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은 북한 핵이 한반도 전쟁 억제력을 가진 전략 자산임을 알아야 한다.

 

글: 한설(국립춘천대 초빙교수, 예비역 준장)

 

 

미중 패권경쟁 속 북한 핵은 전혀 다른 성격으로 부상

중국의 대북한 식량 등 원조는 원조가 아니라 공물

미국은 중국 견제하려면 북한 우방으로 끌어들여야 해

중국이 북한 대우하고 남한에 함부로 하는 것은 핵 때문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위라 일본의 독도침탈이 가능

일본의 재침이 불가한 것은 한미동맹이 아닌 북한 핵 때문

 

▲ 북한 지난 2020.10.10. 북조선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이하여 대규묘 심야 열병식을 가졌다. 여기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선보였다. 자료: 와이티엔 보도 발췌
▲ 북한은 지난 2020.10.10.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이하여 대규묘 심야 열병식을 가졌다. 여기서 다탄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선보였다. 자료: 와이티엔 보도 발췌

 

북한 핵의 지정학적 의미

북한 핵 문제를 이야기하면 무엇을 하자는 이야기냐 하면서 결론을 내놓으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일도양단 식으로 결론을 내리기 쉽지가 않다. 상황에 따라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상황을 특징짓는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정도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핵의 성격 변화이며 둘째는 안보 상황의 변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중 패권경쟁이다.

이제까지 미·중패권경쟁의 전개가 북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번 이야기했다. 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와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전략적 의미변화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여러 번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포섭해야 하는 가장 우선적인 대상은 북한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최상의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가 되고, 오늘의 친구는 내일의 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북한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하면 중국견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첫째로 언급한 북한 핵의 성격 변화는 매우 미묘하다. 북한은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핵을 만들었다. 남한의 경제적 우위와 재래식 군비경쟁에서의 열세 등이 작동을 했을 것이다. 북한 핵은 처음에는 남한에 일방적인 위협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북한이 중국에 대해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자산이 된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중국이 북한에는 큰소리 못 치면서 남한에 대해서는 마치 종주국처럼 행세하려고 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 때문이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가 되지 않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격렬한 반대를 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중국에 대해 저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북한의 핵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안보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소위 안보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중국이 북한에 원조를 끊으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 북한에 주는 중유와 식량 등은 원조과 아니라 일종의 공물이라는 하는 의미까지도 지니고 있다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중국을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물인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이런 미묘한 관계로 인해 중국이 남한에 대해 군사적인 압박을 가하기가 쉽지 않다. 사드의 배치 이후 중국이 남한에 경제적 압박을 가했지만, 군사적으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것은 미군의 주둔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의 존재로 인해 중국의 행동 자체가 제한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그저 그런 나라였다면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에도 북한 핵은 현상유지를 위한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중패권경쟁의 상황에서 한반도는 냉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최전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요즘에는 대만이 더 중요하지만,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대만은 직접 중국과 충돌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한반도는 대리전쟁이 가능한 곳이다.

한국전쟁을 국제적 성격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적 성격을 의미한다.

미중패권경쟁이 극심해지면 그 충돌의 전선이 되기 가장 쉬운 지역이 한반도다. 그런 점에서 미중패권경쟁하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은 냉전당시와 별로 다르지 않다.

미국은 도전을 받는 처지에서 훨씬 공세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가장 가능성 있는 지역이 한반도다.

현재 한반도에서 전쟁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북한 핵의 존재는 미국도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기 어려운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북한 핵은 일정하게 현상유지의 힘으로 작동한다. 한일 간 독도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미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역사적 유산으로 인한 충돌의 소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의 태도가 강력해진 것은 전략적 가치의 제고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

미·중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일본은 미국의 전략적 중심이 되었다.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축을 스스로 자임함으로써 일본은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가는 무엇일까? 동아시아지역에서 일종의 종주권을 인정받는 것이다. 일본이 남한에 대해 공세를 가한 이유는 단순하게 일본 사회가 보수적으로 변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일본은 미국에게 한국을 자신의 하위 동맹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 입장이 결국 아베 정권의 수출재 제로 이어진 것이다.

소위 한국의 안보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한일 간 군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한국은 외통수에 몰려있는 신세다. 전략적으로 매우 불리하다. 그러므로 일본은 이런 취약점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것이다. 결정적인 단계에서는 한일 간 군사적 충돌도 충분하게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이 일본에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고하게 인정해주면 군사적 충돌이라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일본을 견제할 힘은 무엇일까? 북한의 핵이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력은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에는 마치 경제력이 전쟁 무력보다 중요한 것처럼 생각한다. 경제력이 군사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착각이다.

군사력이 기본이다. 군사력은 경제력보다 더 중요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 핵은 그런 점에서 국력의 핵심이다.

북한 핵이 남한에는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소로 작동하는 것 같지만 더 넓게 보면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서 현 상황을 유지하게 하는 균형의 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핵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단순하게 남북관계에서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인식이 있어야 북한 핵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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