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조선 이후 배달겨레 나라는 하늘 자손을 뜻하는 알에서 시작하였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부여의 개국신화, 하늘에서 계란 같은 기를 받고 시조 임신

고구려 시조도 알에서 시작, 부여 이은 징표로 동명성왕

부여 시조 동명, 활 잘 쏘는 자, 고구려 시조 주몽도 같아

▲ 백제는 부여를 이어받았다고 하였으므로 천손을 나타내는 알에서 시작하였다.
▲ 백제는 부여를 이어받았다고 하였으므로 천손을 나타내는 알에서 시작하였다.

 

백제 건국신화 3-1

부여의 건국신화를 들여다보자. 탁리국(槖離國) 왕의 몸종이 임신했으므로 왕은 그녀를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몸종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크기가 달걀만한 기가 하늘에서 나에게로 내려왔기 때문에 임신하게 되었다고 했다.(중략)

왕은 그 아이가 하늘의 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여 그의 어머니에게 그를 거두어 기르도록 하고 그의 이름을 동명이라 했으며 소와 말을 기르는 일을 맡아보도록 했다.

동명은 활을 잘 쏘았으므로 그가 그의 나라를 빼앗을까 두려워하여 그를 죽이고자 했다. 동명은 남쪽으로 도망하여 엄호수에 이르러 활로 강물을 치니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었다.

동명은 강을 건널 수 있었지만 곧 물고기와 자라들이 흩어지니 쫓아오던 병사들은 강을 건널 수 없었다. 그리하여 북쪽의 이족은 부여국을 갖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논형> '길험편'에 나오는 부여 건국신화다.

<삼국지> '동이전'에서는 동명이 출생한 나라를 고리지국(藁離之國)이라 했고, <후한서> '동이열전'에서는 색리국(索離國)이라 했으며 동명이 건넌 강을 시엄수라 했다. 대체로 탁리국이나 색리국은 고리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글자 모양이 서로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구려 건국신화는 부여 건국신화와 너무 닮았다.

하늘에서 기가 내려와 임신했다던가 동명처럼 주몽도 활을 잘 쏘았다던가 도망가는 도중에 강에서 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던가, 하는 내용들이 판박이처럼 닮았다.

두말할 것 없이 고구려 주몽 신화는 부여 동명 신화를 빌린 것이 분명하다. 다만 해모수나 유화라는 신성이 첨가되어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을 따름이다.

주몽은 나중에 아예 동명이라는 이름을 가져다가 '동명성왕'이라 칭하게 된다. 고구려가 부여를 계승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신들을 부여와 동일시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부여를 계승했다는 것은 고조선-부여-고구려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확보하는 것이어서 고조선 시대부터 거수국이었던 여러 족속을 통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제가 '자신들이 부여를 계승했다'고 덤벼들면 고구려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부여는 시조의 이름을 왜 동명(東明)이라 했고, 고구려는 왜 동명이라는 명칭을 탐내어 주몽에게 동명성왕이라는 명칭을 부여했을까?

동명이라는 명칭은 부여족이 원래 사용하던 말을 비슷한 한자로 옮겼을 것이다. 주몽 또는 추모는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데, 명궁을 뜻하는 메르겐(Mergen)처럼 계속 쓰이지 못하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다시 박원길의 <유라시아 초원제국의 샤머니즘>에 나오는 북방민족들의 명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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