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비룟값, 농자재값은 치솟는데 쌀 값은 거꾸로 폭락

귀농인 노인, 논 갈아 엎는 행사에 참여, 분노 표출

정권이 바뀌어도 농업 홀대 계속, 점점 살기 힘들어

양곡관리법 개정도 하고 변동형 직불금제 부활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이 농업 근본문제 해결에 관심

지금은 19세기 후반 동학농민 상황과 다르지 않아

 

▲ 쌀 값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애써 키운 벼를 갈아 엎기에 앞서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 이민우 귀농인  얼굴책에서 발췌
▲ 쌀 값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애써 키운 벼를 갈아 엎기에 앞서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 이민우 귀농인 얼굴책에서 발췌

올해 쌀농사는 큰 태풍이 여러 번 지나갔어도 수확량이 풍년이라고 할 정도로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올해 쌀값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농민들은 다른 물건값은 치솟고 있는데 쌀값만 오히려 폭락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한편 상경 투쟁과 현지에서는 논을 갈아엎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수년 전에 충남 보령으로 귀농한 70대 후반의 이민우 농민은 논 갈아엎는 행사를 안 해도 잘 먹고 잘살 줄 알았는데 어림없는 착각이었다며 정부의 농촌대책에 분노를 쏟아 냈다.

그는 자신의 얼굴책에 논 갈아엎는 사진과 전국농민회의 분노를 담은 기자회견 장면을 소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비룟값은 40%, 농자재값은 30~40% 폭등했는데 쌀값은 오히려 25%나 폭락을 했다면서 정부는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정부 관계기관들에 항의하기 위해 농민이 지은 벼를 갈아엎는 쌀값 폭락 대책촉구 논 갈아엎기 투쟁 대회에 다녀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세상이 물질적 풍요가 커지긴 했어도 세상살이가 좋아지지 않고 점점 팍팍해 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농업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업화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과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농업이다. 박근혜, 문재인 정권 들어서 태양광판을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진 농지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설치하는 데서 정부의 농업정책 일단을 읽을 수 있다.

▲ 쌀값폭락에 분노한 보령시 지역 농민들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며 벼를 갈아 엎고 있다. 자료: 이민우 귀농인 얼굴책에서 발췌.
▲ 쌀값폭락에 분노한 보령시 지역 농민들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며 벼를 갈아 엎고 있다. 자료: 이민우 귀농인 얼굴책에서 발췌.

농업을 아예 없애자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귀를 의심하였다. 한 농업 전문가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농지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멀쩡한 밭을 신청만 하면 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쉽게 용도변경을 해주는 것이 다반사다.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외국의 값싼 농산물까지 해일처럼 밀려와 농업은 더욱 힘들어졌고 정부의 현장을 외면한 농업정책에 농사를 평생 업으로 살아온 농민들은 이제 논 갈아엎기까지 하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미래는 식량이 안보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문가들과 깨어있는 시민들의 외침이 있는지 오래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어도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과 대책은 없다. 표를 의식한 단기적 땜질식 대책만 쏟아 내고 있다. 농업을 지탱하는 직불금마저도 개악되어 농민들은 더욱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변동직불금 제도가 농민에게 더 유리한데 이것을 폐지한 것이다.

야당의 이재명 대표만이 농민을 그나마 생각하는 대책을 제시하였는데 쌀이 너무 많이 시장에 나오면 값이 폭락하게 되므로 쌀을 자동으로 격리할 수 있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농민들은 이는 근본대책이 되지 않는다며 더욱 체계적인 대책을 요구하였다.

농정신문의 지난 9월 20일 자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김제농협에 들러, 쌀 값폭락 대책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농민단체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철 전북농업인단체연합회장은 “일시적 시장격리보다 항구적인 가격유지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실상을 밝혔다. 이어 “변동형 직불제 취지를 살리는 양곡법 개정과 충분한 농업예산확보, 유통과정 개선, 기후변화 대응 농업 등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라며, 농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였다.

노상득 한농연 전북회장은 “쌀값 하락에 항의하기 위한 상경집회를 하고 지역 단체 임원들이 삭발투쟁까지 나섰다” 다며 농민들의 절박한 현실을 분명하게 알고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였다.

오늘날 농촌의 이 같은 현실과 농민들의 봉기에 가까운 투쟁을 보면서 학정과 수탈로 농민들의 생산물을 약탈해간 서기 19세기 후반 이성계 조선의 말기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풍긴다. 수탈이 극에 달아 결국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고 전국을 휩쓸었다. 시대는 바뀌었어도 새로운 형태의 수탈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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