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흑룡강 일대에 사는 오르첸족 신화와 한국과의 친연성

라이 메르겐이 활 사용법과 수렵하는 법 알게 해 줘

정월 초하루에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하여 제사를 지내

해와 달은 생활 속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기복 대상

북두칠성은 수명과 장수, 밤의 길 잡이, 창고의 여신

산신인 바이 아차 흰 수염과 호랑이 부리는 수호신

 

▲ 해와 달을 섬기고 북두칠성을 숭배하고 호랑이 탄 산신 설화는 우리의 기층 원형 문화와 닮았다(편집인 주).
▲ 해와 달을 섬기고 북두칠성을 숭배하고 호랑이 탄 산신 설화는 우리의 기층 원형 문화와 닮았다(편집인 주).

 

중국 소수민족 신화 16-1(오로첸족신화)

에벤키족과 오로첸족은 비슷한 지역에 살면서 상당히 많은 신화를 공유한다.

눈강 유역의 에벤키족에게 전승되는 라이 메르겐 신화를 보면 솔론에벤키와 오로첸족은 원래 같은 부족이었다고 한다.

먼 옛날, 산에서 나는 열매와 동물의 고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흑룡강의 발원지 일대에 살고 있었다.

라이 메르겐이 그들의 지도자였다.

그들은 처음에 이끼 같은 것을 먹고 살았는데 라이 메르겐이 나타난 이후 활을 사용하여 동물을 잡아 먹는 법을 알게 되었다.

물론 불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동물을 마구 잡아먹다보니 흑룡강 근처의 동물들을 모두 잡아먹어 더 이상 잡을 동물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라이 메르겐은 붉은 색 큰 말을 타고 흑룡강 북쪽 기슭으로 가서 사냥을 하고 있는데, 산꼭대기에서 붉은 소나무처럼 생긴 거인이 내려왔다.

거인과 말은 모두 눈이 하나씩밖에 없었다.

거인이 메르겐을 해치려하자 메르겐은 잽싸게 흑룡강을 건너 남쪽으로 내려왔다.

"능력 있으면 따라와 봐.

건너와서 나하고 겨뤄보자!"

거인은 위풍당당한 메르겐을 보고 더 이상 건너오려고 하지 않았다.

메르겐은 마을로 돌아와서,

"강 북쪽에는 눈이 하나인 흉악한 거인이 살고 있으니 건너가면 안 되겠어요.

아무래도 사냥감들이 있는 새로운 곳으로 가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머뭇거리자 라이 메르겐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할지 선택하라고 했다.

"저와 함께 갈 사람은 잠을 잘 때 서남쪽 방향으로 눕고,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북쪽 방향으로 누우십시요."

다음 날 아침 그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이끌고 흑룡강을 따라 서남쪽 방향으로 떠났다.

이들 중 강가에서 살겠다고 한 사람들이 솔론에벤키족이 되었고, 산 위로 올라가서 살겠다고 한 사람들이 오로첸족이 되었다는 것이다.

에벤키족 중에서도 솔론에벤키가 오로첸족과 같은 부락에서 떠나온 사람들이라는 신화는 최근의 유전자 분석 결과와 거의 맞아떨어진다.

오로첸족 역시 해와 달 그리고 별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들은 정월 초하루에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제사를 지내는데, 달을 자애로운 여신이라고 생각한다.

달의 여신은 한 손에 큰 솥을 들고 다른 손에 큰 주걱을 들고 배고픈 사람들을 찾아 밥을 나누어준다.

그래서 오로첸 사람들은 사냥감이 잘 잡히지 않을 때면 달빛 아래서 '자롱나'의식을 거행한다.

깨끗한 자작나무 대접을 달빛 아래 놓아두고 달의 여신에게 기도를 올린 뒤 잠을 잔다.

다음 날 아침에 대접에 어떤 동물의 털이 떨어졌는지를 살피는데, 이것은 바로 그 동물을 사냥할 수 있다는 여신의 응답이었다.

그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해와 달이기 때문에 그들이 받드는 모든 신 중에는 언제나 해와 달의 신이 있다.

북두칠성 역시 밤길을 인도해주는 중요한 별이다.

매일 밤 나타나기 때문에 장수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북두칠성의 모양이 오로첸인들의 창고인 올론처럼 생겨서 이 별을 '올론 보르칸'이라 부르고, 북두칠성을 창고의 여신으로 숭배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여신은 원래 지상의 인간이었다.

성격이 고약한 사냥꾼 남편은 매일 여인은 때렸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여인은 말을 타고 도망쳤다.

마침 창고인 올론 옆을 지나다가 먹을 것을 챙기려고 창고에 들어갔는데, 뒤따라오는 남편에게 그만 잡히고 말았다.

여인은 더 이상 맞기 싫어 차라리 죽어버리려고 높은 창고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여인은 땅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이 가득 들어 있는 창고와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천신인 언두리가 여인을 가엾게 여겨 창고와 함께 하늘로 올려보내 창고의 여신이 되게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에벤키족과 마찬가지로 오로첸족도 산신 바인 아차에 대한 산앙이 있다.

그들은 바인 아차가 가끔은 호랑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한 마리 동물도 잡지 못한 어린 사냥꾼을 불쌍히 여긴 바인 아차가 호랑이로 변해 어린 사냥꾼에게 자기 앞발에 박힌 가시를 빼달라고 했다.

어린 사냥꾼이 가시를 뽑아주자 호랑이는 사냥꾼을 도와 많은 동물을 잡게 해주었고, 어린 사냥꾼을 집에 데려다주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오로첸 사람들은 산신을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나 호랑이로 생각하며, 그림을 그릴 때도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나 그 옆에 호랑이를 같이 그려 넣는다.

발상이 우리 산신 그림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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