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치만 잘하면 살만한 나라다.

 

글: 김상수(작가, 감독, 화가)

 

대만 국립경기장 블랙핑크 공연에 차고 넘쳐

이틀 동안 50만 명인 파, 암표 값 1천 7백만 원

가오슝 야시장, 이틀간 한화 약 4백억 원 매출

냉전 시절 단교로 혐한 감정 극대화는 옛말

필리핀, 태국, 프랑스, 영국, 멕시코 공연 예정

▲ 사진 - Taiwan concert 3월 18일, 19일
▲ 사진 - Taiwan concert 3월 18일, 19일

 

윤석열 김건희가 해외에 나가면 국민은 국격 실추에 분노와 걱정이 인다.

그러나 ‘소프트 파워(문화의 힘)’로 KPOP(한국음악)는 막강하다. 3월 18일 19일 대만(Taiwan) 제2의 도시 ‘가오슝’에서 열린 BLACKPINK(블랙핑크)의 2차례 공연은 4만5천 객석을 다 채워 9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대만에서 가장 큰 ‘가오슝 국립경기장’ 주위에는 이틀 동안 5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붐볐다고 대만 뉴스가 보도했다.

37만 원 표가 암표로 1700만 원까지 치솟으니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경기장 밖에서 공연 시간 동안 가족들이 음식물을 먹으며 경기장을 에워쌌다.

200만 인구 도시에 공연 이틀 동안 50만 명이 경기장 주변으로 왔다니, 가오슝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 인파보다도 더 많았다고 한다.

경기장 지하철역 주변은 집으로 돌아가는 전쟁을 치르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가오슝 교통 당국은 콘서트장 인근 지하철역에 전철을 평소보다 많이 배치해서 3분마다 운행했고 셔틀버스까지 투입해야 했다.

가오슝 시장은 가오슝 야시장 등 이틀 동안 한국 돈 환산 약 400억 원 경기 활황에 도움을 준 BLACKPINK에 감사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야시장 상인들은 한국의 블랙핑크에 ‘고맙다’라는 대만 TV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K-pop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런데 타이완은 기실 혐한론이 기승을 부리던 나라다. 대만(臺灣), 정확히 말해 중화민국(中華民國) 이 나라와 대한민국은 1992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국교는 단절됐다.

한국은 냉전체제 속에서 지속한 적대관계를 공식 종료하고 ‘죽(竹)의 장막’을 넘어 중국과 손을 잡았다. 치러야 할 대가는 ‘옛 친구’ 대만과 강제로 헤어져야 했다.

중국의 대외 원칙인 ‘하나의 중국 정책(一個 中國 政策)’은 전(全) 중국 유일 합법 정부라는 게 골자다.

대만·홍콩·마카오에 관해서는 ‘나눌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조건도 붙는다. 베이징은 중국과 수교하는 모든 나라에 대만과 단교할 것을 요구했다. 원칙 적용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만인들에게 “한국은 배신자”가 됐다. 단교 31년이나 지났지만 6.25 전쟁에 참전국인 타이완 인들은 한국에 감정이 좋지 않다. 한때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일본에 더 호의적이고 친일본적이다.

1949년 1월 타이완(중화민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대한민국을 국가로 승인하고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나라인데 단교를 했으니,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항의했다. 타이베이 시민들은 한국대사관 앞에서 태극기를 찢으며 시위를 벌였다.

대만인들에게 다시 가까이 다가간다는 건 정부 외교로도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2005년에 들어서서 국적기 운항이 재개될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 한국과 대만은 경제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반도체, LCD, LED, 화학,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이 겹쳤다.

대기업 위주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들은 상품인지도,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원가 절감 등을 무기로 대만 경쟁 기업을 압박했다. 반도체와 LCD를 중심으로 벌어진 ‘치킨게임’에서 한국은 대만 기업들을 도산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는 단교 시 앙금에 이어 대만 내 반한 감정의 진앙이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대만 태권도 대표 양수쥔(楊淑君)이 규정 위반을 이유로 실격패 당했다.

이를 발화점으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을 향한 반한 감정이 불붙었다. 대만 언론들은 선정적 보도로 이를 부추겼고, 지방선거를 맞이한 각 정당과 정치인들도 이를 선거에 악용했다.

이 사건은 대만 사회 기저에 흐르는 반한 정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 사진 - Taiwan concert 3월 18일, 19일
▲ 사진 - Taiwan concert 3월 18일, 19일

 

그러나 K-culture K-pop의 위력은 마음의 장벽을 서서히 녹였다. 특히 BLACKPINK의 영향력은 세대를 뛰어넘었다. 어린이 젊은이 기성세대까지 콘서트장에 자녀들이 부모의 손을 붙잡고 같이 찾는 콘서트는 이즈음에 많지 않다.

블랙핑크는 오늘 25일부터 26일 이틀간 필리핀 마닐라 불라칸에 있는 ‘필리핀 아레나’에서 공연한다. 오늘 새벽에 전용기로 김포를 출발,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블랙핑크를 환영한다고 공항 일대는 마비가 됐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도 블랙핑크의 인기는 대단하다. 얼굴도 잘 안 보이는 먼 거리만큼 떨어진 표가 3000페소 -7만2천 원- 짜리 좌석표를 못 구해서 난리란다.

좋은 좌석은 50만 원 정도 한다니, 중고교 1개월 교사 월급에 해당한다. 그러나 표는 수개월 전 매진이란다.

블랙핑크 구성원 ‘리사’LA LISA는 "태국은 내 나라, 한국은 우리나라'라고 말했는데 최근에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72억짜리 집을 샀다.

LISA의 조국인 태국 방콕에서 블랙핑크는 5월 27∼28일 이틀간 2회 추가 공연을 또 한다. 지난번 경기장보다 더 큰 국립경기장에서 앙코르 공연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다시 공연한다. 작년 2022년 12월 파리에서 실내 공연장으로는 가장 큰 Accor Arena 공연에 이어 오는 7월 15일 1회차 공연으로 다시 한번 파리 팬들과 만난다. 파리 앙코르 콘서트는 프랑스 최대 규모 축구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에서 열린다.

12월 콘서트 대비 2배 이상 규모로 확대, K팝 여성 예술가 최초로 8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유럽 스타디움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1월 25일 블랙핑크는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이사장으로 이끄는 자선 단체가 진행하는 프랑스 파리 내 '르 제니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프랑스 병원 재단 어린이 환자 돕기 갈라 콘서트에 참석했다.

프랑스 공영 2TV로 중계된 이 공연의 사회자는 블랙핑크를 '비틀즈'에 비유하며 소개했다.

4월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간판 출연), 7월 영국 '하이드 파크 브리티시 서머 타임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 그 이전인 다음 달 4월 8일, 9일에는 도쿄에서 가장 큰 무대인 ‘도쿄 돔’에 선다. 4월 26일, 27일에는 멕시코시티다. 최초의 남미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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