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의 시각에 칼을 대야 그들의 종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 김상윤(사단법인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

 

 

 

서양 세계관은

‘서기전 2천 년 전후해서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전환’

우리 학계는 이것을 그대로 수용하여 서양 세계관 살포

북방민족이나 우리 역사는 이런 시각이 들어올 틈 없어

우리 역사는 이성계 조선 중반까지 여권이 남권과 대등

중기 이후 주자가례, 향약이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로 봐

 

▲서양에서는 소를 여성으로 보고 소를 잡는 그림은 모계사회가 끝나고 부계사회로 진입한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본다.

해와 달 8

'달-황소' 신화가 기원전 2,000년을 전후하여 '해-사자' 신화로 바뀌었다고 한다.

세계 여러 곳에서 신화의 주인공이 여신에서 남신으로 바뀌는 대변동이 일어났는데, 이를 '태양화시기'(The Solar Age)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인간 세상이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바뀌게 되니, 신화의 주인공도 여신에서 남신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리스신화에서도 황소는 이미 괴물로 변해버렸고, 올림푸스의 주신은 남신인 제우스가 차지하고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프레이저는 <황금가지>에서 스페인 투우 경기는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바뀐 대변동을 기념하는 놀이라고 했다.

달신이자 여신을 나타내는 황소를 남성이 칼로 찔러 죽이는데, 투우사의 칼은 햇빛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투우 경기는 모계사회를 무너뜨리고 부계사회가 승리한 대변동을 기념하는 경기라는 것이다.

중세 십자군 전쟁을 주도하던 영국 왕에게 '사자왕'이라는 칭호를 주었던 것을 보더라도, 부계사회의 등장으로 달-황소 신화가 해-사자 신화로 바뀐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가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우선 고구려 고분 벽화에 소머리를 한 우두인 신의 모습이 나오고 있고, 여러 유목민족의 국기에 초승달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북방민족들은 오랫동안 달-황소 신화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역시 그리스신화처럼 황소를 괴물로 보는 예는 없고, 오히려 지도자를 우두머리라고 불러 황소를 높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일상생활을 관찰하더라도 여성들의 지위가 아주 나빴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몽골이 중국을 지배할 때, 중국인들이 아주 싫어했던 것은 몽골 여자들이 말을 타고 시가지를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북방민족들은 오랫동안 남녀 간에 큰 차별 없이 동등한 지위를 누리고 살았다.

우리나라 또한 그러한 흐름이 유지되었던 것 같다.

고구려는 신부집에 사위가 살 서옥(壻屋)을 만드는 제도가 있어서 시집을 가는 게 아니라 장가를 들었다.

고려 역시 부모의 재산을 아들딸 구분 없이 모든 자식에게 나누어 주었고, 제사도 형제간에 돌아가면서 지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결혼한 딸이 제 차례에 친정 부모 제사를 모시기도 했다니, 남녀 간에 상당한 평등이 유지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관습은 조선 중기까지도 유지되어, 선비들이 낙향하거나 뜻을 접고 은둔할 때 처가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는데, 이것도 아내가 받아온 재산이 처가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이 들어선 이후 사대주의가 기승을 부렸는데도 조선 중기 때까지 수평적 가족관계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은, 이 관습이 우리나라에 매우 뿌리가 깊게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조선 중기 이후에 향약(鄕約)이라는 것이 고을마다 침투하고, 이른바 '주자가례'가 조선사회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게 되면서 장자상속이 대세가 되고 여성의 지위는 거의 노예 수준으로 급락하게 된다.

이른바 '서얼차대법'이라는 악법도 이때의 산물이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가족관계는 수평적 구조에서 수직적 구조로 바뀌었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미 지금부터 4,000년 전 무렵에 달-황소 신화가 해-사자 신화로 바뀌어 태양화시기가 되었다는 주장은 북방민족들에게는 딱 들어맞는 주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특정 지역의 현상을 인류 공통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처럼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조지 캠벨은 신화는 한 곳에서 발생하여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었다는 이른바 '신화 발생 일원론'을 주장하나, 나는 이런 보편화 이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어찌 인류의 신화나 문명이 특정한 한 곳에서만 발생할 수 있었겠는가?

▲ 흑피옥에는 우두인신 그러니까 '소머리를 한 사람' 모습의 조각이 많다. 소머리는 토템일 수 있고, 샤먼이 쓴 가면일 수도 있다. 흑피옥의 연대가 확정되면 중국 신화와 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흑피옥의 출토지는 중원과 거리가 먼 내몽고 울란챠프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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