텡그리 문화로 우리와 북방유목민족과의 역사가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텡그리는 터키에서부터 우리나라 일본까지 이어진 말

텡그리는 둥글다, 똥구렇다의 음소와 같아 한국과 친해

하늘의 소리를 듣고 인간에게 소리 전하는 매개자 의미

홍산문화 5천5백년전 유물에서도 텡그리 사상 발견돼

우리민족 조상 단군과 당골래의 의미와 거의 같은 뜻

티벳, 몽골, 키르기즈, 부리야트 게세르 신화 같은 내용

우리의 단군사화와 이야기 구조와 게시르 신화 닮아

 

▲ 북방유목민족의 게세르 신화는 단군사화의 한웅천왕의 지상 강림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
▲ 북방유목민족의 게세르 신화는 단군사화의 한웅천왕의 지상 강림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

 

텡그리와 부르한 1

'텡그리'는 북방민족들이 하늘을 지칭하는 말이다. 터키에서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거쳐 몽골과 만주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까지 두루 쓰는 말이란다.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달리 표현되지만, 그 뜻은 모두 하늘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하늘의 말'을 듣고 인간에게 '하늘의 뜻'을 전하는 사람도 텡그리라 불렀던 모양이다.

징기스칸이 유라시아를 정복할 때 징기스칸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2인자는 장군이 아니라 탭 텡그리였다고 한다.

탭 텡그리가 전쟁을 하라면 했고, 싸워서는 안 된다고 하면 싸우지 않았다.

징기스칸이 활동하던 13세기에도 텡그리의 영향력은 대단했던 것이다.

동양은 아주 일찍부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관념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우실하는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에서, 홍산문화 사람들은 하늘은 원, 땅은 네모, 사람은 세모로 나타냈다고 하였다.

홍산문화 우하량 유물에서 그런 형상이 나타난다니, 이미 BC 3,500년 무렵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500년 전에 벌써 그런 관념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하늘이 '둥글다'고 했다면, 하늘이 '똥그레' '뛩그레'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텡그리와 똥그레는 음소가 똑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텡그리라는 말이 똥그랗다는 말에서 나왔음직 하다.

텡그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당골레'로 정착된 것 같다. 텡그리가 하늘이지만 하늘의 뜻을 전하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당골레가 그런 역할을 했다.

'단군'도 텡그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흉노의 우두머리를 중국에서 선우(單于)라고 불렀는데, 이 선우도 사실은 '단간'(單干)이라 불렀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단간 또는 단칸은 단군일 것이고, 간 칸 군은 같은 뜻으로 신라에서도 마립'간'을 통해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당골레를 당골이라고도 하는데, 당골은 단군과 음운상 매우 비슷하다.

최남선은 <불함문화론>에서 텡그리를 '불함'과 함께 매우 자세히 다루고 있다.

불함이란 중국 <산해경>에 나오는 용어인데, 백두산을 일컫는 말이다.

불함 또는 부르한은 태양이나 빛을 숭상하는 신앙에서 나온 것으로 최남선은 이를 '불함'사상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러니까 '텡그리'와 '밝'은 우리에게 앙금으로 남아 있는 우리의 기층 신앙 또는 기층 문화가 될 터인데, 우선 텡그리를 따라 가볍게 여행을 떠나보자.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밝' 또는 '불함' '발칸'의 이야기가 뒤따를 것이다.(밝은 아래아로 써야 한다)

텡그리와 부르한 2

최남선의 텡그리를 따라가기 전에 북방 유목민족들의 텡그리 신앙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북방 유목민족들에게는 위대한 3대 서사시가 있다.

티벳과 몽골의 대서사시 <게세르>,

키르기스의 대서사시 <마나스>,

칼믹-오이라트의 대서사시 <장가르>가 그것이다.

칼믹-오이라트의 <장가르>는 3권으로 번역되어 있고, 키르기스의 <마나스>도 번역되어 있다. ACC(아시아문화전당)에서 얼마 전에 마나스에 관한 전시를 한 적이 있다.

<게세르>는 판본이 3가지나 된다는데, 몽골의 <게세르>와 부리야트의 <게세르> 모두 번역되어 있다.

이 서사시들은 음유시인들을 통해 구전되어 오다가 어느 시기에 문자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우리 판소리처럼 음유시인들을 통해 들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3대 서사시 가운데 '게세르' 신화 특히 부리야트 게세르 신화는 텡그리 신들의 이야기로 꽉 차있다.

티베트 지역에서 채록된 <링 게세르>는 세속 영웅서사시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1717년에 베이징에서 나온 <게세르>는 무속 영웅서사시와 역사적 사건의 복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부리야트의 <게세르신화>는 순수한 샤머니즘 신화의 얼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부리야트의 <게세르신화>를 중심으로 하여 텡그리 신들의 이야기를 약간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게세르신화'는 '단군신화'와 짜임새가 비슷해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는데, 단군신화가 단편적인데 비해 게세르신화는 실로 대서사시로서 매우 장대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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