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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 세계제국, 미국 굴복시키다북한 영해 침범한 미국 푸에블로호 사건에 미국, 함선도 뺏긴 채 머리숙여 사죄하다.
이재봉 | 승인 2018.06.10 23:56

 

글: 이재봉(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지에서는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재봉 교수가 기고하는 현대사 관련 글을 연재합니다(편집인 말).

미국은 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에 '엄숙히 사죄하며',

앞으로는 북한 영해에 침입하지 않겠다고 '확고히 담보하는' 문서에 서명하다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Pueblo)호. 미국은 서기1968.01.23. 북조선 원산 앞바다에 불법 침투하여 정보를 수집하다 북한군에게 나포되었다. 결국 미국은 북조선 당국에 북한 영해 불법침투를 인정, 사과했다. 승무원들은 송환되었으나, 함선은 돌려받지 못했다. 현재 북한 대동강변에 전시되어 있다. 'Pueblo'는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 이름을 뜻한다. 흔히 인디언으로 알려진 마을이름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학살한 인디언 이름을 무기에 붙이는 경향이 있다. 아파치 헬기에서 '아파치'도 인디언 말에서 따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편집인 말).

<푸에블로호와 치욕적 북미협상> 연재를 시작하며

서기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푸에블로호와 북미협상에 관해 연재를 시작한다. 지난 4월 '한반도 문제와 미국의 개입'을 주제로 연재하기 시작하며 6월엔 1964년의 '6.3사태' 기념일을 맞아 "한일협정과 미국의 압력"을 다루겠다고 했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의 '세기적 회담'을 전후해 1968년의 치욕적 북미협상을 알아보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나라가 거의 70년 동안 지속해온 적대 관계를 끝내거나 수교를 이루면 북한이 푸에블로호를 미국에 돌려주리라 예상한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보다 푸에블로호 반환이 미국인들에겐 훨씬 더 크고 값진 선물이다. 반세기 전에 무려 11개월 동안 진행되었던 북미협상을 공부해보면 앞으로 전개될 북미회담을 이해하고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푸에블로호 사건

1968년 1월 23일 오후 2시경 강원도 원산 앞바다에서 미국 해군정보함 푸에블로호 (USS Pueblo)가 북한 경비정에 붙잡혀 원산항으로 끌려갔다. 중령 계급의 함장을 포함한 장교 6명, 병사 75명, 민간인 2명 등 83명이 배에 타 있었다.

미국은 북한 해안에서 16마일이나 떨어진 공해상에서 항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북한은 미제 간첩선이 영해에 불법적으로 침투했다고 맞섰다. 공해에서든 영해에서든 세계 최강을 자랑해온 미국 군함이 외국 군대에 나포된 일은 그때까지 100년이 넘는 해군 역사상 처음이었다. 50년이 더 흐른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이틀 전인 1월 21일엔 30여 명의 북한 무장침투대원들이 '박정희의 목을 따기 위해' 청와대 근처까지 접근해 남한 군경과 교전을 벌인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김신조 사건' 또는 '1.21사태'다.

미국 정부는 즉각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해 공군에 비상 출격 대기령을 내렸다. 전쟁 중이던 베트남으로 향하던 핵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USS Enterprise)와 두 척의 구축함을 원산 앞바다 근처로 보냈다. 핵폭탄을 실을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와 F-105 전투폭격기 수십 대를 미국과 주일미군 기지에서 오산과 군산 등의 주한미군 기지로 옮겼다.

1월 24일 판문점에서 북한과 미국의 회담 대표가 마주 앉았다. 먼저 미국 대표가 북한의 남침 이래 '가장 가증스러운 범죄'를 자행하려다 실패한 박정희 대통령 살해 기도에 대해 항의했다. 나아가 푸에블로호 사건에 대해서도 항의하며 북한에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푸에블로 선박과 승무원을 모두 즉각 석방하고 돌려보내라. 둘째, 불법적 나포 행위에 대해 미국에 사과하라. 셋째, 미국 정부가 국제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받아들여라.

북한 대표는 조금도 기죽기는커녕 몹시 거칠게 응했다. 대화가 아니라 독설 섞인 호통이었다.

