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의 끝없는 탐욕, 이제 독립운동정신까지 훼손....

김명옥 전문기자

 

이준식 연세대학교연구 교수 강연

- 임시정부의 정치·경제정책과 식민지근대화론 비판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사람을 수탈하는 제도를 철폐하기 위해,

모든 토지를 국유화해 농민에게 분배하고

대규모 생산 기관 및 독점 기업 국영화”로...

 

“건국절 논란은 부질없는 일이다”로 이준식 교수의 강연은 시작되었다. 10월 12일(수) 서울교대 문화관에서 열린 ‘일제식민사관 극복과 민족정체성 재정립’을 위한 바른역사아카데미 세 번째 시민강좌에서 이준식 교수는 임시정부의 정치경제 정책을 설명하고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했다.

이준식 교수는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건국절이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 확인 해 보았다는데, 스웨덴, 스위스, 라오스, 오스트리아, 체코, 벨기에, 헝가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유럽의 10여 개국은 기념일이 있지만,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건국절과 같은 의미의 기념일은 없었다고 한다. 이 국가들은 “타민족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일을 기념일로 삼거나 혁명이 일어난 날을 기념하지”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새로 건국되었다고 기념하는 일은 매우 특이 하고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건국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기념한 나라는 일본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신무천왕이 통치 시작을 기원절로 삼아 기념했는데 패전으로 그 말을 쓸 수 없게 되니 건국기념일이란 말을 쓴다는 것이다. 이준식 교수는 “그런데 우리가 왜 건국절이란 것을 기념해야 하냐”며, 이것은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사 청산에 적극적인 나라가 프랑스와 독일이라며 프랑스는 독일 나치 부역자들을 철저히 가려 처벌하였고, 독일은 5월 8일만 되면 수상이 ‘나치가 일으킨 부끄러운 역사를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반성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자학사관으로 무장하여 부끄러운 역사는 쓰지도 말하지도 말자고 한다는 것이다. 자학사관이란 침략전쟁을 부끄럽게 여기고 낱낱이 고백하는 일은 자학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자학사관이라는 것이다. 침략전쟁을 부끄러운 역사라고 가르치면 안 되다는 것이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이라며 이들은 1950년대부터 일본 젊은이들에게 자학사관을 가르치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 뉴라이트 회원으로,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창하고 있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박근혜. 아래 줄 맨 왼쪽이 현재 한국방송사장으로 있는 뉴라이트 이인호, 전형적인 친일파 후손이다. 지난 8월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기자회관(프레스센타)에 모여 '건국68주년' 행사를 가졌다. 박근혜 오른쪽 눈썹 짙은 이가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서울대 교수, 이영훈이다.

이준식 교수의 말에 따르면 자학사관은 일본 극우파만의 전용어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버젓이 자학사관이란 말을 따라 한다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일제 말기에 모든 사람이 독립운동의 희망을 잃어서 일제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제 말기에 학교에 다닌 사람은 일제 정책에 부합된 교육을 받았으니 친일이고, 강제 노동자는 노동으로 일제에 부역했기 때문에 친일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친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부끄러운 역사는 말하지 말자’고 한다는 것이다. 이준식 교수는 “독립운동의 역사와 민주화 역사는 가르치지 말자는 게 자학사관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준식 교수는 3·1운동이란 말 대신 3·1혁명이란 말을 쓰자며 많은 민중의 피의 대가로 1919년 4월 11일에 임시정부가 세워졌으니 혁명이라는 말이 맞는다는 것이다. 제국의 시대에서 민국의 시대를 열었으니 민족과 민주의 혁명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신은 대한민국임시헌장에 “민주와 더불어 평등과 자유를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로 설정”되었다고 말한다. 제3조에 평등, 제4조에 자유, 제5조에 참정권, 제6조에 국민의 의무를 배치한 대한민국임시헌장의 뜻은 “근대사회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신분, 계급, 성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는 평등한 존재라는 생각을 독립운동가들이 갖고 있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민주 공화제를 경제적으로는 토지와 중요 생산기관의 국유화 등 균등 경제의 지향은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사람을 수탈하는 제도를 철폐하기 위해 모든 토지를 국유화해 농민에게 분배하고 대규모 생산 기관 및 독점 기업 국영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민주 공화제와 균등 경제 등은 1941년에 임시정부가 중경에서 채택한 건국 강령과 1944년에 마지막 개정된 대한민국임시헌장까지 이어진다. 민주 공화와 자유 그리고 평등과 진보의 가치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었다고 이준식 교수는 말한다.

