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등거리 외교로 위기 탈출해야 한다.

 

글: 한설(시사평론가, 예비역 육군 준장)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칩4동맹 가입 강요

이는 중국 자극하여 경제보복 불러올 것 분명

미·중 패권으로 한국 한곳으로 기울면 피해 막대

중립 속 미국과 중국에 한국 피해 방지안 요구해야

중국과 미국을 이 기회에 모두 이용하는 지혜 필요

무역, 수출 다변화를 통한 미·중의 패악질 극복해야

▲ 미중 패권다툼 가운데 대한민국이 끼여 있다(편집인 주)
▲ 미중 패권다툼 가운데 대한민국이 끼여 있다(편집인 주)

 

< 미국의 칩4동맹 요구와 대응방법, 졸지 마라 >

선택이 운명을 좌우한다. 한국은 바야흐로 갈림길에 서 있다. 전진이냐 후퇴냐 또는 확대냐 축소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후퇴와 축소를 선택하면 한국은 망한다. 전진과 확대를 선택해야 생존할 수 있고 번영할 수 있다. 확대와 전진을 선택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지만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을 선택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미국은 칩4동맹을 최후통첩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미국과도 장사하고 중국과도 장사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에게 중국과 장사를 그만하라고 한다. 중국은 한국이 칩4에 가입하면 무슨 패악질을 할지 모른다. 중국이 패악질하면 우리는 앉아서 당해야 한다. 중국이 패악질한다고 해서 중국을 욕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중국이라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입지를 좁혀버린 측면이 많다. 한국의 윤석열 정권은 미국과 유럽을 선택하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을 모두 버린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해 버렸다. 아마 문재인 정권이 있었어도 그 선택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권은 항상 인민의 이익과 반대되는 방향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축소와 후퇴를 선택해 놓고 마치 전진과 확대를 선택한 것처럼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칩4동맹 가입에 대한 입장을 8월 말까지 제시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한국을 동맹국으로 대하는 태도라고 하기 어렵다. 누가 동맹국에 이런 식으로 최후통첩을 하는가? 한국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미리 사전협의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타진하는 것이 예의다.

미국이 최후통첩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고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종의 선전포고다. 어떤 패권 국가가 동맹국에 선전포고하는가.

외교는 형식이 중요하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최후통첩을 하는 것은 한국을 완전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힘으로 내리누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도 되면 한미관계는 갈 데까지 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칩4동맹에 가입하면 중국의 보복으로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의 보복에 따라 한국 경제는 붕괴할 수도 있다.

동맹국이란 미국은 우리가 중국의 보복을 받아 어떤 피해를 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다. 중국의 보복을 받아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의 일이니 나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게 동맹국이 할 짓인가? 동맹국을 곤경에 몰아넣는 것이 옳은가?

미국의 최후통첩은 만일 한국이 칩4동맹에 가입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에 보복을 가하겠다는 의미다. 아직 중국은 칩4동맹에 가입하면 한국에 어떤 보복을 가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정상적이라면 미국은 한국에 칩4동맹 가입을 요구하기 전에 그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런 보장도 없이 한국에 일방적 피해를 감수하라는 것은 적대관계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정부는 비공개적으로 차관급회의를 통해 칩4동맹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의 입장 그리고 윤석열 주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이미 칩4동맹에 가입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 같다.

칩4동맹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의 보복과 중국으로부터의 보복으로 우리가 당하게 될 피해와 이익을 동시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한국이 칩4동맹에 가입하면 반도체 이외의 분야에까지 전방위적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국에 가할 수 있는 보복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는 궁지에 빠져 있다. 미국을 선택하든 중국을 선택하든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궁지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무엇일까? 수세가 아니라 공세로 나가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이다.

한국은 미국에는 중국으로부터 보는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중국에는 미국의 보복으로부터 당할 것으로 예상하는 피해를 보장하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입장과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입장을 밝히는 것에 따라 우리는 입장을 정하면 된다. 미국과 중국이 입장을 전해오지 않으면 우리도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 애시당초 8월말까지 미국이 답을 요구했으면 그 이전에 미국도 우리의 요구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을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미국은 패권 경쟁 차원에서 한국에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많이 할 것이다. 미국은 살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생산능력을 다시 미국으로 들여와야 한다.

공급망재편이란 앞으로 미국이 공장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우리 경제의 경쟁자라면 미국은 우리 경제를 잡아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앞으로도 이렇게 나올 때를 대비해 중국 러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 아프리카 등으로 교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어차피 세계 경제가 블록화된다면 더 많은 나라가 있는 쪽에 속하는 것이 더 유리한 법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블록에서 한국은 말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러시아 중국 중동 등으로 구성된 블록이라면 한국은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위상을 차지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블록은 점차 축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 블록은 해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릭스 블록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졸지 마라. 쫄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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