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모계사회에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로 발전하였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부도지와 기독경은 천지창조를 소리와 말씀이 했다고 함

만주족 창세신화는 천지만물이 물에서 나오고 생명 근원

생명을 공기, 빛, 물 3가지 보아 우리 3 사상과 닮은 꼴

만주족은 여성을 먼저 창조, 기독경은 남성을 먼저 만듦

만주족 창세신화가 기독경 신화보다 오래된 것 추정 가능

몽골의 알랑고아 신화와 고구려 유화부인 신화의 동질성

 

▲ 주몽이 버들꽃아씨의 아들이었 듯이, 청제국을 세운 누루하치도 버들여인의 도움으로 나라를 세운다.

 

 

만주 창세신화 4

 

성경에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했는데, 신•구약 전체가 말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도지에는 태초에 '소리'가 있었다고 했고,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고리인 오금(烏金)을 달고 있었다고 했다.

마고성에 살던 사람들이 죄를 짓자, 하늘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오금이 토사(兔沙)로 변해 버렸다고 한다. 또 황궁은 나중에 바위가 되어 복본(復本)을 위해 조음(調音)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고의 창세신화가 모두 '소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는 뜻이다.

아부카허허는 '물거품'속에서 스스로 나타났고, 만주의 창세신화는 생명의 근원인 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부카는 하늘이란 뜻이니 하늘도 물에서 나온 것이고, 바나무허허나 와러두허허 역시 아부카허허의 몸에서 나왔으니 땅도 별자리도 모두 물에서 나온 셈이다.

허허는 여자라는 뜻이자 여음이고 버드나무이기도 하니, 물은 여자와 여자의 성기 그리고 버드나무와 함께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셈이다.

천궁대전 그러니까 우처구우러본은 만주 여기저기에 퍼져 있지만, 원래는 흑룡강 주변에 사는 흑수여진의 창세신화라고 한다.

흑룡강은 만주를 양팔로 감싸고 있는 험준한 대•소 흥안령 산맥을 감돌아 오호츠크해로 빠져 나간다.

흑룡강은 몽골의 여러 강으로부터 합류한 물줄기가 동쪽으로 흘러 대•소 흥안령의 물줄기를 받아 거대한 강이 되었다.

그 강을 근거지로 척박한 기후를 견디며 강인하게 살아오던 흑수말갈은 말갈족 중에서도 가장 강한 전투력을 지닌 족속이었다고 한다.

원래 북경 근처 난하 동쪽에 살던 숙신은 활로 유명한 족속인데, 만주에 있던 민족들의 대이동기에 동쪽 끝으로 옮겨가서 읍루가 되었다가, 물길 말갈 여진을 거쳐 청나라가 세워진 이후에는 만주족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니 만주족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고, 그중 흑룡강 주변에 살던 흑수말갈은 가장 용맹스런 족속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니 당연히 그들의 여러 이야기가 몽골 등 여러 민족과 마찬가지로 대서사시로 이어져 왔을 것이다.

그런 흑수말갈이 살던 곳에서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고, 민족적 대 위기 상황 속에서 버어더인무라는 대샤먼이 양쪽 병사들을 치료하면서 사흘 밤낮으로 우처구우러본을 설창했다니, 우처구우러본은 실로 길고긴 대서사시였을 것이다.

부육광의 아버지가 샤먼 백몽고에게서 구술을 받을 때, 백몽고는 아편에 찌들어 있어서 구술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백몽고에게 아편을 먹이면서 구술작업을 했다니 아마 큰 뼈대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빠져버리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이 간다.

우처구우러본을 모두 설창할 수 있는 대샤먼을 통해 제대로 구술을 받았더라면, 게세르나 마나스 그리고 장가르에 못지 않을 대서사시로 남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너무 곁가지로 빠져버렸나?

 

만주 창세신화 5

아부카허허는 공기와 빛과 자신의 몸으로 만물을 만들어 허공에 만물이 많아졌다고 했다.

아부카허허의 몸은 물거품에서 나타났으니 결국 세상 만물은 공기와 빛 그리고 물로 만들어진 셈이다.

생명의 세 요소를 공기와 빛과 물로 본 것이다.

3모링에서는 짐승들과 사람이 만들어지고, 4모링에서는 악마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5모링부터서는 선신과 악신의 싸움이 계속된다.

부리야트의 게세르신화에서 악신과 선신의 싸움이 매우 치열했던 것처럼, 우처구우러본에서도 악신과 선신의 패싸움이 아주 치열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3모링에서 사람을 만들 때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먼저 만들고, 남자는 나중에 만들어진다.

여자는 아부카허허와 와두루허허의 선함과 부드러운 속성을 가지고 태어나나, 남자는 게으르고 거친 성격의 바나무허허가 만들어 못된 속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성경에서 남자를 먼저 만들고 나중에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드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아담은 이브의 꼬임으로 생명나무 열매를 먹게 되는 것과 달리, 우처구우러본에서는 태어날 때의 속성부터 여자는 선하고 밝으나 남자는 게으르고 거칠다.

다만 남자의 성기를 만들 때는 곰의 성기를 떼어다가 붙이는데, 만주족과 곰의 친연성이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여러 짐승들의 성격이 왜 그리 되었는지, 여신으로 태어난 오친여신이 어떻게 하여 못된 남신이 되어 버리는지 이런 긴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여러 신들이 선신과 악신을 도와 일종의 패싸움을 하는 이야기도 생략해야겠다.

다만 그 많은 신들이 왜 선신이 되고 왜 악신이 되는지를 살피면, 이 신들이 모두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자세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위나 바람이 악신이 된다던가 돌과 빛과 불이 선신이 되는 것 등이다.

그러니 여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신은 자연신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주 창세신화 가운데 아부카허허의 이야기를 좀더 부연해 보자.

아부카허허는 천모(天母)라 할 수 있고 버들여신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버들천모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버들여신이라고 하면 '버들꽃 아씨'인 유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몽골의 시조모인 알랑 고아는 게르의 천창(天窓)에서 빛이 들어와 자식을 잉태한다.

알랑 고아가 빛을 받아들인 게르의 벽체는 대부분 버드나무로 짜여져 있어 유화신격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했다.

아부카허허 역시 버들여신으로서 유화 신격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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