"우리 속담에 미친개가 달을 보고 막 짖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 같은 격언은 지금 제멋대로 떠드는 당신과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것 같소. 당신이 나이나 명예를 저버리고 그저 먹고살기 위해 이 회의석상에서 전쟁광신자 존슨 (Johnson) 대통령 미친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깡패 같은 노릇을 해야 하는 당신이 참으로 불쌍할 따름이오.

월남에 끌려가서 개죽음을 당하는 미국 청년들이 '존슨 죽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소? 오늘날 전 세계에서 반미 데모를 하면서 '존슨, 교수대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외치면서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소. 스미스 (Smith) 당신도 그 같은 거사를 남조선에서 직접 보고 있으니까 이 회의에서 겁에 질려서 떠들고 있는 것이오. (중략) 보복과 징벌이 무섭거든 모든 살인 무기를 걷어 가지고 당장 이 땅을 떠나시오."

북한은 또한 미국이 먼저 사과하고, 앞으로 더 이상 영해 침범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만 승무원들을 돌려보낼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추후 협상 과정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 방침에 따라 '북한 (North Korea)'이라고 쓰는 미국 대표에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정식 국호를 쓰도록 '심각한 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지 꼭 11개월이 흐른 1968년 12월 23일, 미국은 결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에 '엄숙히 사죄하며' 앞으로는 북한 영해에 침입하지 않겠다고 '확고히 담보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판문점에서 승무원 82명과 시신 1구를 돌려받았다.

미국은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군 함정이 외국 군대에 나포되는 치욕을 겪은 데 이어, 역시 '역사상 최초로' 사과문에 서명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비밀전자 장치를 갖춘 함정을 끝내 되돌려 받지 못해 군사암호 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 심각하고 막대한 손실도 입었다. 모두 '3등국도 못되는 북한'에게 당한 일이다.

북한은 약 30년이 흐른 1999년 푸에블로호를 원산 앞바다에서 평양 대동강변으로 옮겼다. 1866년의 '미제 침략선 미국의 셔먼호 격침 기념비' 옆이다. '대미 항전 승리'의 전리품으로 전시하기 위해서다. 2013년엔 대동강 지류인 보통강변의 전승기념관 '노획무기 전시장'으로 다시 옮겼다.

2018년 1월 23일 푸에블로호 나포 50주년을 맞아 <로동신문>은 "항복서를 밟으며 지나온 노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제가 우리 군대와 인민 앞에 바친 항복서에서 피 절은 교훈을 깨닫지 못하고 끝끝내 침략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원수들의 모든 본거지가 멸망의 최후 무덤으로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다음날엔 "미국은 세계 면전에서 위대한 주체 조선에 항복의 사죄문을 섬겨 바쳤다"며 "조미 대결전에서 승리는 언제나 우리의 것, 패배는 항상 미국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6월 12일부터 미국과 벌일 '세기의 담판'에서도 북한이 승리할 수 있을까?

푸에블로호 나포와 북미 간의 협상에 관한 미국 정부 자료는 국무부가 2000년 출판한 외교문서집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64-1968, Volume XXIX, Korea'에서 찾을 수 있다. 존슨 (Lyndon Johnson) 행정부의 외교문서집 한국편에 "푸에블로 위기 (Pueblo Crisis)"라는 제목으로 권말부록처럼 실려 있지만 거의 3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2001년 서울에서 출판된 이문항의 ‘jsa-판문점 (1953-1994)’도 판문점에서 진행된 모든 협상에 관한 미국 정부 자료와 다름없다. 미국 국방부 국가안전보장국 북한담당분석관, 주한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전사 편찬관 겸 분석관, 주한유엔군사령관 특별고문 등을 지내며 북한과의 판문점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한국계 미국인의 기록이다.

 

이재봉 교수 소개

서기1983년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서기1994년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기1996년부터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두 눈으로 보는 북한>, <이재봉의 법정증언>, <문학과 예술 속의 반미> 등이 있다. 서기2018년 현재 '남이랑북이랑' 공동대표,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함석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재봉  muk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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