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모든 문제의 뿌리는 분단체제다.

글: 한설(국립춘천대 초빙교수, 예비역 준장)

 

자본주의 체제가 망하지 않은 것은 소련의 공산주의 때문

남한 노동자가 대우를 받은 것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 때문

기업의 노동자 살인 방치하면 경쟁력 상실 북에 먹힐 수도

남한 자본주의 잘 되려면 역설적으로 북이 더 잘살아야

 

 

▲서기2021.01.08. 국회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됐다. 원래는 기업살인처벌법인데 이름이 바뀌었다. 이 법 취지는 한해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고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것을 방지하고 죽음에 대한 기업처벌을 강화해서 희생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것이다. 이 날 통과된 법은 이런 취지가 대부분 사라진 기업보호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 수정안으로 내놓은 것인데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라 문재인 대통령도 다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날 이 법 통과를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절망속에서 절규를 하였고 이를 국회 경위들이 제지하고 강제로 쫓아냈다.편집자 주). 자료: 한국방송 보도 갈무리.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이 공동운명체인 이유>

역사는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면서 발전한다.

소련이 없었더라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해방은 어려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들이 독립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의 영향이 컸다. 소련이 아니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와 크게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제국주의지배하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다시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영국이 이집트를, 프랑스가 베트남을 다시 점령하고자 했다. 모두 소련의 간섭 때문에 무력화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자 대우가 비교적 좋아졌다. 소련 덕분이다. 노동자들에 함부로 하다가는 국가가 공산화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중산층이 가장 많았고 부유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작용했다.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사라지면서 세계 노동자들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존재는 남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박정희 시대에 경제개발을 위해 노동탄압을 했지만 그런데도 노동자들을 회유하기 위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과 같은 제도적 마련을 했던 것은 순전히 북한 때문이었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경직되어 있고 극단적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전에 한국 자본가들의 성장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이 극단적인 양상을 띤 것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몫을 내놓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희생이 굳어진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경직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한국의 사업가들이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했기 때문이다. 자본 형성의 초기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살만큼 되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으면 달라져야 한다.

만일 한국의 사업가들, 기득권들이 지금처럼 계속 노동자들과 대중을 착취하려고 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더 존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기득권들은 황금의 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 처지가 극단적으로 어려워진 것은 IMF 이후다. IMF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대중의 처지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진보 정치인인 김대중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 상황과 함께 북한의 처지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최악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무시해도 되는 존재였다. 남한 내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무시당한 노동자들이 굶어 죽어가는 시체가 즐비했던 북한을 동경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뀌었다. 김정은이 제8차 당 대회를 소집했다. 북한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완전하게 자주국방을 달성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 아니라 미국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

미국이 뉴욕과 워싱턴이 핵무기로 사라지는 위험을 각오하고 북한과 전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보다 잘 살지 못하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남한 사회의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면, 남한 내부의 동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남한이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적 번영을 계속하려면 노동자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하루에 7~8명씩 일하다가 죽어가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면서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좀 더 있으면 남한보다 북한에 가서 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남한 같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니면 국가 경제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편향된 교육의 결과다. 역사상 자본주의적 경제체제가 아닌 경우도 많았다.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도 그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살았던 역사는 있었다.

문재인에게 희망을 완전하게 접은 것은 그가 남북 간 체제경쟁이 끝났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였다. 내가 보기에 남북 간 체제경쟁은 지금부터다.

우리가 총액기준으로 북한보다 비교할 수 없이 잘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부의 불균형이 계속되고 더 심화하면 노동대중의 질적인 삶은 북한 주민들보다 훨씬 나빠질 수밖에 없다.

가진 자들은 지금 누리고 있는 풍요를 자신들의 능력 덕분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런 착각 때문에 노동자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 대중의 마음이 무너지면 모두 다 무너진다.

북한에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기득권자들이 지금과 같은 오만을 버려야 한다. 난 지금의 풍요와 자유를 누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대가 없이 무임승차하면 쫓겨나야 한다. 남한의 기득권들은 무임승차하고 있다. 계속 이러다가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남한의 노동자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으려면 북한이 성공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하려면 북한이 더 잘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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