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알려진 일반상식은 잘 못 알려진 것이 적지 않다.

글: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신한대학원 교수)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본래 다른 의미

중국 상나라 시절에 정치모리배들을 꾸짖는 말에서 유래

 

▲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돼 있으나 본래는 중국 상나라 시절에서 다른 뜻으로 쓰였다. 자료출처: © l_oan, 출처 Unsplash

 

요즘 같은 시대에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이 불필요해진 상황에서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숱한 질타의 대상이 되겠죠.

이는 이 말이 남녀차별의 의미를 지닌 채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이 말이 쓰인 당시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의미가 달리 읽힙니다. 남녀차별이라기보다는 왕의 눈과 귀를 흐리는 모리배에 쓰였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맥락에서 쓰인 말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사마천의 《사기》 <주본기>에 나와 있습니다.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은나라 말기 주(紂)왕의 폭정과 주지육림(酒池肉林)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주무왕이 여러 제후들을 거느리고 은나라를 정벌하게 됩니다. 그때 무왕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는데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고 했소.

지금 은나라 왕 주紂는 오직 부인의 말만을 따르고 스스로 그 선조의 제사를 버리고 돌보지 않으며 국가를 혼란스럽게 하고 그의 왕부모제王父母弟들이 남긴 이들을 등용하지 않고 있소.

오직 사방의 곳곳에서 죄를 범 하고 도망쳐 온 자들만을 높이고 기르며 믿고 부리고 있소. 이들은 백성들에게 포악하고 상商나라를 범죄로 문란케 했소. 이제 나 발發은 하늘의 벌을 함께 집행할 것이오.

주왕은 애첩인 달기(妲己)의 말만 듣고 포격지형 등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고 선조의 제사도 버리는 등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무왕은 이를 암탉이 새벽에 우는 것에 비유하면서 제후들과 군사들에게 반드시 멸망시켜야 만하는 당위성을 말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무왕의 발언이 남녀차별적 발언으로 느껴지시나요? 무왕은 단순히 여성을 가리켜 암탉이라고 비유한 것이 아니라 애첩의 말에 따라 국사를 져버린 어리석은 주왕을 비난하는 의미를 더욱 크게 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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