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개발로 자연이 사라지면 인간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글: 이범주(자유기고가)

 

 

산업화 이후 전국 산과 들판 논, 밭이 아파트로 가득

이러다 전국이 숲과 나무 없는 콘크리트로 뒤덮일 것

이번 대통령 선거전도 개발 공약만 난무, 보존은 부재

민주당이 집권하든 국민의힘이 집권하든 국토파괴 불변

 

▲ 녹색띠(그린벨트)가 민주화 정권이 들어 선 이후 개발논리로 해제되면서 전국 산하가 아파트 단지 건설로 마구자비로 파괴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 산을 파괴하면서 흉물스럽게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편집인 주).
▲ 녹색띠(그린벨트)가 민주화 정권이 들어 선 이후 개발논리로 해제되면서 전국 산하가 아파트 단지 건설로 마구자비로 파괴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 산을 파괴하면서 흉물스럽게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편집인 주).

 

지금의 과도한 개발은 후세를 수탈하는 것

7~80년대와 지금을 생각하면 세상 변한 게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하다. 내가 친구들과 같이 뛰어다니며 놀았던 산과 들판, 논, 밭이 모두 아파트촌으로 되었다.

50년대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한국전쟁 겪었던 사람의 자서전을 읽은 적 있다. 그녀는 당시 신천을 건너 한참 걸어서야 대구에 도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랬던 신천이 이제는 대구시의 한 가운데를 흐른다.

“지금까지 이런 데 앞으로 10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이런 생각을 가끔 한다. 언젠가 공상과학[SF]영화에서 모조리 금속으로만 만들어진 행성이 등장하는 장면을 본 적 있다.

지금까지 세상이 변해 온 내력을 생각하면 지금 도시 가까이서 간신히 명맥 유지해온 강과 내, 들판과 삼림마저 나중에는 결국 모조리 콘크리트에 덮일 거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제 국힘당 대선주자들이라는 자들이 나와서 토론하는 걸 인내심 발휘하며 들었다. 원희룡이는 한일 해저터널을 건설하자 제안하고 다른 후보들은 첨단산업단지 조성,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을 말한다. 개발, 개발이다. 지역경제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아하니 다음 정권 들어서면 다른 토목공사 또 벌어지게 생겼다. 이명박 때는 4대강, 문재인 들어서서는 전국에 태양광 설치하고 30년 ‘늙은 나무들’ 솎아내고 경제성 있는 삼림 만들겠다며 전국의 산을 도륙 냈다.

국힘당이든 민주당이든, 다음 정권 들어서면 또 다른 수 많은 토건 사업이 벌어질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박근혜는 밀실에 유폐되어 공주 놀이하느라 그랬나.

토목사업 새로 벌인 건 별로 없는 거 같다. 무지하고 게을러서였을까. 그녀는 일하지 않았다. 무위 다스림(無爲之治)의 구현인가, 영악하고 부지런한 딴 대통령들 생각하면서 난 차라리 그녀가 성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후보라고 나와서 다들 말도 잘 하더구먼. 온갖 수치를 주워섬기며 국정에 숙달된 듯한 분위기 풍기지만 정작 생활고에 시달리는 기층 민중들의 구체적 현실에 대한 파악과 공감은 없었다. 분단과 예속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었다.

오로지 경제를 어떻게 살리고 어떻게 지역을 개발할 것인가에 몰두하는데 사실은 그런 것들은 있는 자들 더 배부르게 하고 그들에게 돈 더 벌 수 있게 하는 것들일 뿐이다.

발상이 이러하니 다음 정권에도 전국에서 개발 빙자한 토목공사가 힘차게 진행될 것이고, 지금 간신히 남아 있는 약간의 대지, 강, 내, 삼림들은 콘크리트로 덮일 것이며, 자본가들의 지갑은 더욱 두둑하게 채워질 것이다.

어떤 이는 말하겠지. “아니 이 사람아, 기업이 개발과 성장에 참여해서 일자리를 유지하고 만들어야 사람들도 고용되어 먹고 살 수 있을 거 아닌가.” 난 이 말 부정할 자신은 없는데 그래도 한 가지는 안다.

이런 작태는 후손들이 살아야 할 미래를 지금 사는 자들이 도둑질하는 행위로서 지속 가능한 모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난 안다. 미개발(未開發)의 여지(餘地)가 있어야 그거라도 파먹으며 후세들이 살 수 있을 거 아닌가.

선대가 다 해 처먹으면 그들은 뭘로 먹고살 거냐. 녹지가 사라지고 강과 내가 말라버린 콘크리트 행성에서 사람이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말이다.

대지, 물, 공기, 삼림 등의 자연환경은 한 번 망가지면 좀처럼 회복될 수 없다. 지하자원도 한 번 파내면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회복과 재생을 할 수 없으므로 그런 자원들은 장기적인 계획에 근거해서 매우 사려 깊고 신중하게 써야 한다.

그러나 재생 불가의 소중한 자원들이 개인적으로 소유되어 당장 이윤창출을 위해 허겁지겁 소모되어야 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이런 신중함과 심모원려(深謀遠慮)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생산 활동이 인민들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신중하게 계획적으로 행해지지 않고, 이윤창출이 주된 목적으로 되어 이루어지는 한, 민주당이 재집권하거나 국힘당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환경오염, 승자독식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민주당에 쌍욕을 날리고, 국힘당이 집권하면 국힘당을 저주한다.

배는 고프고 지갑은 비어가지만 이런 쌍욕과 저주가 마치 언론의 자유라도 되는 양, 정의구현이라도 되는 양 자위하면서 우리는 또다시 이 고달픈 착취와 수탈의 세상을 견뎌야만 할 것이다. 기존 세상에선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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