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서평 - 우리 안의 식민사관

역사학자 이덕일의  '우리 안의 식민사관'

#1.  지난해 모 정부산하기관이 서울 소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나는 세미나 참석차 방문을 했는데, 알고보니 그 호텔의 이우영 회장은 조선왕족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였다. 그는 할아버지가 친일행각으로 받은 땅을 국가에 반납하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7년째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다. 행사가 끝나고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올라탔던 엘리베이터는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제품이었다. 친일파와 전범기업은 아직 건재했다.

#2.  같은날 귀가하면서 뉴스를 봤다. 얼마전 이인호 KBS이사장이 전경련에서 강연을 했는데, “박헌영이 친일파 청산을 하자는 것은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 때문”이며, 반면에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를 해산시킨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감옥에 있는 동안 서양책을 엄청나게 읽고 서양의 학문을 쌓아서 프린스턴대에서 국제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라며 "그 시대에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봐도 특출하게 동서양의 학문을 다 꿰뚫어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이인호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를 지낸 역사 전문가이며, 핀란드 대사, 러시아 대사를 지낸 지도층 인사이기도 하다. 그녀가 우발적으로(?)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 확신범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문창극 전 총리후보의 교회강연에 대해 ‘감명을 받았으며“ 과거 참여정부의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해서는 안될 짓“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방이 되었지만, 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까 의문을 가지게 되었는데, 의문점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책이 나왔다. 역사저술가 이덕일 박사의 <우리 안의 식민사관>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이라는 책을 통해 저자는 동북아역사재단의 문제점을 짚은 적이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는 역할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뿌리에 식민사관이 존재함을 밝힌 적이 있다. 특히 저자는 김교헌, 이상룡, 박은식, 이시영, 신채호 같은 독립운동가들이 모두 고대사를 연구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시간이 남아 고대사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고대사 자체가 독립전쟁의 최전선 사상전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식민사학자라고 고백한 사람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2012년 경기도교육청 자료집 사건에 대한 동북아역사재단의 행동, 식민사학자들의 실증사학 비판을 통해 식민사관이 아직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식민사관에 맞서 ‘식민사학 해체 운동본부’를 발족한 저자는 동북아역사재단에 공개토론을 제의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해방후에도 조선사편수회의 일본인들이 한국을 계속 방문했던 사실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한국 사학계의 태두격인 이병도(전 서울대 교수)의 경우, 전사한 인물들을 신으로 모시는 일본 덴리교의 도복을 입고 예배를 참석하였다고 한다. 해방후에도 식민사학의 카르텔은 공고했던 것이다. 이러한 식민사관의 생존패턴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학계에서 정리가 끝났다고 우기기 △사료 가치 폄하하기 △변형이론 만들기 △이론이 다른 학자 죽이기 △발굴결과 뒤집기 등이다. 

 

저자는 나치의 지배를 4년간 받았던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해결 방안을 설명한다. 프랑스는 나치 청산을 할 때 처벌당한 프랑스인은 50만명에 달하며, 처형된 인원만해도 1만명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친일파가 청산되는 대신 권력을 잡았고, 매국의 댓가로 받은 재산은 그대로 보존되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의 뿌리는 대부분 이 문제에 맞닿아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저자는 ‘일제 강점 찬양 처벌법’의 제정을 주장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전쟁을 할 때 첫 희생양을 삼은 나라는 항상 우리나라였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유성룡이 썼던 <징비록>조차,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먼저 발간될 정도로 일본은 전쟁이 끝났음에도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을 정도였으니까. 최근 일본의 우리나라 도발 수위는 예전에 비해 높다. 만약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과연 우리편을 들까? 아니면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처럼 일본의 편을 들까? <우리 안의 식민사관>은 단순히 과거의 일을 들춰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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