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법제도의 근간이 정부수립 70여년만에 무너지고 있다.

글: 신평(변호사, 사답법인 공정세상연구소장)

 

자신에게 불리하면 '개소리', 유리하면 '사람소리'인 폐쇄 문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했다가 인민재판식 타도돼야하는 실태

법학전문대학원의 실태 비판했다 당한 경북대학 사건의 전말

 

▲ 신평 변호(전 판사)가 법원의 실상을 고발한 책이다.

[개소리 사람소리]

 

심리학상의 용어로 ‘확증편향’이란 것이 있다. 쉽게 말해, 나나 내 편에 유리한 말에는 쉽게 찬성하고 동조하나, 그에 어긋나는 말에는 불편함을 느끼고 때에 따라 공격을 퍼붓는 편견을 말한다.

영어로 ‘confirmation bias’라고도 하고, 좀 더 뚜렷한 표현으로 ‘my side bias’라고도 한다. 외국 용어의 우리말 번역은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그러하다. ‘확증편향’이라는 번역으로서는 그 뜻을 알기가 어렵다. 가령 ‘내 쪽 네 쪽 편견’이라고 번역하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좀 더 풀어 말하자면, ‘내 쪽에 유리한 말은 사람소리고, 불리한 말은 개소리라고 단정하는 편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글을 하나 썼더니 바로 이 편견에 딱 걸려버렸다. 벌집 쑤신 듯했다. 댓글로 나타내는 불만은 대체로, 내가 흠모하고 막중한 기대를 거는 윤 총장을 어찌 네깟 것이 폄훼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내가 미안한 느낌을 가질 이도 있었다. 어찌 됐건 그가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람에 대해 비판의 말을 하는 것은 죄송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나가는 말도 많았다. 내 말은 단순한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칼럼에 담긴 표현들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오랜 세월에 걸쳐 한국의 잘못된 사법체계를 연구해오며 고안해낸 것인지 그들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저 거대한 철벽을 향하여 대들다가 어떤 좌절을 겪어왔는지 모른다. 섭섭한 것은, 그들은 그런 것들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퍼붓는 그 독설들이 우리 시대의 스산한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어서 씁쓸했다.

나는 평생에 걸쳐 입바른 소리한답시고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왔다. 내 눈에는 윤 총장도 그저 그런, 겉보기에 좋은 ‘establishments’(제도권 기성세력)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자신이 가진 기성세력으로서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는 나중에 보기 좋게 자신에게 걸린 숱한, 순수한 기대와 소망을 배반해버릴 것이다.

2016년도의 일이다. 나는 한국 로스쿨의 교육과정이 어떻게 잘못되어있는지를 드러내는 책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을 발간하였다.

지금까지 어떤 로스쿨 교수이건 혹은 어떤 로스쿨 옹호론자이건 이 책의 내용 단 한 구절에 대하여 라도 그것이 오류라는 지적을 한 일이 없다. 그만큼 내용은 충실했다.

그러나 책의 출간부터 나는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인신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그 책 중에 ‘어느 로스쿨 교수가 그 로스쿨에 입학하려는 지인의 자제를 위하여 동료 교수들에게 잘 봐달라는 청탁’을 한 사실이 딱 한 줄 언급되어 있었다. 이것을 그들은 물고 늘어졌다. 허위라는 것이다.

아마 교수들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다. 경북대 로스쿨 학생들이 나를 소환하였다. 말 그대로 ‘인민재판’을 했다. 두 시간 이상에 걸쳐 물 한 모금 마실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은 ‘경북대 로스쿨 부정입학의 청탁’은 없었다는 허위사실을 자백하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 청탁의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 있다고 하는데도 그들의 귀에는 내 말은 들리지 않았다.

입학청탁은 ‘개소리’고, 입학청탁이 없었다는 것은 ‘사람소리’였다. 그들은 ‘개소리’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닦달했음에도 원하는 대답을 거부하자, 그들은 학내 곳곳에 나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써 붙였다.

입학청탁을 한 교수가 주동이 되어, 교수들도 입학청탁이 없었다고 대자보를 펄럭이게 했다. 경북대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이 되고 그 심문을 받았으나, 그들도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사람소리’만을 듣고 싶었지, 내가 하는 ‘개소리’에는 콧방귀를 뀌었다.

나아가서 입학청탁 교수는 대담하게도 나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했다. 미리 각본을 짜놓았으리라.

김종철 담당 수사관은 측은한 듯이 나를 보며, 빨리 거주지를 대구 이외의 곳으로 옮겨 대구지검의 관할을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잔인한 포위망이 시시각각 압축되어옴을 느꼈다. 그 포위망의 한 축은 윤 총장의 핵심 심복 소리를 듣는 권방문 검사였다.

어찌어찌하다가 내 하소연을 들은 어느 국회의원이 나도 모르게 검찰국장에게 연락하여, 그가 대구지검장에게 전화하고, 그래서 이 어이없는 형사고소는 무혐의로 끝났다.

그러나 나는 길고 긴 암흑의 시간을 보내어야 했다. 대자보가 휘날리는 대학의 교정에 들어서는 것이 무서웠다.

이렇게 몇 년에 걸쳐 내 연구실에는 먼지가 쌓여갔다. 연구도 완전히 중단되었다. 오직 가슴 졸이며, 그들이 죄어오는 그물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궁리했다.

학자로서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야비하고 더러운 그들의 음모에 끝없이 자신을 소모해야만 했다.

내가 겪은 일은 이미 두 권의 책으로 나왔다. ‘로스쿨 교수 실종사건’이라는 장편소설과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라는 일기체 형식의 수상록이다.

그리고 작년 4월과 5월에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공연되었다. 웹툰 작업이 진행 중이며, 영화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언젠가는 그들이 꾸민 무시무시한 음모의 전모가 드러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 말이 진실한 ‘사람소리’였다는 사실이 환하게 빛을 내기를 기대한다.

 

■ 신평 변호사 약력

사법연수원 13기 수료, 대한민국 법관(판사), 경북대학교 법과대학교수, 한국헌법학회장, 일본 최고재판소 외국재판관 연수원, 중국 런민(人民)대학 객좌교수, 앰네스티법률가위원회 위원장 등 역임

 

■ 주요저서

일본땅 일본바람 (세대, 1990)

한국의 언론법 (높이깊이, 2011)

헌법 재판법 (법문사,2011)

한국의 사법개혁 (높이깊이, 2013)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높이깊이, 2016)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새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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