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고질병은 자국을 스스로 지키기보다는 미국에 의지하는 데 있다.

 

글: 한설(시사평론가, 예비역 육군 준장)

 

북미 핵 대결 판세 뒤집은 북의 대륙간탄도 미사일

북한의 대륙간탄도탄 발사에 아무런 말 없는 중국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만 규탄해

북한, 발사 비용 서방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랑

미국 본토 사정거리, 미국 방어망 구성도 마땅치 않아

자국 방어 신경 쓰느라 한국, 일본에 확산억제 불가능

우크라 전쟁, 북러 무기협력 밀착 북, 경제 자립 시도

조선일보, 한미에 허세 그만 부리고 현실 인식하라 촉구

 

▲ 미국의 배신으로 핵무기과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나선 북한이 지난 18일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 안에 둔 화성포 17호를 발사하였다(편집인 주). 사진: 조선중앙통신
▲ 미국의 배신으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 개발에 나선 북한이 지난 18일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 안에 둔 화성포 17호를 발사하였다(편집인 주). 사진: 조선중앙통신

 

< 11-19 북한의 ICBM 발사, 간략한 전략 상황 평가>

북한 외무상 최선희가 11월 17일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경고에 이어 곧바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그다음 날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탄 화성17호를 발사했다.

아직도 화성 17호가 제대로 안정성을 평가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시험발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술적인 측면의 이야기고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충분한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고 하겠다.

화성 17호 발사 이후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 비용이 서방국가와 비교하면 1/10에 불과하다며 미사일 발사로 인한 북한 인민의 생활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이제는 외부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는 앞으로 북한이 더 많은 미사일을 제작하리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화성17호 발사에 주변국은 각각 다양하게 반응했다. 중국은 아예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것은 사전에 북한의 통보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미국이 가장 당황한 것 같다.

미 부통령 해리스는 방콕에서의 APEC회의 도중 6개국 회의를 개최해서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한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를 포함하여 6개국이 참가를 했으나 사실 말 이외에 아무런 다른 행동을 한 것이 없다.

북한이 가장 우려했던 ICBM을 발사했는데 미국이 정작 아무런 군사적 조치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얼마 전에는 항모와 공군기를 보내 위력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위력시위를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위력시위도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는데 별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 17호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미국에 이중적인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 본토의 안전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의 유용성에 관한 문제다.

먼저 미국은 미국 본토의 위험에 대한 대비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는 당연히 한국과 일본에 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본토의 위험에 대비할 방법은 별로 마땅치 않다.

미국 본토에 대륙간탄도탄 요격을 위한 방공체제를 잔뜩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ICBM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미 시기를 놓쳐 버렸다. 만일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가 서로 진전을 보았다면 북한은 ICBM을 지금처럼 개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왔던 볼턴 같은 골수 강경 분자들이 미국의 입지를 좁혀 버린 것이다.

미국이 처한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유엔에서 서로 협의를 하던 강대국 정치 체제가 무너지고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이렇게 세계 정치 질서가 해체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 틈을 타서 자신들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협력을 해낸다면, 북한도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활로를 찾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즉각적으로 한국과 일본 등의 동맹국을 보호한다고 했지만, 이는 상황에 어긋난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ICBM은 한국과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 15,000km 사거리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이유는 없다.

이미 한국과 일본은 북한이 보유한 중거리 탄도 미사일로 위협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서 화성 17호는 한국의 안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화성 17호는 미국에 대한 위협이다.

문제는 미 본토를 위협받고 있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유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은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지금 상황은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 위협에 아무런 보호도 없이 노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말이다.

오늘 자 조선일보 사설은 이제서야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설 마지막 단락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핵을 가진 상대를 선제 타격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당장 미국이 막고 나설 것이다. 미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것도 근본 대책이 아닌 한국에 대한 무마용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현실을 회피해왔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 말은 필자가 수년 동안 했던 내용이다. 문제는 그동안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현실을 회피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언론이 조선일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으로 보이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F-35로 발사대를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은 미국의 보호가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 시점은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과 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만일 북미협상이 이루어진다면 미국은 과거보다 더 많은 대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 대가가 무엇이 될지는 모른다. 절대로 우리에게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의지했다. 지금이라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것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화성17호를 ‘판도 뒤집기’라고 했다.

그렇다.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은 ‘판도 뒤집기’가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가장 먼저 언급한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화성17호 이전과 이후는 분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고민하고 대비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의 사고방식과 태도는 앞으로 바뀌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지나친 미국 의존적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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