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의 모든 병폐는 조선의 중화 사대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글: 박황희(문학박사, 고전번역학자)

 

만절필동萬折必東의 본래 뜻은 충신의 절개를 나타내

공자, 큰물 관찰하여 아홉 가지 덕 뽑아내 자공에 교훈

만절필동, 송시열 등 조선 유학자들이 중화숭배로 변질

만동묘 70도 계단, 중국 천자를 개처럼 섬기겠다 상징

임진왜란 자초하고 명나라가 도와줬다고 재조번방 새겨

재조번방의 번방은 明의 수많은 속국 중의 하나를 뜻함

문재인 집권 중 중국대사로 간 인사가 만절필동 재사용

송시열같이 중국 개가 되려는 망령이 한국사회 지배해

 

▲ 경기도 가평의 조종암에 새겨진 재조번방.
▲ 경기도 가평의 조종암에 새겨진 재조번방.

 

만절필동- 萬折必東

‘만절필동’은 황하의 강물이 수없이 꺾여도 결국은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으로서 충신의 절개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후에 의미가 확대되어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의미하게 되었다.

제자인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물었다. “‘큰물을 만나면 반드시 관찰해야 한다(見大水必觀)’라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이에 공자는 아홉 가지 이유를 들어 친절하고 소상하게 설명하였다.

“물은 만물을 키우지만, 언뜻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것은 물의 ‘덕(德)’이다. 비록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순리와 법칙을 따른다. 이것은 ‘의(義)’다. 쉼 없이 흐르지만, 물은 다하여 마름(盡)이 없다. 이것은 ‘도(道)’다. 막힌 곳을 뚫어 길을 내며 백장(百丈)의 절벽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용(勇)’이며, 그릇에 담아도 기울지 않으니 ‘법(法)’이고, 공간을 채워도 한 점 빈 곳을 남기지 않으니 ‘정(正)’이다. 연약하고 작지만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찰(察)’이며, 물질을 씻어 정갈하고 아름답게 하니 ‘교화(敎化)’이다. ‘만 번을 굽어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가니(萬折也必東)’ 이것은 ‘지(志)’다. 이것이 바로 군자가 물을 관찰해야 하는 아홉 가지 이유이다.”

이른바 ‘구덕론(九德論)’이라고 하는 것이다. 《순자(荀子)》의 〈유좌(宥坐)〉 편에 보인다.

중국의 지형은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까닭에 대체로 하천이 동쪽으로 흐르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모든 일은 본래의 뜻대로 된다는 의미이다. 처음 이 말은 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었지만, 점차로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의미하는 속뜻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만절필동’의 의미를 잘 살려서 천자의 나라인 명나라에 충성하고자 하는 제후국 조선의 결연한 의지와 기상을 만천하에 드러낸 곳이 있다.

▲ 충북 괴산의 화양동 서원에 새겨진 만절필동
▲ 충북 괴산의 화양동 서원에 새겨진 만절필동

 

충북 괴산에 있는 ‘화양서원(華陽書院)’과 경기도 가평에 있는 ‘조종암(朝宗岩)’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모두 조선중화와 숭명반청을 상징하는 소중화의 성지이다.

송시열에 의해 세워진 화양서원의 ‘화양(華陽)’은 중화사상이 햇살처럼 빛난다는 의미이다. 화양서원과 함께 세워진 ‘만동묘(萬東廟)’는 만절필동의 줄임말로서 둘 다 모두 북향으로 지었는데, 명나라를 향한 사대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천자를 배향하는 만동묘의 계단이 70도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으로 지어진 것은 천자를 알현하는 신하는 개처럼 기어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평의 ‘조종암’에는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毅宗)과 함께 선조와 송시열 등, 여러 사람의 글씨가 암각 되어있다.

이곳에 새겨진 글씨 가운데 ‘思無邪(사무사)’는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毅宗)의 필적이다. 시경에 나오는 말로서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라는 뜻이다.

‘萬折必東 再造藩邦(만절필동 재조번방)’은 조선 선조의 친필이다. ‘황하는 일만 번을 굽이쳐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 명나라가 제후의 나라 조선을 다시 세워 주었다.’라는 의미로서 명나라의 재조지은[再造之恩; 망하게 된 나라를 구해 준 은혜]에 감복한다는 뜻이다. ‘황제를 향한 제후의 충성’을 다짐하는 맹세의 표현이다.

‘朝宗岩(조종암)’은 선조의 손자 낭선군 이우의 글씨이다. ‘모든 강물이 흘러들어 바다로 모인다.’라는 의미이다. ‘조종’은 가평의 옛 이름이기도 하지만, 제후가 천자를 알현함을 뜻한다. 이곳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강물이 동쪽으로 흐르는 지역이다.

‘조종’의 의미는 ‘강수(江水)와 한수(漢水)가 바다에 모여든다.[江漢朝宗于海]’라는 고사를 둔 말로서 출전은 《서경(書經)》 〈우공禹貢〉이다. 모든 강물이 바다를 향해 흘러가듯이 조선이 중국을 받들어 섬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경기도 가평의 조종암에는 재조번방 외에 만절필동 등이 새겨져 있다.
▲ 경기도 가평의 조종암에는 재조번방 외에 만절필동 등이 새겨져 있다.

 

‘日暮途遠 至痛在心(일모도원 지통재심)’은 백강 이경여의 상소에 효종이 내린 비답으로 송시열이 쓴 글씨이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지극한 고통이 마음에 있네’라는 의미로서 효종의 청나라에 대한 복수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일국의 대표인 모 인사가 중국대사로 부임하였을 때, 임지의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고 적어 파문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그러나 그의 일체의 해명은 옮기기조차 궁상맞을 정도로 초라하였다. 이는 일말의 변명조차 필요 없이 ‘알아서 기겠다’라는 명백한 중화 사대의 굴종적 외교 자세일 뿐이다.

‘만절필동’이란 말을 개인이 사용할 때는 ‘사필귀정’ 또는 ‘자신의 결연한 의지나 신념’ 등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 국가의 대표에게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명백한 충성맹세에 다름 아닌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조차도 수치스러운데,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여 자랑스럽게 ‘만절필동’의 각오로 대국에 충성을 다하겠노라는 발언을 공공연히 떠벌리던 인사가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오른 것도 모자라 이번엔 모 정당의 ‘도지사 후보’로 단수 공천되었다니 그놈 당의 저의가 자못 의심스러울 뿐이다. 도대체 상대 당과의 차별성이 무엇이란 말인가?

▲ 충북 괴산의 화양동 서원을 올라가는 계단. 계단 경사가 70도나 된다. 중국 명나라를 개처럼 섬기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 충북 괴산의 화양동 서원을 올라가는 계단. 계단 경사가 70도나 된다. 중국 명나라를 개처럼 섬기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송시열과 같이 모화주의 망령에 사로잡혀 시대를 역행하는 사대주의 인사가 어찌 감히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를 넘본단 말인가? 그런 부류의 인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어떠한 직책도 맡아서는 안 된다.

해당 지역 주민을 욕보일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국격을 떨어트리는 참담한 일이다. 충북 도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할 뿐이다.

아뿔싸 그러면 뭣 한단 말인가? 상대 당 후보는 그보다 더한 철면피인 것을, 이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또 다른 비극이다.

어쨌거나 끝내 안 팔고 남겨 둔 강남의 집값이 여전히 고공행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박 난 인생이니 자신의 선택을 '신의 한 수'로 위안 삼고 이젠 그만 은둔하여 보신하는 것이 자신의 이름을 덜 더럽히는 지혜로운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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