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재 침략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글: 한설(국립순천대학 초빙교수, 예비역 준장)

 

냉전체제서 한국의 경제 성공은 자본주의 우수성 과시

일본이 분단 안 되고 우리가 된 것은 냉전체제 결과물

미국에게 동맹에서 일본은 상수고 한국은 변수에 불과

일본은 이를 이용해 한국을 속국으로 만들어 지배 시도

주한 일본공사의 ‘대통령의 자위행위’ 발언은 계획된 것

일본을 이기려면 남과 북이 협력하여 분단 극복해 나가야

 

▲ 주한 일본 대사관 소마 공사가 문 대통령에게 자위행위라는 표현을 써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료: 제이티비씨 방송 발췌
▲ 주한 일본 대사관 소마 공사가 문 대통령에게 자위행위라는 표현을 써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료: 제이티비씨 방송 발췌

 

<일본 고위 외교관이 문재인에게 자위행위하고 있다고 말한 배경>

일본과의 관계는 껄끄럽다. 일본의 식민통치를 통해 우리는 상처를 입었고 자존심을 상했다. 일본은 배상했으니 이제 새로 시작하자고 한다.

상처 입고 자존심 상한 우리는 과거를 없던 그것처럼 묻어버리고 새로운 관계로 나가기 어렵다. 게다가 간혹 지금은 일상적으로 우리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기도 한다.

박정희는 자존심을 잠시 접어두고 일본의 도움을 얻어 경제발전을 하기로 했다. 한국은 냉전의 진열장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직접적인 관심 대상이었다. 세계 최빈국 한국의 성공이야말로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일본도 냉전 상황의 직접적인 수혜자다. 냉전이 아니었다면 일본은 갈가리 찢겼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냉전 덕분에 패전하고도 그대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대접을 잘 받은 패전국이 일본이었다. 독일은 동서로 나뉘었지만, 일본은 그대로 국토를 유지했다. 대신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었다.

한국이 일본의 배상금을 종잣돈 삼아 경제개발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세계정책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냉전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을 거점으로 소련의 팽창에 대응하기로 했다.

일본은 미국의 하위동맹자였지만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의 동맹국이 되었다.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미국과 동맹을 맺었다. 같은 동맹이지만 차원이 다르다. 미일 동맹과 한미동맹은 말만 동맹이지 차원이 다르다.

비록 일본이 미국의 하위동맹자라고 하지만 북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거점이자 미국의 대리인이라는 지위를 그대로 확보했다.

마치 20세기 초반에 독일의 아시아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은 것처럼 미국은 소련과 중공의 진출을 막기 위해 일본과 동맹을 맺은 것이다.

일본은 20세기 초반부터 세계적인 제국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영일동맹과 비슷한 지위를 미·일 동맹을 통해 유지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 광복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으나 여전히 국제관계 측면에서 1900년도 초반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 한국을 하위동맹국으로 삼아 중국의 진출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냉전으로 패전국 일본의 국제정치적 위상이 올라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중패권 경쟁하에서 일본의 국제정치적 위상은 훨씬 높아졌다고 보아야 한다.

아베 정권의 일본이 한국에 유달리 강력한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일본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몫을 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의 문제다.

일본이 무엇을 요구할 것 같은가? 당연히 한국과의 관계에서 우월적인 지위다. 비록 제국주의 시대처럼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북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확고한 대리인 자격을 요구할 것임은 명확한 일이다.

스가 정권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위협을 일본의 위협으로 본다는 태도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 간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 편을 들어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일본은 무슨 대가로 그런 모험을 감수했다고 생각하는가? 일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미국과 한국의 관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국은 대만해협의 전쟁에 참여한다고 해도 국제정치적으로 얻을 것이 거의 없다. 오히려 안보적 취약점만 드러난다.

최근 일본 대사관 공사의 발언으로 조야가 시끄럽다. 일본 외교관의 말실수라고 하지만, 그것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한국이 뭐라고 해봐야 별 볼 일 없다는 의미다. 실제 그렇다.

우리는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미국에 있어서 일본과 관계는 한국과의 관계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하다. 일본과의 관계는 상수고 한국과의 관계는 변수에 불과하다.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정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정권은 모두 일본의 위상과 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경솔하기 짝이 없는 대일정책으로 자기 뜻만 곤란하게 만들었다. 힘이 없으면 도광양회하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얕잡아 보는 이유는 힘도 없으면서 자꾸 덤비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의 관계나 개인의 관계나 별로 다르지 않다. 힘도 없고 별 볼 일 없는 자가 자꾸 깐죽거리면 한대 패고 싶어진다. 지금 일본이 한국을 보는 태도가 아닐까 한다.

남북이 갈라진 상황에서 일본과 대등한 관계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을 극복하고 싶으면 힘을 길러야 한다. 그 힘은 경제력과 군사력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남북 간 대치와 갈등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영원히 일본의 노리개가 된다.

그런 점에서 금강산을 폐쇄한 이명박과 개성공단을 닫은 박근혜는 민족반역자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말만 앞세우고 남북관계를 후퇴시킨 문재인 역시 그런 평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반일감정을 고조시켜 국내정치에 이용하면서 한국의 국제적인 입장만 곤란하게 만든 문재인은 이명박과 박근혜보다 더 나쁘다고 하겠다.

일본의 고위 외교관이 문재인이 자위행위하고 있다고 하는 말은 예의에는 어긋날지 모르나 일본이 한국의 상황을 매우 냉정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이 결국 일본을 방문하여 머리를 조아릴 신세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 장난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이 문재인 정권을 보는 시각이다. 일본의 관점에서 문재인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는가?

결국,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 일본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문재인은 지금의 상황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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