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이로움만 취하면 나라가 어지러워 진다.

 

글: 송필경(범어송치과의원장)

맹자가 살던 전국시대 7국이 이해관계로 이합집산

지금도 표심에 따라 적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적

정치적 이로움을 쫓는 정치 철새가 나타나지 않거나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 정치 문화는 어지럽지 않을 것

 

▲ 중국 전국 시대에 산 맹자는 공자의 제자들이 남겨 놓은 자료를 섭렵하여 유학을 부흥 시켰다(편집인 주).
▲ 중국 전국 시대에 산 맹자는 공자의 제자들이 남겨 놓은 자료를 섭렵하여 유학을 부흥 시켰다(편집인 주).

 

이로움과 어지러움

『내가 ‘맹자’를 읽다가 양 혜왕이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맹자에게 질문한 대목에 이르러 일찍이 책을 덮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아! 이롭다고 하는 것은 진실로 어지러운 것의 시작이구나!

공자가 이로움에 대해 드물게 말한 것은 항상 그 어지러움의 근원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로움을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다고 했다.

왕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이로움을 좋아해서 생긴 병폐가 어찌 다르겠는가?”』

여기서 ‘나’란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다.

글은 사기 열전의 ‘맹자 순자 열전’에 나온다.

맹자가 살았던 어지러운 시절을 전국시대라 했다. 일곱 나라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 절대 강자가 없어 일곱 나라가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졌다. 이러한 외교전술을 합종연횡이라 했다.

지금 우리 선거 국면에서 여야가 이리 모이고 저리 모이는 이합집산 모습과 그렇게 다른 바가 없었다.

우리 대선은 철새 정치인의 계절이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터를 옮기는 사람이 많다.

여야를 막론하고 득표에 이롭다면 과거의 신념을 무시하고 때가 되면 날아오는 정치 철새를 받아들인다.

터를 옮기면 이제까지 적이었던 사람이 동지가, 동지가 적이 되어야 한다.

맹자는 공자를 숭상하는 제자들이 남긴 문헌을 섭렵하고 도덕의 근본(大綱)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설파하기 위해 천하를 돌아다녔다.

맹자가 양의 혜왕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맹자>란 책의 시작이다.

『“선생처럼 이름 높으신 분이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주시니 앞으로 우리나라에 이로움이 있겠지요?”

맹자가 답했다.

“왕께서는 굳이 이로움을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다만 어짊과 의로움(인의仁義)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왕께서 그렇게 말하면 신하들은 당연히 ‘어떡하면 내 집을 이롭게 할꼬?’, 서민들은 ‘어떡하면 내 몸 하나 이롭게 할꼬?’라 할 것입니다.

윗사람이건 아래 사람이건 이로움만 쫓는다면 나라가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신념이 달라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동지로 받아들인다면,

혼란의 시작이라고 역사가 사마천은 꿰뚫어 봤다.

『이로움만 취한다면 같은 조직에서

어찌 원망이 생기지 않겠는가,

어찌 병폐가 생기지 않겠는가.』

사마천의 도덕적인 통찰은 2,200여년 지난 지금도 우리 선거 문화 더 나아가 정치 문화에서 아주 유효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야를 따지지 않고 말이다.

더 이상 정치적 이로움을 쫓는 정치 철새가 나타나지 않거나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 정치 문화는 더 이상 어지럽지 않을 것이다.

***

정치 철새에 답답함을 느껴 책꽂이에서 대학 때 즐겨 읽던 사기 열전을 꺼냈다.

1977년 삼성출판사 보급판이다. 책 가장자리는 고동색에 가깝게 누렇게 떴다.

바싹 마른 잎 새처럼 책장을 잘못 넘기면 종이가 쩍 갈라진다.

작은 글씨에 세로쓰기여서 지금은 읽기가 익숙지 않다. 요즈음 책 서너 권 분량을 압축한 셈이다.

책값이 750원, 당시 생맥주 1,000cc 한 잔이 500원이었던가?

41년이 지나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유신 말기 그 당시보다 정치 문화와 정치 환경은 많이 나아졌지만, 인간 내면에 있는 이익만 좇는 욕망의 천박함은 역사가 2,200년이나 흘러도, 내 삶이 41년이 흘러도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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