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문명은 우리와 떼어 놓을 수 없는 맥이족 문명...

 

마야 신의 명칭과 지명으로 본 ‘한’

‘마야’라는 말은 우리 귀에 결코 낯설지 않다. 붓다의 어머니가 바로 ‘마야부인’이기 때문이다. 인도 범어에서 ‘마야’라는 말은 ‘우주의 기원 (origin of the world)’, 혹은 ‘망상의 세계(world of illusion)’라는 뜻 이외에 ‘위대함(great)’, ‘재다(measure)’, ‘마음(mind)’, ‘마술(magic)’, ‘어머니(mother)’ 등 다양한 뜻을 갖는다.(Arguelles, 1987, 17) 순수한 우리말에서도 ‘엄마’ 그리고 무엇을 재고 측정하는 말로서 ‘마’ 등이 있다. 이는 불완전 명사로서 ‘얼마’ 등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 향가에서 ‘마’는 불완전 명사로서가 아닌 옹근 명사로서 도수를 의미하는 ‘현마, 명마, 언마’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우리 말 ‘마’를 고대 수메르어 ‘메ME’에 연관시킨 적이 있다. 수메르어에서 ‘메’ 혹은 ‘마’는 반드시 신과 연관이 되는 말로서 신이 세상을 다스리는 기준, 척도 혹은 잣대와 같은 것으로 수메르 신들은 수많은 메 혹은 마를 자기 손에 들고 있다.(김상일, 1987, 388) 바로 수메르어의 ‘마’ 혹은 ‘메’, 그리고 우리 말 ‘마’가 중앙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마야’라는 말에 접근한다. 더 확실한 근거를 우리는 더 많은 예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근원에 대한 비교를 통해 우리는 궁극적으로는 마야인들이 사용한 역법(曆法)이 동북아의 역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의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야 연구 학자 칼레만은 라이스의 말을 인용하여 ‘Maya’라는 말은 시간적으로 달력의 오월을 의미하는 ‘May’와 어원이 같다고 한다. 그 의미는 ‘13 카툰의 주기(cycle of thirteen katuns)’라고 하면서, 이는 곧 ‘13카툰 주기의 사람들(the people of the cycle of the thirteen katuns)’과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공간적 의미는 ‘동서남북 사방의 사람들(the people of the four directions)’이라고 했다.(Calleman, 2009, 36) 칼레만의 견해에 의하면 ‘마야’라는 말은 시공간 모두에 해당되는 말로서 시공간을 두루 측정하는, 그리고 셈하는 언어인 것이다. 이것은 정확하게 수메르어와 한국어의 그것이 일치함을 보여준다. 삼국유사에도 신이나 왕만이 금척(金尺golden measure)이라는 삼각자를 들고 우주와 시간의 도수를 재고 있다.

마야의 한 도판에는 뒷배경의 흑암 세계에서 우주가 창조되는 모습을 그린 것이 나온다. 마야의 중부지대에서 발견된 것인데 세 명의 신들이 흑암에서 우주를 창조할 때에 사물을 측정하는 끈을 사용하여 그 도수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멕시코의 테오티와칸 신전에 설치된 깃털달린 뱀(Quetzalcoatl), 마치 거북선 용머리처럼 신전 벽에 튀어 나와 있다. 케찰꼬아틀로도 현지에서 불린다. 손성태교수에 의하면 꼬아틀은 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말에 '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 꼬아 있다' 등의 말과 같은 뜻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멕시코 마야 문명은 우리와 문화적으로도 닮은 부분이 많다(사진풀이: 오종홍).

각각의 끈은 모두 중앙에 있는 신의 머리 위에 와 매듭을 만든다. 여기서 주요한 것은 끈이 가로와 세로를 만들어 사각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 가로줄에 있는 끈은 좌우로 나뉘어 아랫부분에 있는 좌우 두 신들의 손에 와 닿는다. 우측 신의 오른손과 좌측 신의 왼손에 와 각각 닿고 있다. 이 좌우의 끈이 모두 중앙의 신 머리에 와 매듭을 만들고 있다. 여기서 뚜렷이 보이는 것이 우주 창조 과정에서 세신들이 서로 흑암의 무질서에서 우주 질서를 도출해 낼 때에 끈을 통해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세 신을 각각 은유적으로 단군, 환웅, 환인에 비정할 때에 단군이 당연히 중앙의 신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신화가 삼국유사의 금척 신화와 연관이 될 것이다. 김시습은 그의 ‘징심록추기(澄心錄追記)’에서 조선의 태조 이성계에게 신인이 꿈에 나타나 금척을 주어 그것을 받아 왕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말에서 ‘마’는 ‘위대함(great)’도 포함돼 있어서 임금을 ‘마마’라고 하였으며, 신라에서는 눌지가 이사금을 죽이고 ‘마립간’이 된다. 그래서 ‘마’는 왕에게만 붙이는 칭호이다.

이러한 기록들을 보면 ‘마’는 사물을 측정하는 잣대와 같은 것으로서 고대 마야 사회와 한국에서는(수메르까지 포함하여) 공히 혼돈에서 질서를 만드는 신들이 금척과 같은 사물을 재는 도구를 가진 자들이었다. 하늘의 운행도수를 재는 도구를 두고는 ‘선기옥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4장에서 진행될 것이다. 선기옥형의 재는 도구가 바로 위 도상에서 본 바와 같은 끈인 것이다. 드디어 현대 과학의 ‘끈 이론(string theory)’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기본 질서는 가로와 세로로 된 측정 도구인 것이다. 이 측정 도구가 주요한 이유는 그것 자체로서 보다는 그것이 ‘대각선’이라는 제 3의 선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마야’라는 말은 우주의 도수를 재는 것과 그 의미를 같이 한다. 라이스라는 학자는 ‘마야 정치학(Maya Political Science)’이라는 자기 책에서 마야의 모든 것 그 가운데서도 정치는 모두 마야의 달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력(曆)을 아는 자가 정치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야’라는 이름의 유래는 결국 우주 달력에서 찾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마야의 같고 다름은 두 문명권이 사용한 달력의 체제와 구조의 같고 다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야를 연구한 학자 포르티야는 “중앙아메리카 사람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하늘을 관찰해야 할 것이다”(애브니, 2007, 290)라고 했다. 애브니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하늘을 관찰한 것에 대해서 말하기를 “우리는 그들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같은책, 293) 그러나 이것은 단견이다. 만약에 애브니가 동북아로 눈을 돌렸더라면 마야인들을 말 그대로 뺨칠 정도로 하늘을 관찰한 사람들은 고구려인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 탄복했을 것이다(2부에서 계속).

글: 김상일(전 한신대 교수, 미국 클레어몬트대학 과정사상 박사)

저서: <한사상> <한철학> <현대 물리학과 한국 철학><퍼지와 한국 문화> <윷의논리와 마야력법>등 20여권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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