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는 광활한 북방 초원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육당 최남선의 불함 문화론은 지금도 유효해

부르한, 밝은, 발칸은 한자 음차로 불함일 것

세계 제패한 칭기즈칸도 부르한 칼둔서 기도

불함은 밝다, 광명, 하늘신으로 대가리를 의미

학생부군신위의 부군도 밝은 부르한, 발칸 뜻

일본의 신성한 개 텐구도 탱그리와 어원 동일

 

▲ 신화 속 언어는 역사에 통찰력을 부어준다.
▲ 신화 속 언어는 역사에 통찰력을 부어준다.

 

텡그리와 부르한 5

불함산(不咸山)이라는 명칭은 산해경(山海經)에 처음으로 나온다.

'부르한', '밝은', '발칸' 등을 한자로 음차한 것이 '불함'일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백두산을 불함산으로 불렀다는 것은 원래 백두산의 이름이 밝은산 또는 부르한산이었다는 말이다.

바이칼 호수 안에 있는 가장 큰 섬을 알혼섬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부르한'이라 부르는 신령스런 바위가 있다.

부르한 바위는 샤먼들이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영적인 장소라고 한다. 그러나 바이칼 호수 주변에는 부르한 바위 이외에도 부르한이라 부르는 지명이나 바위, 그리고 신들이 매우 많다.

징기스칸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에는 부르한 칼둔(성산)에 들어가 삼사일씩 기도를 했다.

그래서인지 몽골 사람들은 지금도 부르한 칼둔을 매우 신성한 산으로 여기고 있단다.

시베리아나 몽골에서 부르한은 신의 이름이나 지명 또는 바위 이름으로 여러 곳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두산 역시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부르한이라 불렀고, 중국에서는 부르한을 음차하여 불함이라 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불함이란 '밝', '광명', '하늘', '하늘신'(천신)을 뜻하는 중국식 표현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밝' 또는 '부르한'은 고대로부터 태양을 부르는 성스러운 말이었고, 하늘과 하느님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의미로 사용되었다.

최남선에 의하면 금강산은 원래 대갈산 또는 대가리산이었다고 한다.

대갈이나 대가리는 텡그리와 같은 말로서 천신을 뜻하는 말인데, 후세에는 인격화되어 대감으로 남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한 방증으로 경주의 토함산도 원래는 대갈산 또는 대감산이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머리를 대가리라 부르는데, 사람의 머리 역시 하늘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그리 부르게 되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텡그리는 하늘을 나타내는 말로서 '하늘은 둥글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 같고, 밝 또는 부르한은 '햇빛이 밝거나 붉은"데서 나온 것 같다.

그러다가 텡그리와 부르한에 여러 신성성이 가미되고 의미가 습합되면서 나중에는 서로 비슷한 뜻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발생의 시발은 하늘과 해라는 두 가지 근원을 가지고 있어 그 출발은 달랐던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최남선에 의하면, 텡그리는 북방민족의 영향 아래 중국에서도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최남선은 우선 중국 오악(五嶽) 신앙의 핵심인 태산도 텡그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태산의 태(泰)가 고대에는 대(垈)로 쓰였는데, 그것은 대갈을 한문식으로 축약한 것이라고 한다.

태산의 주신인 '부군'(府君)도 부르한 또는 발칸의 중국식 표현인데, 다만 부군은 태산의 주신을 나타낼 때만 쓰일 뿐 그밖에 중국 어디에서도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일상생활 속에서 부군을 사용하고 있는데, 오랜 유교 전통 속에서도 밝 사상의 흐름이 남아 있는 증거라는 것이다.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는 대부분 지방이라는 것을 쓰는데 여기에 반드시 '부군신위'를 집어넣고 있다.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등등.

일본 역시 밝산이나 대갈 텡그리의 흔적이 많다고 한다.

일본 고대의 신성한 산 천구(天狗)는 일본 발음으로 덴구라 하는데, 이는 텡그리의 일본어형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본 신격에 붙는 '히코'라는 용어는 '밝'의 일본어 형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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