 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의 제1 수출대상국이고, 미국은 제2 수출대상국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뿐만 아니라 기술, 외교,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한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군사동맹이요,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기 때문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기에,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과 중국과의 협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뜨거운 얼음’을 만들어보라는 모순 섞인 억지와 같다.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금언을 유념하며, ‘중립 외교’나 ‘등거리 외교’ 또는 ‘양다리 걸치기’ 정책을 펴야 하지 않을까.

상황에 따라 미국을 편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중국 편에 서기도 하며 국익을 최대화하는 길을 걷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다(제2부에서 계속).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

약력:

하와이대학교 정치학박사
원광대학교 정치학교수
남이랑북이랑 대표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함석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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