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무덤 속 사신도는 우주관을 반영한 것이다.

글: 김정락(미학자, 서울대 미술학 전공)

 

고구려 벽화 사신도는 우주 별들을 형상화 한 것

남주작, 북현무, 서백호, 동청룡, 중 황룡의 오방

우주를 고정된 물질세계 넘어 섭리, 기 운동으로

고대 한국인 무덤은 우주 중심을 나타내는 자미원

▲ 고구려 강서 대묘 벽화, 현무도, 7세기 초.
▲ 고구려 강서 대묘 벽화, 현무도, 7세기 초.

 

<무덤은 천문대이다>

고고학이나 미술사학의 발견들은 주로 무덤에서 이루어졌다. 무덤 속에서 발굴된 수많은 유물(부장품)은 물론이거니와 무덤 자체도 주요 연구대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이래로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적 그리고 유사한 무덤형식의 분포를 통해 역사를 새롭게 기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삼국시대에 대한 역사와 미술에 대한 연구도 무덤에 집중되고 있는데, 특히 무덤 내의 벽화가 발견되는 무덤은 대부분 고구려의 것이다.

흙으로 덮었던 봉토분이건, 돌로 쌓은 적석총이든 내실을 갖춘 무덤에서는 벽화들이 발견되었다. 벽화는 당대의 사냥(수렵도)이나 연희 혹은 풍속을 묘사하고 있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천장이나 벽에 그려진 사신도이다.

고구려의 무덤인 쌍령총과 강서대묘에는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듯한 네 마리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사신도(四神圖)는 우선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고 우주의 질서를 네(사실상 5마리) 동물의 형상으로 이루어졌다. 과거 인류는 우주의 존재와 현상을 동물이나 신화 같은 존재로 반추하였다.

과거 고대 이집트나 근동에서도 그리고 고대 그리스가 천문을 과학적 체계로 구성하였을 때에도 천문의 양상은 서사와 상징의 구조로 명명되거나 설명되었다.

사신은 사령(四靈)이나 사수(四獸)로도 불렸다. 동에는 청룡, 서에는 백호, 남에는 주작 그리고 북에는 현무가 각각 자리를 잡았다. 가운데는 토(土)로서 황룡을 그 상징으로 삼았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숫자와 더불어 색채의 구성이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우주를 다섯 가지의 색, 즉 오방색 (청-백-주-현-황)으로 펼친 것이다.

4방위와 중심으로 이루어진 5개의 영역은 동양의 우주관이 펼쳐놓은 개괄적 배치이고 구성이다.

별과 달 등으로 꾸며지는 고대 이집트의 묘실 천장이나 로마 시대와 초기 기독교 시대의 영묘(Mausoleum)의 내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무덤은 땅(묘)속에 조성된 우주이다.

고구려의 사신도는 이러한 우주를 표현하는 나름의 방식이었다. 서구의 무덤벽화와 비교하자면, 더욱더 상징적이며 우주를 고정된 물질적 세계를 넘어서 섭리 혹은 기(氣)의 운동으로 보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런데 바로 이 기운생동의 형상성에서 고구려인들의 우주관은 진일보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약간 뇌피셜(자신만의 생각)을 돌리면, 고대 한국의 무덤은 자미원(紫薇垣)이다. 이른바 우주의 중심이다.

그러므로 묘실 내부의 벽화들은 땅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 바로 자미원에서 조망하는 우주일 수 있다.

사신도로 체계화된 우주는 별로 그려지는 소우주가 아니라, 별들을 움직이는 거대한 기의 형상화라고 할 수 있다.

네 마리의 동물들이 펼치는 소용돌이 타원형의 윤곽 속에서 묘하게 현대 천문학이 보여주는 성계들과 - 즉 제임스 웹이 바라본 은하계나 안드로메다와 같은 - 유사한 형상을 보여준다. 마치 별처럼 빛나는 점 속에서 수많은 별로 이루어진 성단(星團)을 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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