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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중도, 차라리 ‘광활’한 도시국가였다춘천중도 선사유적지는 3천년 넘게 도시문명을 구가한 인류의 보고다.
오종홍 기자 | 승인 2019.03.15 23:46

 

최보식, 가산팔아 춘천중도유적 살리기 투쟁,

이회영 일가 재산팔아 대일독립전쟁 보는 듯

공사중지가처분재판 막바지 총력대응다짐

춘천문화예술인들도 중도보존 그림전시투쟁

때아닌 눈보라 파괴되는 중도유적 뒤 덮어

 

▲조선개국4352.03.15. 춘천중도 태고유적 살리기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춘천지방법원에서 중도유적공사중지가처분신청 재판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최후의 일각까지, 최후의 일인까지 동아시아 최고 태고 중도유적 파괴하는 영국멀린회사, 국내 엘엘개발회사, 최문순 강원도와 싸워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단군조선시대를 아우르는 도시국가, 춘천중도 유적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영국 멀린 장난감회사와 국내 엘엘개발회사 그리고 강원도가 합작하여 ‘레고렌드’라는 영국 장난감 회사를 짓고 있다.

지금은 거의 복토공사가 끝났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고인돌 원형, 고인돌 무덤도 파괴됐다. 돌무지위에 뚜껑돌을 올려놓은 고인돌 48개는 다 걷어다가 다른 곳에 잡석처럼 쌓아 놨다.

물론 다른 곳에 그대로 복원한다지만 이미 원래 자리에서 걷어낸 것이라, 파괴된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원형을 뜯어내 버렸기 때문이다.

중도유적은 서기1990년대부터 발굴이 시작되면서 태고적 조상들 실체가 드러났다. 160개 넘는 고인돌이 확인되었다. 6만여 평에 달하는 주거지도 나왔다.

유물은 서기전 2천5백년경에서부터 고구려시대 귀거리까지 등장한다. 이것만 가지고 측정해 보더라도 시기는 단군조선 이전부터 고구려시대까지 이 지역이 도시국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춘천에서 춘천중도 보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오동철 선생의 증언에 따르면 도시국가가 확실하다. 약3천년에 걸쳐 도시국가가 이 지역에 단절 없이 이어져 온 것이다.

▲춘천 중도유적이다. 이미 복토가 끝난 상태로 보인다. 산악으로 둘러싸인 춘천시에 이렇게 넓은 평야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는 세계 인류역사상 극히 드문 경우다. 현장에 가보면 이를 부정하기 힘들다. 춘천은 강원도라 산악으로 둘러쳐 있고 산세도 험하다.

이런 곳에 마치 천혜를 받은 것처럼 판판한 땅이 아득히 펼쳐져 있다. 굴곡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지평선이 보인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넓다.

한쪽에서 맞은 편 쪽을 보면 아득히 멀다. 얼마나 쉼 없이 뛰어 가야 끝에 닿을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설레였다.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안됐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게 축구장을 기준으로 재보았다. 중도유적지는 약 32만평이다.

서울 상암동 축구장 면적이 7162제곱미터인데 이것을 평수로 계산하면 약2천 평이다. 축구장으로 계산해 볼 때 축구장 160개를 합쳐놓은 넓이다. 현장에 가보면 얼마나 넓은 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또 주변에는 넓은 강이 도도히 흐른다. ‘중도문명’의 젖줄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어느 종교단체 경전에서 나오듯이 ‘젓과 꿀이 흐르는 땅’이 거기에 있었다.

이런 땅에서 3천여년 동안 도시국가가 꽃 피웠다. 본격 개발되기 전까지 사람들이 집짓고 농사짓고 살았다. 옆에 있는 상중도에는 지금도 춘천주민들이 농사짓고 살고 있다.

▲춘천시 예술인들도 춘천중도유적 파괴만행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림과 조형물을 통해서 파괴아픔을 전하고 원상복구되길 소원하고 있다.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는 현재 중도유적지 파괴에 저항하는 춘천지역 화가들과 예술인들 그림과 풍자비판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서기1980년까지 중도유적지에 살고 있던 한 작가의 글이 가슴을 찌른다.

<작가노트>

1980’ 중도에는 우리 집이 있었다.

춘천 한 가운데 있던 섬 마을 중도

그곳에 우리 아버지께서 손수 심으셨던

은행나무와 배나무가 있었고

가을이면 국화꽃이 가득했던 집이 있었다.

밤마다 자매들이 재잘대던 소리가 들리던 집

앞마당에선 춘천 시대가 한눈에 들어왔던 집

마음이 지칠 때면 근화동 뱃터를 찾아 갈 수 없는

중도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그때, 그곳 중도엔 우리 집 은행나무가 반겨주곤 했다.

