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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서 동학 해원상생 한마당 펼치다인간성이 말살돼가는 이 시대에 동학정신이 치료제다.
오종홍 기자 | 승인 2020.07.02 23:55

 

 

보은 뱃들공원과 읍내서 동학군 원혼달래는 굿 행사 열려

상여행렬, 풍물굿, 처용무, 학춤, 시민과 함께 대동 한마당

보은 주민과 식사 나누고 보은 동학의미 되새기는 강연도

 

 

▲박소산 선생이 충북 보은 읍내 사거리에 차려진 동학혁명군 원혼을 달래는 장에서 해원상생 춤을 춤고 있다.

"서산낙조 떨어져도 아침이면 좋것마넌

어허~ 어하~ 에헤이~ 어하~

보국안민 높이 들어 새 세상을 열어보세

어허~ 어하~ 에헤이~ 어하~

척양척왜 기치들고 가자가자 어서가자

어허~ 어하~ 에헤이~ 어하~"

 

구슬픈 상여소리가 보은 하늘에 울려 퍼졌다. 126년 전 왜군과 정부군에 쫓겨 동학혁명 횃불이 타오른 보은으로 동학혁명군 잔병들이 몰려들었다.

때는 12월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 겨울이었다.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왜군과 관군의 추격 속에 동학혁명군 2천여 명은 보은 일대에서 붉은 피를 하얀 눈밭에 뿌리며 쓰러져 갔다.

동학혁명공원이 세워져 있지만 여전히 원혼들은 보은일대를 떠돌고 있다. 지난해에 동학혁명기념일까지 국가차원에서 제정 됐지만 전북일대를 중심으로 주목 받았을 뿐, 충북 보은 옥천일대는 여전히 외면 받는 처지다.

해월 최시형이 보은 장안면 일대에서 동학지휘부를 꾸리고 동학도 8만여 명이 모여 동학도시를 이루었다. 동학혁명군 봉기도 여기서 시작됐다.

그런데도 동학 본부가 있었던 장안면 장안리는 정부나 지방정부의 외면 속에 시민들의 자발 단체인 보은동학 북접사업회가 사무소를 꾸려 지키며 기리고 있을 뿐이다.

▲ 동학농민군 원혼을 달래는 풍물굿패와 상여행렬이 보은읍내를 지나고 있다.

올해도 보은동학 북접사업회가 주도하는 가운데 동학혁명군의 원혼을 푸는 해원 상생 굿이 보은읍 뱃들공원 일대에서 펼쳐졌다.

한웅천왕이 내린 공원 신단수에 오방색 띠를 걸었다. 병마귀를 쫓는 가면을 썼다. 원혼을 달래는 흰 두루마기를 입었다. 공원 한복판에 천지신명이 감응하는 둥근 제단을 차렸다.

뱃들공원을 시작으로 보은읍내를 향해 나아갔다. 일상의 공간을 신성한 공간으로 옮기는 풍물굿패가 하늘과 땅을 진동하는 장단으로 길을 열었다. 화려하게 장식한 꽃상여가 뒤를 따랐다.

이승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생을 마감한 보은 일대를 한 바퀴 돌아 원혼들을 달래주는 행위였다.

바쁜 삶 속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 이 지역 동학 역사를 모르는 주민들에게도 동학혁명군이 왜군과 불의한 정권에 맞서 나라를 지키려 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모래알처럼 살아가고 있는 세태에게 공동체 정신을 일깨워 주는 울림기도 했다.

풍물패와 상여행렬은 보은읍내 4거리 중앙광장에 상여를 풀고 해원 굿판을 벌였다. 박소산 선생이 순백의 소박한 옷을 입고 양손에 하얀 종이 천이 달린 가지를 들고 즉석 한 풀이 춤으로 주민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보은동학북접사업회 손윤 이사장이 이날 제사장으로 나서 천지신명께 고하고 제를 올렸다. 왼쪽에 호신선생이 도왔다.

