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정통으로 보는 김부식이 고구려 역사를 2백 년 이상 없애버렸다.

이범주(자유기고가)

 

고구려는 중국 전국시대에서 당나라까지 아우른 1천 년 역사

‘새로쓰는 고구려역사’는 대제국 고구려 사료 제시하여 증명

고구려 멸망원인, 내부 분열과 반역자 적과 내통, 역량 분산

대한민국은 형편이 어려워도 지도자와 백성이 단결하면 극복

미 제국은 자국 내 모순에 눈감고 패권전쟁에 막대한 재정투입

 

▲ 일본과 미국이 그어 놓은 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은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다(편집인 주)
▲ 일본과 미국이 만든 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은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다(편집인 주)

 

고구려 역사에 관한 책 읽고 나름 정리하다

– 새로 쓰는 고구려 역사(박경순 지음) -

- 교과서에서 기술되기로 고구려는 기원전 37년에 건국되어 기원후 668년 멸망하여 대략 705년 동안 존속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에 의하면 실제 고구려 개국 원년은 기원전 277년이다. 이리되면 고구려는 945년의 긴 세월을 존속했던 나라다. 고구려 역사가 왜 이리 짧아졌는가.

신라를 정통으로 보는 고려 사람 김부식이 신라를 돋보이게 하려고 고구려 5대 이상의 왕 재위 기간을 삭제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은 문헌적 근거를 성실하게 제시한다. 믿을만한 설이다.

- 이게 사실이라면 고구려는 만주와 한반도 중북부를 아우르는 광대한 영역을 확보하고 중국의 전국시대, 진나라, 한나라, 위진남북조 시대, 오호십육국 시대, 수나라, 당나라 왕조까지 무려 1000년 가까운 세월을 중국과 대등하게 공존, 대결해 온 셈이다. 마음이 웅장해진다.

- 고구려가 망함으로써 (발해가 그 뒤를 상당 기간 잇기는 했지만) 우리 민족은 만주 대륙을 주된 활동영역에서 잃어버린 셈이다.

(고)조선, 부여, 구려, 고구려, 옥저, 동예 등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민족의 활동영역을 상실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 그러나 만약 역사가 그렇게 흘렀다면 나는 100% 태어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라는 생물학적 존재는 오로지 우연과 우연의 무한한 연쇄 사슬 끝에 태어난, 우연 그 자체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게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실만이 고민할 가치가 있다. 지금 현실이 가진 과거의 역사와 미래가 지닌 가능성, 방향만이 내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철저하게 내게 놓인 현실을 긍정한다.

- 책은 아주 재미있다. 마치 이야기책을 읽는 듯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부실하거나 내용을 뒷받침하는 문헌적, 지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건 전혀 아니다.

역사적 사실과 문헌적 근거에 충실하면서도 글이 어렵지 않아 술술 읽힌다. 책은 이렇게 써야 한다.

- 고구려는 연속되는 당나라의 단독공격 혹은 나당 연합군 공격에 면하여 연개소문의 장자 남생이 중국에 투항하고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가 신라에 항복하면서 패배했다.

저자는 고구려의 패망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 내용이 매우 많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으로 읽히는 부분은 바로 이 내용이다. 조금 길지만 인용한다.

“내부의 단결이 파괴되고 역량이 분산되면 승리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내부에서 반역자가 나와 적들과 내통하게 되면 아무리 많은 병력이 있고 금성철벽으로 꾸려놓은 요새와 성곽 방위체계가 있어도 제구실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었다(280쪽).”

“일부 역사학자들은 계속되는 전쟁으로 국가적 역량이 고갈돼 더 전쟁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 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함으로써 역사 허무주의적 관점을 광범하게 유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과학적이지 못한 패배주의, 허무주의 관점의 산물에 불과하다. 사실 전쟁으로 인한 인적, 물적 자원의 고갈은 공격하는 측이나 수비하는 측이나 같다.

어쩌면 침략하는 쪽이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구려는 수나라, 당나라와 수십 년 동안 싸우며 승리를 구가해왔다.

따라서 인적, 물적 손실은 고구려보다 수나라 당나라 쪽이 훨씬 더 심했을 것이다. 따라서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나라를 잃어버린 것은 인적, 물적 자원의 고갈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과 신라의 민족 배신적 행위의 결과이다.

내부의 단결이 무너지고, 국가의 역량이 분산되면 아무리 풍족한 인적 물적 역량을 갖고 있어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280쪽).”

- 벗이 말했다. “우째 우리 민족의 나라는 한 번 건국하면 오백 년, 천 년이냐” “그러게 말이야.” “그럼 우리 대한민국도 오백 년, 천 년 갈까?” “.......” 나는 뭐라고 답했을까.

- 기독교인들이 간절하게 기도한다. “주여,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시험이 무서운 것은 한 사람이 지닌 한계를 드러내게 하기 때문이다.

결혼한 가정에서 가장의 실업과 빈곤이 무서운 이유는, 조건이 좋으면 그런대로 뭉개고 넘어갈 만한 가정 내 갈등과 모순이 가난으로 인해 증폭되면서 파탄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신심이 두터운 신앙인은 웬만한 시련을 이겨 넘긴다. 부부가 진정 사랑하여 화목한 집안은 가난 정도는 가볍게 극복한다. 나라의 운명도 마찬가지, 만약 나라에 단결이 주는 응집력이 없으면 외부의 압력에 쉽게 부서진다.

- 대한민국은 오래 갈 수 있을까. 이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인민들을 진실로 사랑하여 그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고 기꺼이 인민들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한다면 인민들 또한 그들의 마음에 감응하여 단결할 것이다. 그리되면 대한민국은 세세 만년 안녕(安寧)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어찌 될 것인가. 언급을 회피한다.

- 얼마 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났다. 이젠 이라크 미 대사관에서 대사관 직원들이 헬기를 타고 도망간다는 소식을 아침에 접했다.

제 나라의 집 없는 사람들과 극빈층이 급증하는데도 미국 정부는 부도덕한 나치가 지배하는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돈을 지원하여 러시아와의 전쟁을 부추긴다. 불평등, 인종갈등, 경제위기, 정치갈등 등으로 인한 내부 균열과 증오로 미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 안에서부터 부서지는 계기는 여러 모습으로 온다. 고구려는 ‘외부로부터의 공격이라는 압력’에 내파(內破)되었다.

미국은 아마도 제 실력에 맞지 않는 과도한 힘의 외부적 투사(投射)로 내파(內破)되는 운명에 처하지 않을까. 세상이 변한다면 아마 이런 모습으로부터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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