그러나 춘천대교가 놓인 지금의 중도엔

은행나무마저 자리에 없다.

2019. 이향미

이고, 지고, 둘러메고 업고 떠나는 주민들을 무채색 흐린 물감으로 그려놓은 그림에 슬픔이 밀려온다. 허물어진 집, 벽체, 버려진 인형, 중장비가 들어선 집, 중도 원주민의 쫓겨가는 심정을 아프게 새겨놓고 있다.

▲전시관에서 해설을 해주고 있는 오동철 선생. 그는 중도유적파괴문제로 여론이 크게 들끓는 초기에 실태를 알리는 투쟁을 했다.

오동철 선생은 파괴된 고인돌 48기 이외에는 그위에 모레를 덮고 다시 위에 마사토를 덮고 마지막으로 일반 흙으로 덮었다고 한다.

이 위에 장난감 회사와 호텔 기타 종합 위락시설을 짓는다고 한다. 호텔까지 짓는 것을 보면 이 유적은 이제 영영 우리역사에서 사라진다.

부드럽고 따듯하고 뽀얀 어머니, 중도대지위에 굉음소리 요란한 기계와 차디찬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박힐 것이다.

자기 조상의 무덤과 삶 터를 이렇게 파괴하는 짓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이 먹고 살만하면서 오히려 적극 모시고 떠받들며 세계에 자기 문화 우수성을 자랑한다. 또 국제연합 기구에 인류가 보전해야 할 중요한 유산으로 등록해 달라고 국력을 기울인다.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무지막지한 야만,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주변 국가를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중국은 홍산문화지를 세계인류문화유산으로 가꾸고 온 정성을 들여 보존하고 있다. 또 고급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세계이목을 집중시키고 중화족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있다. 국민통합은 물론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 춘천에는 중도유적지 뿐만아니라, 주변의 산어귀에서도 유물이 나왔다. 이날 전시된 것 중에는 위와 같이 그릇류들도 있었다. 공식발굴터가 아닌 전혀 다른 산 주변에서 우연히 줏은 물건들이다.

일본은 어떤가. 요시노가리(吉野ヶ里遺跡) 유적 같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개발로 사라질 뻔 했는데 주민들이 일치단결하여 선사시대 중요 유적으로 개발하여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여 일본문화 우수성을 널리 자랑하고 있다.

지금도 새롭게 캐서 가꾸고 있다. 일본의 원형, 뿌리를 복원해 알리고 있다. 복원은 물론 공원형태로 해 놔서 돌아보는 차량까지 운행하고 있다

물론 춘천중도유적보다 규모나 내용면에서 상대가 안 될 정도로 한참 뒤 떨어져 있다. 유물전시관에 가보면 빈약하다.

▲중도유적지에 놀이시설이 들어서면서 원주민들이 쫓겨가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허물어진 집, 방에는 어린애가 놓고간 인형이 떨어져 있다. 우측  하단에는 삽차가 땅을 퍼먹어 들어오고 있다.

중도유적 파괴는 다른 지역 보존 개발과도 어긋난다. 경주는 박근혜 정권시절 1천억 이상 들여 개발하여 관광상품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경남지역과 전남지역의 가야문화유적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 대통령의 가야역사발굴 소망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가재정이 투입되어 지금 한참 미 발굴된 지역을 까뒤집고 있다.

그런데 중도유적은 이런 곳 보다 시기 면에서나, 단일지역에서 나온 출토 유물과 그 가치면 에서나 상대가 안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럼에도 야만, 만행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까지 파괴하고 있다. 이 나라가 얼마나 중병에 걸려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쓰디쓴 사례다. 춘천경제를 살리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

같이 간 편경범 전 동북아역사재단 실장은 이 지역 토호들의 탐욕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비록 중도가 문화재보호지역으로 되어 있었지만 춘천시내보다 땅 값이 현저하게 싸고 사유지가 아니기 때문에 토호들의 먹잇감이 되었다고 풀었다.

낙후된 춘천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한나라당 도지사시절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강원도가 호응했고 박근혜 정권 들어 완성을 보았다.

야당 도지사가 되었어도 이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 최문순 도지사도 경제논리에 사로잡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시실 그림이다. 오른쪽은 유적 주인공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왼쪽은 이 평화로운 땅을 파괴하며 들어오는 현대 물신주의 중장비들이다.

추진과정에서 불법이 판쳐 참여한 관련자들이 처벌받기도 했다. 또 사업타당성을 맞추기 위해 자료조작까지 한 것이 밝혀졌다.

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치밀게 하는 것은 계약 내용이다.

