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신화는 인류 영성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마고는 배우자 없이 궁희와 소희, 두 딸을 낳아

소리에서 우주 천지 만물이 나왔다는 마고 신화

마고신화 전하는 부도지, 김시습의 징심록이 출처

마고신화는 유불선이 아닌 우리 고유의 원형 문화

 

▲삼신 할머니로 알려진 무속화. 가운데 여신이 마고, 좌우의 두 여신을 각각 마고의 두 딸인 궁희와 소희로 볼 수 있다(편집인 주)
▲삼신 할머니로 알려진 무속화. 가운데 여신이 마고, 좌우의 두 여신을 각각 마고의 두 딸인 궁희와 소희로 볼 수 있다(편집인 주)

 

마고 여신 3

'부도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마고성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성이다. 천부(天符)를 받들어 선천(先天)을 계승하였다. 성 중의 사방에 네 명의 천인이 있어 관(管)을 쌓아놓고 음을 만드니, (중략)

마고(麻姑)는 짐세(朕世)에 태어나 희노의 감정이 없으므로 선천을 남자로 후천을 여자로 하여 배우자 없이 궁희(穹姬)와 소희(巢姬)를 낳았다."

선천과 후천의 사이에 '짐세'가 있는데, 마고는 짐세에 스스로 태어난 것 같다.

아마 혼돈의 시대에는 무언가 웅~하는 소리만 있었는데, 마고는 이 소리에서 태어난 것이다.

창세기에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하는데, 부도지에는 태초에 소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소리에서 창조신 마고가 태어나고, 마고가 선천과 후천의 정령을 받아 궁희와 소희를 낳고 마고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궁희와 소희 역시 선천과 후천의 정을 받아 황궁과 청궁을 낳고 백소와 흑소를 낳는다.

궁희가 낳은 황궁과 청궁, 소희가 낳은 백소와 흑소가 인류의 네 시조가 되는 셈이다.

짐세에 소리로부터 스스로 태어나 인류를 만들고 그 인류가 살 마고성을 만들었으니, 마고 여신은 참으로 창조신이자 세계를 주재하는 여신이겠다.

그렇다면 마고 이야기가 나오는 '부도지'라는 책은 도대체 어떤 책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마고여신 4

'부도지'(符都誌)는 박제상(363~419?)이 쓴 책이다.

박제상은 신라 5대 파사이사금의 후손으로 '영해' 박씨의 시조다.

일본에 가서 왕자를 구해 신라로 보낸 후 자신은 그곳에서 죽었고, 아내는 그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비극적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박제상은 15지로 이루어진 <징심록>을 썼는데, 후에 박제상의 아들 백결 선생이 '금척지'를 지어 보태고, 김시습이 '징심록 추기'를 써서 보태어 17편의 책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원문은 모두 전하지 않고, 1953년 박금이 기억을 살려 원문에 가깝게 되살려낸 '부도지'만 김은수 선생이 번역한 것이다.

<징심록>은 조선 세조 이전까지는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고려 태조 왕건은 왕사를 보내 부도의 일을 상세히 물었고, 강감찬 장군도 여러 차례 박제상의 후손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영해 박씨 종가와 차가를 성균관 옆에 거주하게 하여 대접하였고, 김시습은 훈민정음 28자를 <징심록>에서 취본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신라와 고려, 조선 초기의 왕들은 영해 박씨에 대해 은근히 대우한 셈이다.

우리나라에 불교나 유교가 전해져 사상과 생활을 지배하게 되었으나, 오래된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도 지속되었을 것이다.

대 유학자인 최치원이 '풍류도'를 이야기한 것이나 <징심록> 같은 기록이 전해오는 것도, 유불선 이전의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의 흔적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부도지'나 '한단고기'를 역사서로 보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민족적 우월감의 징표로 보는 모양이나, 나는 그저 아주 좋은 신화의 보고로 보고 있다.

이 책들에 대한 평가는 결국 학자들이 갑론을박하면서 밝혀내리라 기대한다.

다만 내몽고 지역에서 발굴된 흑피옥을 마고문명의 유물로 보고, 어떤 흑피옥 조각을 마고와 마고의 딸인 궁희와 소희로 해석하는 망발 같은 짓은 정말 삼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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