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왕의 이름인 붉은해는 태양을 뜻한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은 가야역사를 빼버려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는 김수로왕 개국 신화만 나와

리조선시대의 동국여지승람에 가야 이야기 수두룩

가야산 지역에 조선의 유민들이 정착하고 있었고,

정견모주라는 신녀를 女단군으로 모시고 있어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 발굴 정책에 따라 김해일대에서 발굴된 토제 방울. 가야 개국신화를 연상시키는 거북이 등 껍질을 새긴 것으로 보이는 무늬가 방울에 새겨져 있다.

가야 건국신화 1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저술하면서 가야를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버릇처럼 당시를 '삼국시대'라고 부르곤 한다.

그러나 가야는 6세기 중반까지 나라를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가야가 완전히 멸망한 6세기 중반까지는 '사국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윤내현은 북부여 동부여 낙랑국 동예 등의 국가도 존재했으므로 열국 시대라는 표현을 쓴다.

'통일신라'라고만 하면 남북조 시대의 발해를 제외할 수 있고, 삼국 또는 사국시대라고 하면 동부여 등이 우리 역사에서 제외될 수 있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 가야를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같은 나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야 건국신화 역시 당연히 기록하지 않았다.

그런데 <삼국유사>에는 별도로 '가락국기'가 기록되어 있고, 가야 건국신화도 물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수로왕' 이야기만을 가야 건국신화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국유사>보다 훨씬 뒤에 만들어진 <동국여지승람>에는 수로왕의 금관가야는 물론이고 대가야 건국신화도 기록되어 있다.

가야 산신 정견모주(正見母主)가 천신 이비가(夷毘訶)에 감응되어 대가야왕 뇌질주일(腦窒朱日)과 금관국왕 뇌질청예(腦窒靑裔)를 낳았는데, 뇌질주일은 이진아시(伊珍阿豉)왕의 별칭이고 청예는 수로왕의 별칭이라 하였으니, 수로왕은 대가야 건국시조인 이진아시왕의 친동생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로왕 이야기에 앞서 대가야 건국신화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대가야와 금관가야 건국 과정에 대하여 김산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고구려의 강력한 압력에 밀려 이비가를 수령으로 하는 졸본 부여계 귀족 일파는 비옥한 호남지방으로 진출하려 했으나, 백제가 마한 열국과 정복 전쟁을 하고 있어서 험난한 소백산맥을 넘어 고령지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가야산 지역에는 조선의 유민들이 이미 정착하고 있었고, 정견모주라는 신녀를 여단군으로 모시고 있었다.

이비가는 토착세력과 충돌하기보다는 힘을 합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여 정견모주에게 청혼하였고, 이비가 집단의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지한 정견모주는 정략혼에 응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이비가는 이 지역의 새로운 실력자가 되었고, 새 나라의 이름을 '위(上)가야'로 선포하여 6가야 연방의 첫 번째 나라가 된다.

후일 이비가의 왕비 정견모주는 두 아들을 낳았는데, 큰아들은 붉은해(腦窒朱日)이고 둘째 아들은 푸른자손(腦窒靑裔)이라 했는데 이 기골이 장대한 위인이 바로 수로왕이다.

이비가 칸이 세상을 뜨자 붉은 해가 신생국 미오야마국의 칸이 되니 그가 바로 대가야의 시조로 불리는 이진아시 칸이다.

붉은 해 칸은 푸른 자손을 대장군으로 임명하고, 그 일대에 아직도 마한에 조공을 바치며 살아남았던 소국들을 정복하여 5개의 나라로 구성된 가라 연방을 세우니 미오야마 아라가야 고령가야 별뫼가라 구지가라 등이 그것이다.

북방대륙으로부터 이비가칸을 따라왔던 모든 공신이 각각 가라 연방의 중신들로 임명되어 임지로 떠나자, 푸른 자손은 낙동강 하류의 구야(김해)로 내려가 독립된 나라를 일으키니 금관가야가 그것이다. 금관가야의 시조인 푸른자손-뇌질청예(腦窒靑裔)는 흔히 김수로왕으로 알려졌다. ]

김산호는 이처럼 건국신화를 모두 역사적 사실인 듯 재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삼국유사>보다 뒤늦게 만들어진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은, 처음에는 수로왕의 금관가야가 가야 연맹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으나 나중에 대가야가 가야 연맹의 주도권을 쥐게 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로의 이름을 '푸른후예' 곧 '새파란 후예'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대가야가 형님이고 금관가야는 동생 나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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