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에 홍길동 도적떼 창궐,

사초 열람,

한명회 부관참시,

‘입은 화의 문,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신언패를 목에 걸고 입궐.

 

이것은 실패한 군주 연산군의 실록이다. 어떤 정치 지도자든 사사로운 욕망에 끌려 무망하면 패망한다는 반면교사다.
  
한국 사회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딸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오해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 경제정책 실패 등을 호도하는 꼼수다. 내년 4월 총선에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패착이라서 그들의 고민이 깊다. 결국 국민을 속이는 정치 도박 이다. 당장 중지해야 할 역사 쿠데타임이 분명하다. 물러서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무덤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그런 교과서가 나오면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재오 집사) 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것”(정두언 집사), “다양성이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한다”(남경필 집사), “국회 생각은 다를 수 있다(유승민)”고 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현재의 검인정 국사교과서는 ‘악마의 발톱’을 숨기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고무·찬양한다며 국정화 추진을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는 필자는 김무성 대표에게 묻고 싶다. 아이들의 교과서를 제대로 읽어보셨는지? 곡학아세하지 마셔야 한다.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국민이라면 도리어 교과서에 북한 이야기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통일을 소원한다면, 북한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말하면, 이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혼란은 집권자가 ‘국사’를 ‘가족사’로 착각한 것이 문제의 단초다. 성경의 위대함은 솔직성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은 기침소리(?)까지 정확하게 기록한 진실성 아니던가? 부끄러운 사건도 사실대로 밝히고 냉정한 역사의 심판을 받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차라리 선친의 친일과 독재를 자식으로서 용서를 빈다면 착한 우리 국민은 그를 품어 줄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선친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병을 독려하고 군용기 헌납도 선동했다. 적극적 친일 행위자였다. 이런 일들로 인해 벌써부터 교과서 국정화는 독재를 찬양하고 친일파를 근대화의 주역으로 추앙할 것이란 오해를 받고 있다. 
 
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것은 북한 베트남 등 후진국 행태이다. 일본도 31개의 검정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8개에 불과한데, 이 마저도 1개로 줄이겠다고 한다. 더 이상 일본의 역사왜곡을 시비할 명분도 잃게 된다. 이번 논란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아베와 박대통령이 닮은꼴이다. 부친은 군사 쿠데타를, 딸은 역사 쿠데타를 꾀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역사 교과서 통제...역사 왜곡”이라고 기사 제목을 달았다. 심지어 아랍권의 알자리라방송 조차 “교사와 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 대학에서 한국사 관련 강의를 하는 교수 154명은 "역사에 단일한 해석을 적용해서는 올바른 역사를 만들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 헌법 재판소가 1992년에 이미 교과서 국정화는 정법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심지어 ‘검인정보다도 자유발행제가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 한다’고 까지 선진화 된 판결을 내렸다. 2013년 8월에 유엔총회에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에 관한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국가가 관리하는 교과서는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권력이 역사교육에 개입하면 역사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역사교육의 존재이유를 부정한다고 했다. 바람직한 역사 교육은 해석의 다양성이라고 했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은 예언자적인 보고서일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온 세계 앞에 망신스럽다.
  
장준하의 아들 장하준 목사는 “지우려 하면 오히려 더욱 번지게 되는 것이 역사”라고 이번 사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역사학자는 물론 교수와 중·고등학교 교사들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갖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교수 2627명과 17개 역사학회 100%가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현직 역사교사 2255명은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심의 협조 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독교사 1017명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권력이 교육의 중립성을 침해하고 교사의 자율성을 흔드는 행위”라고 선언했다. 청소년들까지 거리로 나와 일인시위와 촛불집회를 하며 반대하고 있다. 역사학자 이이화, 이만열 장로, 윤경로 장로 등 원로 역사학자들이 연일 길거리 시위에 나셨다. ‘국정화 불복종’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교과서는 서둘러서 집필해도 3년은 걸리는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9개월 만에 국정 교과서를 끝내겠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조령모개가 될 것이다. 이 일에 기독교인인 국무총리 황교안 전도사와 교육부장관 황우여 장로가 앞장서고 있다. 양식있는 국민이라면 이들의 표정에서 억지춘양의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들이 진정 지혜로운 신앙인이라면 청와대를 설득해야 한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주군을 말리셔야 한다. 한국교회 연합단체들은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한다고 공개선언을 했다. 일부 신학대 교수들은 교과서가 국정화되면 한국교회사가 많이 포함될 것이라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순진한 발상이다. 고뇌하지 않은 선언이다. 즉각 철회해야 한다. 교과서에 기독교에 대한 내용만 많이 실리면, 잘못된 역사를 가르쳐도 좋다는 것인가.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 정신 차리자! 교언영색하는 정치인 따라다니다가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본래 정교분리란 ‘불간섭 원칙’이 아니고 ‘야합 금지법’이다. 한국교회가 정치권력에 주구노릇을 하는 종교타락의 추태는 보이지 말자.
 

글 박원홍(발행인) 

저작권자 © 코리아 히스토리 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