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대 개국신화는 리조선만 빼고 모두 신시 배달국 개국신화와 같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하늘에서 구지봉으로 황금알 여섯 개 내려와

여섯 어린아이가 알에서 나와 가야 시조가 돼

알은 신을 뜻하는 우리 고유 말, 신의 자손 의미

가야 구지가는 남근과 여근의 결합, 생명탄생 뜻

 

▲ 지난 서기2019년 경남 김해 대성동 일대에서 가야 개국신화를 연상케하는 토제방울이 출토됐다. 방울 겉에는 가야 개국신화를 노래하는 구지가의 거북등과 유사한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자료 아래 가운데 그림).

가야 건국신화 2

<삼국유사>의 '가락국기'는 자못 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라가 없던 9간 시절로부터 시작하여 구지봉에서 대왕을 맞이하라는 소리가 들린 후 하늘에서 황금알 여섯이 내려와 알에서 나온 여섯 어린아이가 여섯 가야의 시조가 된 이야기,

완화국 함달왕 부인이 낳은 '알에서 태어난' 탈해가 수로와 왕위를 다투다가 계림의 땅으로 달아난 이야기, 아유타국에서 온 허황옥이 수로의 왕비가 된 이야기, 나라를 잘 다스리다 왕후는 157세에 죽고 왕은 158세에 죽었다는 이야기, 수로왕의 아들 거등왕부터 구형왕까지 10대 490년만에 신라에 항복한 이야기 등이다.

금관가야는 532년에 멸망했고 대가야는 562년에 멸망했으므로, 대가야를 기준으로 하면 520년만에 가야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야를 건국하는 여섯 분의 탄생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서기 42년) 3월 계욕일에 그들이 살고 있는 북쪽의 구지에서 이상한 소리로 부르는 기척이 있어 2~3백 명의 무리들이 여기에 모였더니 사람의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그 형체는 감추고 소리만 내어 말하기를 "여기에 누가 없는가?"라 했다.

9간들이 대답하기를,

"우리들이 있습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구지입니다."

"하느님이 나에게 이곳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고 한 까닭으로 여기에 내려온 것이다.

그대들은 반드시 봉우리 꼭대기 흙을 파면서 노래 부르기를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

(구하구하 龜何龜何

수기현야 首基現也

약불현야 若不現也

번작이끽야 燔灼而喫也)

라 하면서 춤을 추어라.

그러면 그것이 대왕을 맞이하여 즐겨 뛰노는 것으로 될 것이다."라 했다. 9간들이 그 말대로 했더니 보랏빛 줄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줄 끝에 붉은 보자기에 싸여진 금합 속에 해처럼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틀만에 금합을 여니 용모가 매우 빼어난 아린아이로 변해 있었는데, 처음 세상에 나타났다 하여 수로(首露)라 하는 이가 대가락 또는 가야국이라고도 하는 나라의 왕위에 올랐고, 나머지 다섯 사람도 각각 5가야의 임금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올 때 춤추며 노래를 부르라 했는데, 이는 신탁에 따라 군신을 맞이하려는 제의라고 볼 수 있겠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이나 동예의 무천처럼 가야에서도 시조 탄생이나 나라를 세운 기념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대축전이 있었음을 알게 한다. 

3월 계욕일이라 했으니 3월 3일 삼짇날에 봄 축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구지가는 영신가라고도 부른다고 배웠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을 맞이하는 노래라는 뜻이겠다. 그런데 군신(君神)을 맞이하면서 부르는 노래로서는 뭔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구지가에 대한 해석을 놓고 여러 설들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학 때 언어학을 가르치던 교수님께서는 구지가를 phallic symbol로 해석해 주셨는데, 그럴듯하여 여기에 소개한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거북이 머리는 남근을 상징하는데 '어서 남근을 내놓으라'고 명령하고 있다.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 

스스로 남근을 내놓지 않으면 '불에 구워서 먹어버리겠다'니 참으로 대단한 협박이다. 

여자의 성기는 생명이 탄생하는 곳이지만 불을 상징하기도 한다. 

성행위를 하면 불처럼 뜨거워지니 여근이 불을 상징하기도 하겠지만, 고부량의 시조가 모두 분화구에서 나왔다는 제주도 삼성혈 설화를 떠올려보면 왜 여근이 불을 상징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큰 불구덩이에서 시조가 탄생했다는 것은 새로운 생명이 모두 여음에서 나온 것을 신비한 주술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거북이가 스스로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불에 구워서 먹어버리겠다'는 표현은 새로운 생명을 만들기 위해 강압적으로라도 남성을 끌어들이겠다는 희롱인 것이다. 

김수로왕은 스스로 머리(首)를 드러내(露) 새로운 탄생 곧 왕으로 등극한 셈이다. 결국 구지가는 여성들이 다산을 기원하면서 부르던 대축전의 노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교수님의 설명이었다. 

구지가는 가야에 구전되어 오던 아름다운 '생명의 노래'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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