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만주 아득한 원시림 속에서 신화와 더불어 살던 오로첸족이 사라지고 있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오로첸족 신화가 오늘날 탐욕스러운 인간에게 경고

돌로 만든 인간 죽지 않아 숲속 생물 모두 잡아먹어

이 세상에 인간만 남아, 동물뼈+흙으로 다시 만들어

이로써 인간수명 1 백년 남짓, 세상 생물 살 수있어

하얼빈을 비롯 북만주 지역 20세기 초부터 계발 시작

1976년까지 난 계발로 숲 황폐화, 1998년 대홍수로

원주민 오로첸족 생업사냥 금지로 생존위기 속 떠돌아

 

▲ 북대황 개간을 위해 떠나는 지식 청년들의 부조(북대황박물관)
▲ 북대황 개간을 위해 떠나는 지식 청년들의 부조(북대황박물관)

 

중국 소수민족 신화 16-3(오로첸족신화)

천신 언두리가 처음에는 '돌'로 인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들은 죽지 않았다.

그들이 숲속의 모든 생물들을 다 잡아먹어 마침내 이 세상에는 오직 인간만 남게 되었다.

천신은 고민 끝에 돌로 만든 인간을 모두 없애고 동물의 뼈에 진흙을 붙여 인간을 다시 만들었다.

동물의 뼈와 진흙으로 만든 인간은 기껏해야 100년이면 죽었기 때문에 더 이상 세상의 생물들이 인간 때문에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은 결국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다는 교훈을 주는 신화다.

사실 대흥안령과 소흥안령 산맥은 에벤키족과 오로첸족 그리고 허저족의 삶의 터전이었다.

거대한 원시림은 그들 수렵민족들에게는 '녹색의 보물창고'였다.

그러던 그곳이 청나라 때 이후 외부인이 들어오면서 개간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송화강의 한적한 마을이었던 하얼빈은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1903년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동청(東淸)철도가 개통되면서 중국의 국경도시인 만주리(滿洲里)도 개발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이 철도를 통해 대흥안령산맥의 목재를 마구 실어갔다.

하지만 1950년대까지 대흥안령산맥의 원시림은 아직 울창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숲이 마구 훼손된 것은 1958년 이후 시작된 이른바 '북대황 개발 정책' 때문이었다.

특히 1966년부터 1976년까지 계속된 문화혁명 시절에는 더욱 많은 청년들이 북대황(北大荒)으로 모이게 되었다.

20여 년에 걸친 북대황 개발 경험은 그들에게 자랑인 동시에 상처이기도 했다.

마침내 '북대황'은 '북대창'(北大倉)이라는 별명을 갖게 될 정도로 중국 곡물 생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8년의 대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 중국 정부는 1999년 북대황의 개간을 전면적으로 중지하고 습지를 되살리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야생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오로첸자치기 인민 정부는 오로첸족의 사냥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조상 대대로 사냥을 하며 살아온 그들이 총을 내려놓자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오로첸족은 아직 농사지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에 따라 오로첸족이 총을 내려놓았지만, 숲속에서는 외지인들의 밀렵이 자행되고 있었다.

'오로첸 사람들은 약을 쳐서 동물을 잡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그러나 밀렵자들은 밀에 독약을 섞어 밭에 뿌려놓는다.

반경 100리 안의 새들이 모두 중독되어 죽는 것이다.

야생동물이 일단 거액의 이윤과 연계되면 그 동물들은 멸종의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소수민족인 오로첸족에게는 사냥총을 내려놓게 하면서 정작 대량으로 동물을 죽이는 사냥꾼들은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다.

오로첸족의 학자 우야즈(吳雅芝)는 지금의 오로첸 사람들은 '사불상'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사불상'(四不像)이란 만주 지역이 원산지인 사슴인데, 야생의 '사불상'은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야즈는 '사불상'이라는 단어를 써서 지금의 오로첸족의 처지를 빗대어 말하고 있다.

오로첸족은 '상인도 아니고'(不像商人), '농민도 아니며'(不像農人), '노동자도 아니고'(不像工人), '유목민도 아닌'(不像牧人) 정체성이 모호한 '사불상'이라는 것이다.

자연환경의 파괴도 심각한 것이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밀려들어오는 외부 문물과 제도 등으로 인해 수천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민족의 전통이 사라져가는 것이다.

이 소수민족들의 신화와 정신의 맥은 과연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여기까지는 김선자의 '오로첸족신화를 요약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 히스토리 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