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같다는 것은 같은 역사를 공유할 가능성 크다는 것 말한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북만주 흑룡강 지역 소수민족의 다양한 곰 신화

서신강 위그르족과 동쪽 다우르족 곰 신화 공유

오로첸족 곰 신화와 충남 공주 곰나루 신화 닮아

오로첸족 신화 속의 암곰은 오로첸족의

시조 어머니가 되었지만 곰나루의 암곰은 죽어

 

▲ 북만주 흑룡강 일대서 살아가는 오론춘족.
▲ 북만주 흑룡강 일대서 살아가는 오론춘족.

 

중국 소수민족 신화 16-2(오로첸족신화)

에벤키족이나 다우르족과 마찬가지로 오로첸족에게도 곰에 관한 신화가 있다.

에벤키인들은 곰이 원래 사람이었는데 죄를 지어 곰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곰과 사람이 혼인하여 아이를 낳는 신화도 있다.

아오루구야에벤키 이야기에서 곰은 자애로운 여성성을 가진 암곰으로 등장한다.

반대로 수곰이 여성과 혼인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곰과 인간의 혈연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곰이 바로 이들의 토템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곰이 죽으면 '잠들었다'고 말하거나 곰 고기를 먹을 때 자신들이 아니라 까마귀가 먹는다는 뜻으로 '깍깍!'소리를 내며, 곰을 할아버지(하크)나 할머니(어워)라고 부르는 것 등은 오로첸족과 비슷하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곰 신화와 다우르족 곰 신화는 매우 비슷하다.

먼 옛날, 한 늙은 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사냥을 하러 산으로 갔는데, 하얀 곰이 딸을 데려다가 아내로 삼았다.

일 년이 지난 뒤 아들을 낳자 이름을 아이리쿠르반이라고 지었다.

아이리쿠르반이 성장한 후 어머니와 아버지의 생김새가 다른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고, 자초지종을 들은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고향사람들은 아이리쿠르반이 워낙 착하고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그를 존경했다.

그러나 국왕이 그의 생김새가 특이한 것을 보고 후환을 없애려고 아이리쿠르반을 마왕국으로 보내 마왕을 죽이고 오라고 했다.

매우 용맹스럽고 비범한 아리리쿠르반은 초인적 힘으로 마왕과 싸워 이겼다.

다우르족 신화와 비슷한 위구르족 신화의 특이한 점은 곰과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버지인 곰을 죽인다는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 사는 다우르족과 머나먼 서쪽의 위구르족이 같은 신화를 공유한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것은 아마 다우르족의 조상인 거란족이 먼 서쪽으로 진출했던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오로첸족에게는 우리나라 공주 지방에 전승되는 '곰나루 전설'과 매우 흡사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사냥꾼이 암곰에게 잡혀 동굴로 들어갔다.

그리고 강제로 곰과 함께 살게 되었고 마침내 암곰이 새끼 곰 한 마리를 낳았다.

어느 날 암곰이 새끼를 데리고 먹이를 찾으러 간 사이에 사냥꾼이 도망쳤다.

사냥꾼이 뗏목을 타고 강물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암곰도 새끼를 데리고 사냥꾼을 잡으려 따라갔으나 따라잡지 못했다.

화가 난 암곰은 새끼 곰을 반으로 갈라 반은 사냥꾼에게 던지고 반은 자기가 데리고 울며 돌아왔다.

사냥꾼이 데리고 간 반이 오로첸족이 되고 암곰이 데리고 온 반은 곰으로 자라났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기는 하나, 공주 지방의 곰나루 전설에서는 암곰이 새끼들을 물에 빠뜨린 후 자신도 물에 빠져 죽는다.

오로첸족 신화 속의 암곰은 오로첸족의 시조 어머니가 되었지만 곰나루의 암곰은 죽고 말았다.

대흥안령의 깊은 삼림에서 계속 곰을 사냥하며 살아야 했던 오로첸족에게는 곰은 언제나 그들의 조상일 수밖에 없었지만, 곰나루 사람에게 곰은 더 이상 '토템'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군신화에서 곰은 환웅의 아들 단군을 낳은 시조모였다.

호랑이는 결국 사람이 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호랑이가 매우 친숙하게 남았고, 시조모 웅녀가 된 곰은 백제 땅이었던 공주 지방의 곰나루 전설처럼 희미한 잔영만 남기고 거의 사라져 버렸다.

이것이 사냥보다는 농사 위주로 삶의 패턴이 바뀐 때문인지, 아니면 예족보다 맥족의 전통이 더 쇠잔해진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신용하에 따르면, 호랑이는 예족의 토템이었고 곰은 맥족의 토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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