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면에서 우수한 동양 체제는 보편적 가치를 보충해야 한다.

 

글: 한설(예비역 육군 준장, 국립순천대 초빙교수)

 

코로나19를 대처하는 양상이 중국과 서구권이 달라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인 중국은 일사분란하게 통제

서구권은 지방분권구조라서 대응이 여러형태로 갈려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응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일사분란하게 봉쇄로 맞섰는데, 미국은 두손 놓고 있다가 나중에 지방정부별로 대응하는 양상을 보였다. 자료출처: https://time.com/5810493/coronavirus-china-united-states-governments/

 

코로나19와 유럽역사의 한계

헤겔은 동양을 정체된 사회라고 규정했다. 동양의 전제주의가 역사적 발전을 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미성숙했다는 것이다.

헤겔이 동양을 보는 시각은 19세기적 유럽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당시 유럽은 봉건제와 절대주의 시대를 넘어 부르주아지 국가를 수립했던 때이다.

역사적 경로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유럽과 동양의 역사적 경로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동양의 역사는 오래전에 완성되었다.

특히 유교적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일수록 중앙집권적 통치제제를 형성했다. 헤겔은 이것을 보고 동양의 역사가 완성되었으며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아마 헤겔은 동양의 정치체제를 절대주의 국가의 정치체제와 비슷하게 보았거나 페르시아적 전제체제와 비슷하게 보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유교권의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는 페르시아의 전제정치나 유럽의 절대주의 시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한국 중국 베트남 처럼 유교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은 일찍부터 중앙집권화를 달성했으며 그 기반은 전문적인 관료체제였다.

물론 혈통과 가문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없었겠으나 관리의 등용문은 과거였다. 능력을 보고 관리를 선발했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서양은 동양과 유사한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를 수립해 본적이 없다.

로마이후 유럽의 역사는 국가가 수립되어 가는 과정이다. 봉건제의 기원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로마 말기에 중앙권력이 약해지면서 지방총독에게 통치권한을 위임한 것이라고 평가가 있다.

그 이후 1000년의 중세를 지나 근대로 지나면서 서구는 국민국가의 형성을 역사의 목표라고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의미에서의 국가라면 동양은 애시당초 2000년도 훌쩍 넘게 이미 달성한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피해가 많이 난 국가들의 공통적 특징은 한국, 중국, 베트남과 달리 충분할 정도로 정부가 중앙집권화된 통제체제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에서도 피해의 정도가 각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영미권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중앙집권화가 약하다.

일본의 피해가 많은 점을 그런 점에서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라틴 계열 국가의 피해가 많다. 그리고 독일을 중심으로 한 대륙국가들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유럽의 다른지역보다 비교적 피해가 적다.

이런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뭔가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제까지 우리는 중앙집권화된 통치문화를 마치 후진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동양의 중앙집권화는 유럽이 근대이후 지금까지 달성하기 위해 싸워온 역사의 목표인지도 모른다.

즉 앞으로 세계에서 미국과 유럽적 정치체제보다 동양적 통치체제가 훨씬 유용한지도 모른다. 문제는 중앙집권화의 경우, 필연적으로 따라 다니는 부정부패의 문제다.

그런 부정부패는 철저한 민주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이 견제하고 국민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권력이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런점에서 청와대의 대변인을 신문기자나 방송국 출신들이 담당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동양의 정치제도와 문화가 완전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 대응하는데는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후란시스 후쿠야마가 역사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금의 정치체제는 문제가 많으며 여전히 진보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 같다.

코로나19를 통해 영미와 유럽이 지닌 한계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대안은 오히려 동양적 정치체제가 아닌가 모르겠다.

물론 동양적 효율성이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 가장 문제는 보편적 가치다. 동양적 체제가 효율성이라는 점에서는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보장하고 추구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지금 중국이 경제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전세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보편성의 결여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그런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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