이준식 교수는 해방 후 역사학계는 일제 식민사관의 극복이 최대 과제였으나 실제로는 식민사관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말한다. “일제 식민사관에 찌든 사람들이 한국역사학계의 주요한 곳에 곳곳이 박혀 있어서 식민청산을 막았고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를 보호하는 바람에” 한국사회가 전체적으로 친일 청산을 못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960년 4월 혁명이 일어나면서 역사학자들 중심으로 식민사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내재적 발전론이라고 하는 새로운 역사의식이 생겨났다고 이준식 교수는 말한다. “비록 시기의 차이와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조선도 스스로 발전할 역량을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먼저 근대를 받아들인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주체적으로 발전할 기회 또는 역량을 빼앗겼을 뿐이다”라고 우리 역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재적 발전론은 1980년대부터 한국 근대사를 설명하는데 주도적인 이론으로 자리 잡았으나 이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20여 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이준식 교수는 말한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 자들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미국에서 일본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일본 제국주의는 식민지를 지배할 때 수탈만 한 것이 아니라 발전도 시켰다. 그래서 수탈과 발전을 같이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이 말에 일본학계 일부 학자들이 그리고 한국 일부 학자들이 반응하면서 등장했다는 것이다.

▲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영훈.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결과적으로 일제식민지배가 축복이었다고 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강점기에 식민사관들이 말한 것처럼 “조선은 스스로 발전할 힘이 없으며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로부터 문명을 이식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핵심이라고 이준식 교수는 말한다. 일본제국주의 근대 문명을 받아들임으로써 한국은 근대로 나아갈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영원히 정체되었을 것이라는 게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식민지 근대화론 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해방 후 빨리 민주주의 국가가 된 것도 일본의 식민주의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식민지를 통해서 민주주의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빨리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는 고문이 일상화된 사회였다. 이준식 교수는 1930년대 말 40년대 초에 농민운동을 하다 적발된 농민 100여 명 중 경찰 조사를 받다가 6명, 예심과정에서 6명, 감옥에서 5명이 사망한 사건을 예로 들어 “이렇게 고문이 일상화된 일본에서 민주주의를 훈련받았다는 망언을 늘어놓은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 자들”이라고 말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는 민족을 부정한다. 역사의 주체는 민족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이다. 이준식 교수는 국민을 역사의 주체로 세우면 1948년 이전의 역사는 지워지게 된다고 말한다. 1948년 이전에는 민족은 있고 국민이 없었으므로 국민을 역사의 주체로 세운다는 말은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항일역사는 중요하지 않은 말과 같다.

이준식 교수는 뉴라이트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건국절이므로 1945년부터 1948년부터 사이에 대한민국 건국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때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친일파이므로 친일파들에게 건국의 공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준식 교수는 뉴라이트가 발행한 교과서에 대해서도 비판하였다. 2008년에 발행한 대한교과서 한국근현대사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학자들이 1980년 말부터 공동으로 연구했는데 그 결과 “1910년 1940년 사이에 한국은 일본과 같은 속도로 연간 3.6%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기술 했다는 것이다. 이 서술은 ‘일제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된 것이 확실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쌀은 수탈된 것이 아니라 일본에 수출한 것이며, 이로 생긴 이득으로 한반도의 전체 인구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었다는 것이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 평균적으로 보면 우리는 잘살게 되었다는 말이다.

▲ 일제의 식민통치는 축복이었다는 뜻을 담고 있는 '식민지근대화론'과, 친일파가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한 서기1948년을 건국절로 제정하자고 주장하는 배후에 '뉴라이트'라는 친일매국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영훈과 그의 스승 안병직이 이론을 제공을 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 각계, 각층에 포진해 있다.

이러한 서술은 일제의 식민통치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살게 되었다는 것에 방점을 둔 기술이라고 이준식 교수는 말한다. 그런데 통계는 일본과 조선을 구분하지 않는 수치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경제적인 상황에 호전된 것은 일본인들이고 조선인들은 소수의 친일파이므로 “뉴라이트가 통계를 가지고 일본과 조선이 똑같이 잘살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라고 이준식 교수는 말한다. 이준식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안) 등을 통해 뉴라이트가 “교과서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넣을 작정을 한 것 같다”며 앞으로 나올 교과서가 많이 걱정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질문자는 국정 교과서가 결정되기 전에 재야에서 어떤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묻자 이준식 교수는 “국정교과서에 관해서는 모두 비밀에 부쳐있어서 그 내용은 알 수 없다. 정부는 11월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다고 하니 그것을 보고 대응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교과서에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쓸 것은 정부 방침이므로 거의 확실하다”고 답변했다. 이준식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인 이기동이 “독립운동사가 연표처럼 되어 있더라” “근현대가 너무 많다 줄여라”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다른 나라는 근현대사를 먼저 가르치는데 한국에서는 근현대사를 가르치지 말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가르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했다.

바른역사아카데미 네 번째 강좌는 10월 19일(수)에 구미정 숭실대 교수가 ‘만주에 독립운동기지를 만든 사람들’이란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바른역사아카데미 강좌 동영상은 미사협(미래로 가는 바른역사 협의회), 우당기념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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