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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가사’에 담긴 조선여인의 철학과 사상민초들에게는 지배세력보다 심오한 삶의 철학과 정서가 있었다.
류돈하 객원기자 | 승인 2021.03.07 22:48

 

 

글: 류돈하(역사연구가)

 

 

안동을 비롯한 경상좌도 지역에 내방가사가 전해지고 있어

부녀자들의 삶의 희로애락과 애환을 담은 산문과 시가 형식

‘운호뜨기’께서 한글로 쓰신 제문이 국립한글박물관에 기탁돼

4.4 율조로 된 가사는 전국의 상여소리 구조와 닮아 있어

 

 

▲ 조선여인의 삶은 고달팠다. 1인 3역을 해야했다. 어머니로서, 남편으로서, 며느리로서 평생 가정을 지탱하는 보루였다. 힘든 삶의 무게를 노래로 지어 불러서 내려놓고자 했다. 자료는 구한 말 조선의 여인이다. 사진 속 여인들은 한 우물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자료: 구한말 서양 선교사가 찍은 것으로 추정. 출처 미상. 

몇 달 전 우리할매, ‘운호띠기’가 오래전에 한글로 쓰신 제문이 국립 한글박물관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외삼촌이 기탁한 것이다.

운호띠기는 가까운 이가 별세하면 그 심경을 담아 제문으로 표현하였다.

할매의 평소 취미생활은 내방가사內房歌辭를 즐겨 읽거나 쓰시는 것이었다. 내방가사는 안동을 비롯하여 경상좌도 지역에서 규방의 부녀자들이 스스로의 희로애락과 삶의 애환을 산문과 시가의 형태로 지어서 노래한 가사를 뜻한다.

우리할매는 안동내방가사보존회의 회원이었다. 늘 틈이 나는대로 안동시내에서 보존회활동을 하셨다.

낭랑한 할매의 글읽는 소리는 마치 스님이 염불을 외우거나 선비가 글을 읽듯 그 음률이 지극하고 깊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또 우리할매는 내방가사 외에도 옛날부터 안동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민요도 많이 아셨는데, 내가 어릴때 들은 것이라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할매께서 남기신 유품 중 내가 챙긴 것은 할매의 내방가사 모음집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할매의 작품인 노인소회가가 진실로 모두 할매께서 창작해 내신 것인지는 알수 없다.

동몽선습의 첫 구절부터 시작하는 내용으로 볼때 할매께서는 작문능력을 어느정도 갖추셨던 것 같다. 노인이 된 세월의 그 소회를 담담하게 풀며 인생을 노래한 이 내방가사야말로 우리네 할배, 할매들, 아버지, 어머니들의 살아온 풍경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할수 있겠다.

 

노인소회가 -

운호댁 박무남(1925~2013)

 

[천지만물 생긴후에 귀한것이 사람이라

무엇으로 귀하던고 오륜행실 으뜸이라

군신유의 제일이요 안에들면 부모유별

밖에나면 붕우유신 형제간에 우애하며

장유유서 될것이라 다섯가지 하는일이

옛글에도 분명하다 조목조목 말씀하며

사람마다 알것이라 아해들아 들어봐라

이세상에 중한것은 부모밖에 또있는가

슬프고도 슬프도다 어찌하여 슬프던고

이세상이 견고한줄 태산같이 믿었더니

백년광음 못다가서 백발되니 슬프도다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노인 웃지마라

덧없이 가는세월 넌들아니 늙을소냐

저근듯 늙은 것이 한심하고 슬프도다

소문없이 오는백발 귀밑에 외막하고

청좌없이 오는백발 뉘라서 막을손가

드는칼로 냇다치며 혼이나서 아니올까

횟장으로 둘러치며 보지못해 아니올까

소진장(?~기원전 317. 전국시대

합종책으로 유명한 정치가.)에 구변으로 달래보면 아니올까

석숭(249~300. 중국 위.서진시대의 문인, 부호로 안양향후.형주자사 등 역임. )의 억만재물 인정쓰면 아니올까

진수성찬 대접한들 오는백발 면하리까

어제청춘 오늘백발 삼천갑자 동방삭도

전생후생 초문이요 부유같은 이세상에

초로같은 우리인생 물위에 거품이요

칠팔십을 산다해도 일장춘몽 다름없다

모양조차 늙어지니 꽃같이 곱던얼굴

검버섯은 모양조차 늙어지니 꽃같이

곱던얼굴 검버섯은 웬일인고 삼단같이

길던머리 불한당이 처갔는가

샛별같이 밝던눈과 거울같이 밝던귀가

절벽강산 되여가네 밥먹을때 볼작시면

아래턱이 코를 차고 무슨설움 받았길래

안질조차 지러진다 또한말씀 들어보소

꽃이라도 낙화되니 오는나비 돌아가고

나무라도 고목되니 눈먼새도 아니온다

비단옷도 떨어지면 물걸레로 돌아가고

좋은음식 변질되면 숫채궁에 들어간다

우리인생 가는길은 저산천에 홀로가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서러마라

명년삼월 봄이오면 너는다시 피건만은

초로같은 우리인생 아차한번 죽어지면

삼혼칠백 흩어진다.]

류돈하 객원기자  muk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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