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제비원 성주맞이 굿은 우리 고유문화의 보고다.

글: 임재해(안동대학교 명예교수)

 

 

안동은 전국 성주풀이 본향

성주굿상을 차릴 때 산신상도 차림

성주맞이 굿하기 앞서 굿패가 굿을 침

칼과 소금으로 굿판을 정화시킴

오방기로 참석자들을 몸을 쓰다듬어

부정 걷어냄

성주신앙의 성지인 제비원 범바위 앞에서

성주맞이 굿을 하기 시작

 

▲조선개국4352.04.06. 경북 안동시 제비원에서 삼월삼짇날을 맞이하여 성주굿이 있었다. 송옥순 무당이 성주굿을 주관하고 있다. 서 있는 무당은 굿을 돕는 조무이다. 성주굿은 집에 거주하는 주신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집을 지을 때 성주굿을 한다(편집인 글).

안동 제비원은 성주신앙의 본향이다. “성주본향이 어드메나 경상도 안동땅 제비원이 본일레라” 하는 성주풀이가 전국적으로 전승되는 까닭에 안동은 성주신앙의 성지이다.

성주목으로 쓰는 소나무가 안동 제비원의 솔씨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성주의 본향으로 삼는다. 따라서 안동 제비원은 민족신앙의 유일한 성지로 밝혀져 있다.

그럼에도 성주신앙의 성지 제비원에는 성주신을 모시는 버젓한 신당도 없고, 현장을 찾아와 성주굿을 하는 이도 없다.

한국 전통신앙의 유일한 성지가 유명무실하여 문화적 존재감이 없다. 게다가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 신자들은 제각기 인도의 불교성지나 로마교황청, 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면서 제비원의 성주신앙 성지 순례는커녕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이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무녀 송옥순은 진작 성주풀이보존회를 만들고 성주풀이를 보급하며, 줄곧 성주굿을 해왔다.

성주신앙의 본향답게 성주굿의 전통을 이어가는 길을 모색하다가 작년 3월 삼짇날부터 해마다 성주신앙의 성지인 제비원 범바위 앞에서 성주맞이굿을 하기 시작하고, 제비원 굿터를 성지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의 굿터에 성주신을 모시는 신당과 굿당을 성주의 성지답게 우뚝하게 지어서 성주굿의 전통이 오롯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

▲송옥순 무당이 성주굿 중에 성주풀이를 하고 있다. 성주굿은 우리 고유문화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굿상에 꽃들이 꾸며져 있다. 종이 꽃인데 통상 신이 내리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 꽃은 <삼국유사>고조선기에 나오는 한웅천왕이 무리 3천을 이끌고 천부인 세개를 가지고 내려온 태백산정 신단수 변형으로 보인다(편집인 글).

오전 10시부터 굿터의 범바위에 금줄을 치고 굿상을 차리며 굿 준비를 한다. 당산에서 굿을 하는 까닭에 굿상을 성주상과 함께 산신상도 나란히 차린다.

굿상 준비가 끝나면 성주풀이보존회 회원들이 굿을 치면서 제비원 굿터로 올라온다. 무녀는 범바위 앞에 있는 당나무에 술을 뿌리고 축원을 하고 굿패를 맞이하러 길목까지 간다.

굿패들과 합세하여 굿터에 이르면, 한참 굿을 치다가 송옥순 무녀의 지휘에 따라 성주맞이굿이 시작된다. 제비원에서 성주굿을 하는 내력을 설명하는 소개의 말과 내빈들의 인사말이 끝나면 먼저 천지신명에게 고축을 하고 일동 큰절을 올린다. 고축이 끝나면 조무가 부정굿을 한다.

칼을 양손에 들고 굿상 주위를 돌며 부정을 치고 주무는 소금을 사방 뿌리며 부정을 물린다.

두 칼을 던져서 칼끝이 바깥으로 나가면 조무의 부정치기가 마무리된다. 주무는 오방기를 들고 굿상 주위를 정화하고, 일행에 다가가서 오방기로 몸을 쓰다듬으며 부정을 걷어내 준다.

부정굿에 이어서 서낭굿을 한다. 서낭문을 연다고도 하는데, 범우당 당산굿을 하는 것인데 굿터가 산인 까닭에 산신치성을 드리는 셈이다.

무녀가 ‘가정에 소원 없는 사람이 어디 있노? 각자 소원을 빌어요’ 하며, 회원들이 산신상 앞에 술을 올리고 절을 하며 소원을 빌도록 한다. 성주를 매기 위한 실감기를 하고 한지를 접어 만든 ‘성주’를 굿상에 차려둔 쌀단지의 홍두깨 위에 걸었다.

무녀가 산신굿을 하려다가 평탄하지 못한 굿터를 나무라며, “예전에 무당이 굿 못하면 마당이 찌우다(기울어졌다)고 한다더니, 여기 진짝 마당이 찌우네” 하고는 굿을 시작했다.

“작년에 여기서 성주굿을 처음할 때는 눈물이 핑 돌더니, 올해 두 번째 하이 마음에 흥이 나고 홀가분하다”는 소회도 밝혔다.

굿을 하며 무가를 부르다가, ‘산에 큰 나무를 함부로 베면 안된다. 재앙이 생긴다’고 하며, 그저께 산불이 크게 난 사실을 염두하여, ‘산신할아버지 제발 산불 좀 안 나게 해주소. 산신님 노여움을 푸시고 화마를 막아 주이소.’하고 빌었다.

‘인간이 잘난 것 같지만 자연을 함부로 하면 재앙이 닥치니 매사를 삼가야 한다’는 주의와 함께 산에서 하는 모든 일을 조심하도록 당부한다. 산신굿에 이어서 성주굿을 한다.

원래 대감굿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성주굿을 바로 한다고 하며, “집집마다 성주 없는 집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굿을 시작했다.

▲성주굿을 마치고 굿 주제자인 무당과 참석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참석자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편집인 글).

성주신은 대주신이자 목수신인데 비는 성주, 모시는 성주가 있다고 하면서 제비원에 와서 성주신을 모시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성주 자리를 못 잡으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성주풀이를 구송했다.

회원들도 성주풀이를 따라 불렀다. 말미에 성주굿이 안동문화의 최고가 되고 한국문화의 으뜸이 되어 세계문화가 되기를 빈다고 했다. 뒤풀이로 창부타령과 치야칭칭을 함께 불렀다.

굿상에 차려둔 시루떡 다섯 시루를 제각기 삼지창에 걸어 세우고 축원을 했다. 참여자들을 한 사람씩 불러 축원을 하고 떡시루가 서면 받아서 상에 다시 올려놓았다.

역학적으로 서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축원을 하고 빌면 우뚝 서는 것이 신기했다. 이어서 오방신장기를 흔들다가 감아서 뽑도록 했다.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뽑았는데 좋지 않은 깃발이 나오면 오방기로 몸을 쓰다듬으며 부정을 물리고 다시 뽑도록 했다.

그러면 흰색이나 빨간 깃발을 뽑아서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고풀이를 하고 무녀가 무복을 벗었다. 굿상을 거두고 모두 둘러앉아서 굿떡과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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