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아가씨’는 한국현대사를 대변하는 대중노래다.

글: 전집현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 원래는 동명 영화주제가

영화는 서울서 온 대학생에 순정을 바친 시골 처녀 그려

박정희, 정치적 목적으로 금지하고 안가에서 즐겨 불러

프랑스의 춘희도 순애보로, 동백아가씨 영화 내용과 비슷해

▲ 영화 동백아가씨 알림장.
▲ 영화 동백아가씨 알림장.

 

<박정희의 애창곡 동백아가씨 : 그녀는 술집빠 '동백'에서 일하던 호스티스였다.>

ㅡ 프랑스에도 동백아가씨가 있다 ㅡ

1. 호스티스류 영화주제곡 : 식모와 레지들이 듣다가 서러움에 꺼이꺼이 울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노래는 1964년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동명 영화 주제가였다.

이 영화는 1963년 동아방송의 라디오 연속극 '동백아가씨'를 바꿔 만든(개조) 것이다.

영화 속 ‘동백아가씨'는 남쪽 섬마을 처녀로서 서울에서 내려온 대학생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고, 서울로 그를 찾아가지만 그는 유학을 떠나고 없다.

섬처녀는 자살을 기도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술집 작부가 된다. 술집 이름이 동백(冬柏)이다.

이 영화 주제곡 '동백아가씨'는 1959년 '열아홉순정'으로 처음 출연한 이미자가 당시 만삭 상태에서 취입했다고 한다.

이 노래는 이미자를 일약 인기배우 반열에 올렸다. 국내 가요 진행에서 35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5만장이라는 엄청난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당시 60년대에는 서울이라도 공장이 많지 않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성들의 일자리는 더욱 귀했다.

젊은 여성들중 ‘식모’(가사도우미)나 ‘레지’(다방 아가씨)로 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여성들은 모진 수모를 참고 살다가 ‘동백 아가씨’의 노래를 듣고 가슴 깊은 곳의 응어리를 토해 내며 함께 울었다고 한다.

2. 박정희가 금지하고, 박정희가 즐겨부르다

근데 박정희 정권이 이 노래에 돌연 방송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본 엔카(演歌)와 비슷해 왜색이 짙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한일회담 여파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다릴 일이 없으면 마음에 멍들 일도 지칠 일도 없을 것’이라는 억지 논리를 내세워 ‘동백아가씨’를 희생양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1987년 금지곡들이 모두 풀리면서 ‘동백아가씨’는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근데 박정희의 생전 애창곡이 '동백아가씨'라고 한다.

박정희 본인은 이 노래를 혼자 있을 때 듣거나 혹은 안가에서 연회할 때 부르곤 했다고 한다.

▲ 프랑스판 동백아가씨, 영화 '춘희'를 다룬 오페라.
▲ 프랑스판 동백아가씨, 영화 '춘희'를 다룬 오페라.

 

3. 프랑스의 동백아가씨 '춘희(椿姫)'

춘희는 프랑스의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1824~1895)의 1848년 작품으로,

원제는 'La Dame aux Camélias(동백꽃을 들고 있는 여인)'이다.

'춘희(椿姫, 참죽나무 춘, 일본에서는 동백나무라는 뜻)'라는 명칭은 일본에서 번역하며 만든 제목이 한국에 그대로 들어와 굳어진 것이다.

병약한 화류계 여성(마리그리트, Margueritte)이 젊은 부르주아 청년(아르망, Armand)과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랑에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그렸다.

여주인공이 많은 꽃 가운데서 유독 동백꽃만을 사랑했고, 그래서 항시 그것을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동백 아가씨' 곧 '춘희(椿姬)'라고 불렸다.

소설이 크게 인기를 얻어 작가가 희곡으로 개작하기도 했으며,

후에 주세페 베르디에 의하여 1853년 명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로도 각색된 바 있다.

* The Fallen Woman

※ 동백아가씨 (한산도 작사,백영호 작곡)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꽃 잎에 새겨진 사연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아가씨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외로운 동백꽃 찾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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