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는 일제패망과 어지러운 해방정국에서도 문화강국의 미래를 내다봤다.

 

글: 윤정구(이화여대 교수)

 

해방 조국에서도 지도자가 아니라 문지기로도 감격한 백범

해방 76년,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모든 지표가 선진국 대열

백범이 소원한 대로 대한민국은 문화강국으로 우뚝 솟아

모든 분야가 성숙한 선진국 지향하나 정치만 후진국 수준

홍익인간이 단군의 이상향, 오늘날 세계선도 한류 문화로

 

▲ 서기1946.08.15. 백범 김구선생이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에서 해방 1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 한국영상자료원
▲ 서기1946.08.15. 백범 김구선생이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 앞에서 해방 1주년 기념식 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 한국영상자료원

 

대한민국은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김구선생의 호시우보(虎視牛步)

대권에 도전한 분들에게 다시 읽어보도록 권면하고 싶은 글이 김구선생의 <우리의 소원>에서 제시된 문화강국에 대한 내용이다.

김구선생은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되어야 하는 당장의 현안을 풀어가면서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야할 미래에 대한 더 큰 목적함수를 제시했다.

이 목적함수가 실현된다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문지기가 되는 소임도 서약했다. 호랑이의 해에 대한민국의 리더라면 김구선생이 그토록 소망했던 진짜 선진국에 대한 호시우보(虎視牛步)의 통찰을 배워야 한다.

호시우보(虎視牛步)는 미래를 꽤뚫어보는 호랑이의 통찰과 현안에 대해서는 우보천리하는 소의 실천력을 같이 겸비한 것을 의미한다.

김구선생은 모든 국민들이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이라는 시급한 현안 속에 매몰되어 헤매고 있을 때도 호랑이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했다. 김구선생은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내면이 성숙되어 문화강국으로 칭송될 때 제대로 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해 7월 유엔무역개발 위원회(UNCTAD)도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UNCTAD를 마지막으로 객관적 지표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분류(OECD 고소득 국가분류, UN의 인간개발지수 분류, CGD 분류, IMF 분류)에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등재되어 있다. 한 두 개의 글로벌 투자시장지수만 제외하고 대부분 객관적 지수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다.

겉으로 보이는 문화적 한류도 이런 객관적 선도지수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BTS, K POP, K 드라마에서의 선전이 눈에 뛴다. 하지만 문화적 한류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이중적이다.

K POP의 내용은 화려한 안무와 치장의 극단을 보여주지만 최근에 히트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오징어 게임, DP, 킹덤, 해피니스, 다크홀, 지옥, 기생충)은 한국사회의 치부인 양극화된 사회의 디스토피아를 상징한다.

한 마디로 건전한 문화가 근력이 되어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대의 새 스토리를 제시하는 드라마나 한류로 이어졌다기보다는 이런 것을 표현하는 디지털 기법이 발전해서 K Culture를 이끌고 있다. 문화적 한류는 대한민국의 정신적 분열과 치부를 보여주는 디커플링 사례다.

음식에 비유한다면 좋은 문화는 특별 레써피에 해당한다. 고유한 음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레써피가 최고의 레써피다. 이런 고유한 레써피가 없을 때 음식은 그냥 평범해진다.

아니면 극약처방을 써서 재료의 고유한 맛을 죽이는 맵고, 짜고, 단맛을 강조해야 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건강과 관련해 잘못된 중독을 이끄는 극약의 레써피다.

오래 전부터 한류 문화에 흐르는 디스토피아와 디커플링에 경고를 보낸 분이 김구선생이다.

김구선생이 말씀하시는 대한민국 문화의 고유한 레써피는 문화의 문해력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문해력이란 과거를 날줄로 삼고 미래를 씨줄로 삼아서 현재에 산적해있는 미제사건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만들어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문해력이 없다면 과거를 현재로 가져와 날줄로 삼고 미래도 현재로 가져와 씨줄로 삼아 새로운 미래의 운동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문화적 비전을 상실한 것이다.

김구선생은 대한민국을 노예상태에서 해방시켜 대한국민들에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존엄성을 찾아주자는 진북(True North)에 대한 큰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김구선생이 평소 생각하시던 독립국가의 모습은 경제적 대국을 넘어선 진실한 삶의 근력이 살아 있는 문화강국이다.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리더는 이런 문해력을 토대로 대한민국에 고유한 문화공작소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권교체니 민생이니가 마치 나라의 목적함수인 것처럼 호도해가며 국민들을 피곤한 정치적 현안에 중독시키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목적을 읽고 이런 맥락하에서 본인들이 제시한 현안이 왜 시급한지를 이해시키고 소통하는 리더가 문해력이 있는 리더다.

호랑이의 통찰력으로 현실의 문제를 직시해서 우직하게 달성내는 소의 근력이 있는, 한 마디로 호시우보(虎視牛步)의 태도와 역량을 갖춘 후보가 대통령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나라의 목적과 존재이유에 대한 호랑이의 통찰을 잃어버리면 민생이 모든 것의 답인 것처럼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정권교체가 모든 답인 것처럼 구태정치로 회귀하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통해 국민들을 멀미에 시달리게 만든다.

이런 지독한 근시안의 정치인들에게 나라의 운전대를 맡기면 국민들은 시시각각으로 쳐들어 오는 근시적 상황에 따라 난폭운전하는 운전자의 조수석에 타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운전자가 아닌 조수석의 국민들은 더 지독한 멀미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두 대권후보를 통해 경험하는 현실이다.

김구선생의 소원대로 대한민국을 객관적 지표를 넘어 주관적 지표인 문화에서도 온전한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대한 문해력을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한 국가의 평범한 시민으로서 김구선생이 남긴 문화강국의 유지를 소생시킬 수 있는 대통령이 나라의 운전대를 잡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새 해에는 후진국 정치의 멀미에서 벗어나고 싶다.

문화강국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준다."

인류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또 우리 민족의 재주와 정신과 과거의 단련이 이 사명을 달하기에 넉넉하고, 국토의 위치와 기타의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며, 또 1차 2차 세계대전을 치른 인류의 요구가 그러하며, 이러한 시대에 새로 나라를 고쳐 세우는 우리의 서 있는 시기가 그러하다고 믿는다. 우리 민족이 주연배우로 세계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 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는 우리 민족의 구성원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저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포에게 주는 것으로 낙을 삼는 사람이다. 우리 말에 이른바 선비요 점잖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아니하고 부지런하다. 힘드는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동포를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네가 좋아하던 인후지덕이란 것이다.

이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산에는 삼림이 무성하고 들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촌락과 도시는 깨끗하고 풍성하고 화평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동포, 즉 대한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얼굴에는 항상 화기가 있고, 몸에서는 덕의 향기를 발할 것이다. 이러한 나라는 불행하려 하여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하여도 망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자손을 이러한 나라에 남기고 가면 얼마나 만족하겠는가. 옛날 한타의 기자가 우리나라를 사모하여 왔고, 공자께서도 우리 민족이 사는 데 오고 싶다고 하셨으며, 우리 민족을 인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였으니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는 세계 인류가 모두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우리의 힘으로,,,,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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