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학자에게 맡기라는 식민사학은 기득권자들의 궤변일 뿐이다.

글: 도명스님(여여정사 주지, 가야문화진흥원이사장)

 

도명스님의 가야사 연재 1

가야 전체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수용과 융합, 평등

가야 5대 정신은

문화 예술성, 기술성, 국제성, 민주성, 관용성

단재 신채호,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 강조

식민사학의 오만,

역사해석권, 역사 권력 독점하겠다는 발상

식민사학계의 가야사 왜곡복원 반드시 저지 해야

 

김해 대성동 13호 목관묘에서 나온 소위'파형동기'. 가야의 력동성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다(편집인 주). 자료: https://blog.daum.net/yadaily/7687847
김해 대성동 13호 목관묘에서 나온 소위'파형동기'. 가야의 력동성을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다(편집인 주). 자료: https://blog.daum.net/yadaily/7687847

 

1. 가야의 의미 재고찰

인간의 문명이 일어난 역사시대 이후 각 시대마다 그것과 함께하는 정신의 흐름이 있었다. 이렇게 당대의 사회 일반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고 특징짓는 정신을 ‘시대정신’이라 한다. 이러한 시대정신은 대개 당대를 이끌어가는 권력자나 지식인들이 만들기도 하지만 일반 백성들인 민초로부터 생겨나기도 한다. 때문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의 흐름과 함께하며 바른 정신으로 깨어있을 때 ‘시대정신과 함께 한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처럼 철학과 예술, 문학에 기반한 인간을 위한 학문, 인문학에서도 시대정신은 함께하며 이는 역사에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그 나라의 정체성이며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야이다. 그래서 과거사를 올바르게 규명하고 이를 통해 의미있는 가치들을 현재에 소환해 활용하며 미래 세대에게 전승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 역사 속에 실재했던 고대국가 가야는 삼국과 함께 한반도 남부에서 520년간 존속하였다. 가야는 개국부터 멸망까지 다양한 국가적 특징을 나타내었지만 가야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수용과 융합 그리고 평등’이란 단어로 대변할 수 있다.

가야는 삼국보다 늦게 성립되었지만 가야 초기의 권력을 분화한 정치 체계나 철을 통한 대외 무역과 경제력은 삼국을 앞서가는 면도 보인다. 또한 최근까지 발굴된 가야시대의 토기는 예술성과 실용 측면에서 현대인들에게도 경이로움을 자아내게 한다. 김해에서 태어나 평생을 김해에서 사신 김해 문화 예술계의 원로이신 박경용 김해 스토리텔링 회장께서는 가야의 5대 정신으로 문화 예술성, 기술성, 국제성, 민주성, 관용성으로 정의하였다. 이는 가야의 보편적 특성을 잘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역사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 효용과 가치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것 가운데 가장 우선하는 것은, 역사야말로 지금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의식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청나라 말기의 사상가인 양계초는 “국사는 애국심의 원천이다”라고 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학과 역사학자의 현주소는 과연 어떠한가. 학생들에게 가슴 뛰는 역사를 가르치고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는가.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역사란 진실의 기록인 ‘참 나’와 왜곡되고 조작으로 얼룩진 기록의 ‘거짓 나’ 와의 투쟁으로 보았다. 또 한편으로 역사란 “주체적인 시각의 아(我)인 우리나라와 객체적인 시각의 비아(非我)인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시각에 대한 투쟁”으로 보았다. 즉 역사를 대할 때 우리의 자주적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해야 함을 강조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현재 역사학계에서 가야는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견해의 첨단에 위치하고 있다. 주류 강단 사학계와 재야 민족 사학계가 가야의 정체성과 강역에 관하여 전혀 다른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향후 가야사 정립의 차원에서도 치열한 논쟁은 필수적이며 지금 가야를 ‘다시보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현 가야사학계의 문제와 해결 방안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뜬금없는 말 같지만”이라고 서두를 떼고 나서 가야사 복원을 국정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천명하였다. 그러나 한국 고대사학회를 비롯한 주류 사학계는 “대통령이 역사의 특정 시기나 분야 연구 및 복원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하였다. 이는 역사는 우리 학자들의 것이니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교만한 주장이다. 역사 해석권과 역사 권력을 학자들이 독점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영역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진실의 푯대를 세워야 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특히 국가의 존립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계도해야 할 역사학자가 시대정신은 고사하고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 그 나라의 역사 발전과 번영은 속 빈 강정처럼 허망할 것이다. 그런데 주류 사학계의 우리 역사에 대한 시각은 시대정신을 거스르고 있으며 이것이 작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가야의 발굴과 복원에 있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우리 문헌 중심으로 가야사를 정립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가야사 연구가 확대되면서 국내 역사학계에서는 일본의 고대 문헌인‘<일본서기>의 비판적 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일본 측 연구를 인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런 과정에서 <삼국유사>의 금관 가야와 5가야는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 7국 또는 임나 10국 등으로 대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야사 복원을 위한 수천억원의 예산지원보다 중요한 것이 올바른 ‘가야사 확립’이다. 올바른 가야역사 없는 가야사 복원은 향후 큰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잘못된 길로 방향을 잡으면 가면 갈수록 목적지가 멀어지는 것처럼 현재와 같은 가야사 복원은 향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가야의 정립을 위해 우선 항상 종기처럼 곪아 문제를 일으키는 임나가 곧 가야라는 주류사학계의 잘못된 주장을 폐기해야 한다. 가야의 정통성에 명확한 학문적 고증 없이 국적불문의 임나를 접붙이는 것은 학자의 소양도 아닐뿐더러 역사를 파는 매국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임나가야설’의 폐기와 가야사의 바른 확립을 위해서는 민족사학계와 주류사학계가 기한 없는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제대로 가야사를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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