영국 다국적 기업인 멀린 회사에게 1백년간 무상으로 사용권을 준다고 한다. 또 기반시설은 물론 놀이시설이 들어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강원도 재정으로 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2천억 원이 들어갔다. 영국 멀린사가 놀이시설을 짓는데 투자하는 금액은 3천억원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이 회사를 위해 투입한 재정이 2천억 원이라고 하지만 강원도가 정보공개 거부한 것을 보면 얼마나 투입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어쩌면 멀린 장난감 회사가 투자하는 금액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대략 나온 개관적인 정보만 보아도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어처구니없다. 단지 멀린회사가 갖고 있는 ‘레고렌드’라는 상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뿐이다. 유명상표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불평등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사태를 보면 서기19세기 아편전쟁으로 영국이 홍콩을 1백 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받아 막대한 부를 뜯어간 것이 떠오른다.

식민지 지배다. 토호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하여 춘천중도를 영국에 팔아먹었다는 말도 이상하지 않다. 현대판 이완용들이 춘천중도유적 개발 탈을 쓰고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잇권을 챙기고 있다.

▲같이 간 이찬구 박사가 맞은 편 유적지를 가리키고 있다. 아득히 멀다.

이날 오동철 선생은 놀이시설이 아니더라도 보존을 통해 오히려 경제 살리기가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적인 역사문화유적으로 얼마든지 개발하여 영국 스톤헨지 보다 더 유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수입만으로도 춘천경제는 날개를 달 것이라는 얘기다.

중도유적에 이미 세 번의 착공식을 통해 삼중으로 복토작업을 하고 있다. 중도유적 보존은 물 건너 간 듯하다.

그동안 뜻있는 시민사회단체에서 공사중지가처분신청 등 파괴저지투쟁을 벌여왔다. 여러 잡음이 있어왔지만 줄기차게 저지투쟁을 해오고 있다.

조선개국4352.03.15. 춘천지방법원서 공사중지가처분신청 재판이 있었다. 어느 때 보다 많은 시민들이 재판에 참석했다. 이날은 심리 마지막 날이었다. 시민단체 대표들이 공사중지 필요성을 역설하고 침해된 권리를 분명히 밝혔다.

저지투쟁 단체가 복수라서 오전에도 같은 재판이 있었다. 15시에 시작된 재판에는 정오철 대표가 채권자 대표로 나왔다.

합의부에서 심리했는데 심리는 이날로 마치고 오는 3월 27일 까지 새로운 사실이나 다시 재판 재개할 이유가 있으면 서면 제출하라고 했다.

▲이날 있은 공사중지가처분 재판을 알리는 게시판. 하단에 춘천중도공사중시가처분 재판 목록이 보인다. 201호 법정에서 3명의 판사들이 참여하는 합의부에서 심리했다.

재판을 마치고 법원건물 뒤에 있는 식당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판결이 불리하게 나올 것이라는 것이 지배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새롭게 참여한 김영숙 박사 주도하에 다시 법리와 판례, 증거를 보강하여 재판부 마음을 움직이자고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붙들고 마지막까지 집중하기로 했다. 또 재판 이후에도 다른 방법으로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바른 역사 단체는 물론 춘천중도유적보존에 함께하는 시민들을 모아 대규모 시위를 통해 저지시키자는 방안도 나왔다. 3.1만세봉기투쟁에서 실마리를 찾자고 했다.

한편 그동안 중도유적공사 저지에 가산까지 팔아 투쟁해온 인물이 있어 가슴을 저미게 했다. 최보식 선생이다.

그는 수년전부터 투쟁활동에 수억 원을 희사했다고 한다. 이제는 하는 사업도 잘 안되어 지원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춘천중도유적 가치는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준비서면은 이찬구 박사가 변호사에게 의뢰를 해 가져왔다.

▲재판이 끝나고 법원 건물 뒤에 있는 식당에서 이후 재판전략을 논의했다. 푸른색 잠바를 입은 이가 편경범 전 동북아역사재단 실장이다. 재판끝난 뒤 어떻게 다시 저지투쟁을 할 것인가 방법을 제안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가야역사문화유적 발굴보존은 대통령 한 마디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보다 몇 백배 가치 있는 춘천중도유적파괴는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자기 조상 무덤을 파헤치고 그 위에 제국주의 침략 이 빨을 드러내는 외국회사 놀이시설을 짓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천인공로할 일이다. 여기에 침묵하는 것은 동조하는 것이다.

돌아오는 저녁길에 함박눈이 쏟아졌다. 야만의 현장을 순백의 눈으로 덮어 버리기라도 하듯이.

▲복토공사작업에 이미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창고다. 현대건설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왼쪽에는 중도위락시설을 위해 놓은 새 다리가 보인다.

오종홍 기자  muk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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