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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위정자들이 ‘생선 뒤집어 먹지 말라’를 실천하면 백성들이 살기 좋아질 것이다.
조효섭 | 승인 2019.10.10 19:29

글: 조효섭(자유기고가)

 

 

사람보다 짐승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사회

길 잃은 현대인, 고전 속에서 길 찾을 수 있어

생선 뒤집어 먹지 말라 속의 배려심을 찾아야

 

▲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 는 말이 유학자 집안에서 통상 전해오는 것으로 보인다. 의미를 파고들어가 보면 같이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배려심을 엿 볼 수 있다(편집인 주).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는 말씀을 어려서부터 이른바 밥상머리교육으로 듣고 자랐다. 학교에서 또 사회에서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할때에도 배운대로 생선은 뒤집어 먹지 않았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다며 오히려 이러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느낌이었다.

사실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는 말은 친가에서도 외가에서도 늘 듣던 터라 당연하게 알고 살았다.

친조부는 어릴 적에 돌아가셔서 거의 기억이 없지만 외조부에 대한 기억은 유년과 청소년 시기에 강하게 남아있다.

외가의 식사시간은 같은 방에서 이뤄지지만 어른과 식솔, 남과 녀는 겸상을 하지 않고 밥상을 따로따로 차렸다.

그러다보니 어른의 밥상에는 가장 좋은 반찬이 올려지기 마련이었다.

외조부는 늘상 큰외삼촌이나 나를 불러서 외조부의 밥상에서 함께 식사를 하곤하여 이종사촌형제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물론 형제들의 눈에는 외조부의 상에 올려진 맛있는 반찬이 부러웠겠지만 외조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지켜야할 식사례절이 어린 내게는 너무도 불편한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른과 식사를 할 때는 숟가락 젓가락을 쓰는 것도 조심스러워야 했고 소리를 내서도 말을 해서도 안되었으며 식사 속도도 어른에게 맞춰야 했다.

또 반찬별로 먹는 법이 다 정해져 있어서 함부로 먹을 수도 없었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귀한 생선이 밥상에 올라도 외조부는 절대로 혼자 드시지 않았다. 생선의 위쪽 부분을 몇 점 드시고는 식솔들 상으로 보내셨다. 다른 반찬도 맛있고 귀하면 그렇게 하셨다.

처음엔 그게 윗사람의 아랫사람에 대한 도리로만 알았지만 나중에 아버지께 그래야만 하는 까닭을 들었다. 물론 우리 집에서도 식사례절은 무척이나 엄했다.

대가족인 외가처럼 어른과 식솔, 남과 녀의 밥상을 따로 차리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와 함께 밥 먹는 시간은 또다른 훈육시간이었다.

빈궁한 살림 때문인가 싶었는데 부유한 외가의 식사례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이는 빈부와 무관한 거였다.

사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겨우 아버지 앞에서 책상다리자세로 앉을 수 있었다.

그 이전엔 아버지와 함께 밥상을 할 때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식사를 해야 했고 시력이 좋지 않아 쓰던 안경도 벗어야만 했다.

그러나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는 별다르게 말씀이 없으셨다. 열여섯살부터는 장정이므로 성인이니 알아서 처신하고 자기행동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을 뿐이다. 아무튼 부친께 들은 바에 의하면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는 말은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식어무반 물승노마(食魚無反 勿乘駑馬)'

생선은 뒤집어 먹지 말고 둔한 말은 타지 말라.

유래는 이랬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제(齊)나라 사람인 안자(晏子)에 얽힌 이야기에서 나온다. 중국에서 가장 훌륭한 재상으로 치는 사람이 바로 '관포지교(管鮑之交)'란 고사성어의 주인공인 관중(管仲)인데, 이에 못지않게 안자(晏子)를 높게 꼽는다.

두 사람 다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사기(史記)도 관안렬전(管晏列傳)에서 두 사람을 함께 다뤘다.

안자는 본명이 안영(晏嬰)으로 제나라 령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등 세 군주 아래서 재상을 지내며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충간과 직언을 올려 백성들에게 큰 신망을 받은 인물이다.

그의 이름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한 벌의 여우갖옷을 30년간 입었다는 안영호구(晏嬰狐裘), 마부의 안하무인을 고쳤다는 안어양양(晏御揚揚) 등이 유명하다.

후세사람들이 안자의 일화를 모아 문답식으로 엮은 안자춘추(晏子春秋)의 내편(內篇)에 빛나는 그의 지혜를 알게 해주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경공이 기(紀) 지역을 지나가다 금으로 된 항아리를 얻었는데, 그 속에 붉게 쓴 '식어무반 물승노마(食魚無反 勿乘駑馬)'란 글이 있었다.

경공은 이 말을 '생선은 비린내가 나니 뒤집지 말라' 는 뜻이고 '느린 말은 멀리 가지 못하니 타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안자는 이 말을 '무진민력호(毋盡民力乎 - 백성의 힘을 다할 때까지 부리지 말라)'와 '즉무치불초우측호(則無置不肖于側乎 - 불초한 자를 측근으로 등용하지 말라)'고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선을 뒤집어서까지 먹어치우면 백성의 고혈을 빠는 것과 같고 능력 없는 관료를 높은 자리에 앉히면 눈과 귀가 가려져 나라가 발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오랜 옛날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안자의 충언이지만 오늘날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노동개악안을 밀어붙여 백성의 고혈을 짜내고, 능력이 없는 외교부장관이나 도로공사사장처럼 지연과 측근을 낙하산인사로 임명해 요직에 앉혀 제멋대로 경영하게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는 "식어무반 물승노마(食魚無反 勿乘駑馬)"

대통령행사 자문위원과 같은 불초한 자를 측근에 등용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비단 문정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앞선 정권들이 모두 그러지 않은가 말이다.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는 "식어무반 물승노마(食魚無反 勿乘駑馬)"의 밥상머리교육도 안된 놈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여 백성들을 편안하게 할 리가 만무하다.

 

조효섭  muk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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