너울너울 몸짓 하나 하나에 혼을 담아 동학농민군의 맺힌 한을 풀었다. 굿을 마치고 행렬은 길을 틀어 뱃들공원으로 다시 향했다.

보은읍내를 가로지르는 하천을 따라서 행진하는 상여와 풍물굿패와 구성진 요령잡이의 선창과 상두꾼들의 후렴 소리가 길가에, 나무에, 냇물에 건너는 다리에, 알알이 스며들었다.

뱃들공원에 도착해서 상여는 풀고 풍물패는 다시 제단을 돌며 공원을 정화했다. 가운데 둥근 제단 주위로 사방에 쑥을 태워 굿마당을 깨끗하게 했다.

김인각 선생의 인도로 2부행사가 진행됐다. 정대호 선생이 처용 탈을 쓰고 춤을 추며 악귀를 몰아냈다. 악귀는 돌림병19(코로나19)다.

올해 초에 번지기 시작한 돌림병은 7월이 다돼가도 그칠 줄을 모른다. 탈춤 한판을 벌여 돌림병이 어서 떠나가라고 꾸짖었다. 판소리도 구성지게 굿마당을 달궜다.

박소산 선생이 이어 학춤으로 새 장을 열었다. 제단을 돌며 말없는 못 짓으로 병마는 떠나갔으니 이제 새날을 열었다는 외침이었다.

깨끗이 정화된 제장에 이제 이날 제사장으로 나온 손윤 보은동학 북접사업회 이사장이 천지신명께 술을 올리고 모인 시민들을 대표해서 큰 절을 올렸다.

이어 새날이 왔음을 알리는 잔치가 벌어졌다. 모두가 제단 마당으로 나와 제단을 중심으로 둘러 모여 천지신명께 감사를 드리고 풍물패 굿패를 따라 춤을 추며 돌았다. 신명이 오른 가운데 축복 했다.

▲ 우리정신의 원형, 한웅천왕이 내린 오방색 천이 펄럭이는 신단수 아래서 동학의 의미를 되새기는 나눔이 있었다. 강사는 성강현 동의대 교수다.

축복놀이를 마치고 모두 제단에 차려진 음식을 서로 나눴다. 밥과 떡, 술로 대동한마당은 절정을 이뤘다. 30도가 훨씬 넘는 무더위도 해원상생 한마당을 어쩌지 못했다.

오후에는 성강현 동의대교수가 ‘동학에서 찾는 탈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보은동학의 의미를 새겼다. 동학 창시자 수운 최제우의 정신에 초점을 맞췄다.

수운은 해방세상, 평등세상을 몸으로 실천했다. 노비가 있었는데 하나는 며느리로 삼고 하나는 딸로 삼았다고 했다. 또 동학도 중에는 양반도 있었는데 ‘천인과 어떻게 섞여서 서로 맞절하는가’로 갈등이 일어났을 때 해월 최시형이 단호하게 꾸짖어 동학의 평등정신을 오롯하게 세웠다고 했다.

지금 기득권을 차지하고 부패해 있는 동학한다는 세력에게는 일침이었다.

▲올해는 돌림병19를 내쫓는 의미로 가면을 만들어 썼다. 부채그림과 가면이 행사장 한쪽에 펼쳐져 있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공원 주변 나무에는 오방색의 천이 드리워졌다. 나무는 우리 정신의 원형인 신단수다.

한웅천왕이 인간세상을 홍익인간하러 내려온 곳이다. 오방색은 하늘에서 한웅천왕 신이 내렸음을 알리는 상징표시다.

이런 뜻을 모인 어르신들은 의미를 막연하게나 알겠으나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냥 경험이다. 마음이 순수할 때 느끼는 것이라 평생 진한 감동으로 무의식에 새겨져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오방색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나무아래서 강연하고 그것을 즐겁게 듣는 풍경은 거룩한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았다. 

오종홍 기자  muk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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