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개국신화는 신시배달국과 북방초원민족의 열쇠다.

글: 김상윤(광주마당 고문)

 

우리 사료와 중국 사료에 부여 계승한 고구려 대륙으로 나와

부여, 고구려, 몽골 시조는 활 잘 쏘는 자로 개국 신화가 같아

소서노는 고구려, 온조백제, 비류백제를 세운 여걸로 이름 남겨

 

 

▲ 고구려, 비류백제, 온조백제 삼국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소서노 상상도.

해모수와 유화 그리고 주몽 5

주몽신화의 자료는 상당히 많다.

<동아시아 건국신화의 역사와 논리>를 쓴 조현설은 주몽신화 자료를 세 부류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먼저 고구려 당대 '광개토왕릉비문'이나 몇 사람의 '묘지명'은 고구려 안에서 전승되던 고구려 건국신화의 원형에 가까운 자료들이다.

고구려 소멸 이후의 자료로는, 고려시대의 <삼국사기>, <삼국유사>, <제왕운기>, 이규보의 '동명왕편' 등이 있고, 조선시대에도 '응제시주', <세종실록지리지>, <동국통감>, <필원잡기> 등이 있다.

<삼국사기>는 <구삼국사>를 근거로 했다니까, <구삼국사>의 성격도 고려해야 한단다.

이 자료 속에는 부여 건국신화도 소개되어 있어서, 부여 건국신화를 소개하고 있는 중국 문헌자료들과 비교 검토도 필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문헌자료들이 있는데, <위서> <양서> <주서> <수서> <북사> <통전> 등은 고구려 건국신화를 전하고 있고, <논형> <삼국지> <후한서> <통전> <만주원류고> 등은 부여 건국신화를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윤내현의 고증에 의하면, 고구려는 이미 서기전 12세기에 중국 난하 하류지역에 있었고, 부여도 오래 전부터 중국 난하 상류지역에 이웃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서기전 1세기에 건국된 고구려는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국가인데다 부여 건국신화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고구려 건국신화의 선행 형태로 부여 건국신화를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여러 논의를 검토할 수는 없고, 다만 부여의 건국시조 동명신화와 고구려 건국시조 주몽신화는 거의 비슷한 형태라는 점만 기억하자.

또한 부여 건국시조인 '동명'이라는 칭호를 빌려다가 주몽의 시호를 '동명성왕'으로 했는데, 이를 보더라도 고구려가 부여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가장 간결하게 주몽신화를 전하고 있는 '광개토왕릉비문'을 보면,

'옛날 시조 추모왕이 나라를 세울 때 북부여에서 나왔는데 천제의 아들이었고 어머님은 하백의 딸이었다. 알을 깨뜨리고 세상에 나왔고 ... 세상의 지위가 싫어질 무렵에 하늘에서 황룡을 보내어 ... 왕이 홀본의 동쪽 언덕에서 황룡의 머리를 딛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세자 유류왕에게 고명하여 운운'이라고 하여, 추모왕은 '천제'의 아들이요, 하백의 딸이 어머니라고 기술하였다.

또한 '알을 깨뜨리고 세상에 나왔다'고 하여 난생설화를 곁들이고 있다.

부여의 동명과 마찬가지로 추모왕도 활을 잘 쏘았고, 그 때문에 명궁이라는 뜻으로 추모왕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북방 유목민족들에게 활을 잘 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활을 잘 쏘는 사람을 '메르겐'이라 불렀다.

북방민족의 우두머리 이름에 메르겐이라는 칭호가 붙어 있는 경우는 매우 많다.

몽골 시조신화에 나오는 '코릴라이 타이 메르겐'처럼 명궁이라는 뜻의 메르겐은 아주 많이 등장한다.

신라의 '마립간'도 메르겐에서 왔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명궁이라는 뜻을 지닌 '추모'는 주몽 이후 다른 곳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다.

보통명사였던 '추모'가 고유명사가 된 이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추모왕이 고구려를 건국할 때, 비류국(다물국이라고도 한다)의 송양왕과 담판하는 대목이 나온다.

송양왕은 주몽보다 먼저 기반을 닦아 세력이 주몽보다 컸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양 세력을 연합하기 위해 결혼동맹을 맺게 되는데, 결국 추모왕은 송양왕의 딸인 소서노를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소서노는 이미 비류와 온조라는 아들을 낳았던 과부였다.

소서노는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반석 위에 올려 놓는데, 부여에서 주몽의 아들 유리(또는 유류)가 찾아오자 자신의 아들들을 데리고 남하하여 비류백제와 온조백제를 세웠다고 한다.

온조가 세운 백제가 나중에 남부여라는 국호를 사용한 것을 보면, 그들 역시 부여와 밀접한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유리(아마 우리말 '누리'의 한자 표기일 듯)가 주몽의 친아들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고씨가 아니라 해씨라고 하니, 주몽은 해씨의 부여족과 송양왕의 졸본부여족 세력의 비호 아래 나라를 세웠던 것 같다.

고구려는 주몽 이후 해씨가 왕위를 잇다가 6대 태조 대에야 다시 고씨가 왕위를 잇게 되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소서노는 여자의 몸으로 고구려 비류백제 온조백제의 세 나라를 건국하게 만든 여장부인데, 세계 역사에 이런 여장부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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