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까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던 미국, 이 사건으로 사실상 국가 인정하다.

글: 이재봉(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은 서기1964년에도 헬기로 비무장지대 침범했다가,

북한군에 의해 격추된 바있다

이에 북한에 사과했으나 얼마 후에 다시 정보수집함정으로

북한 영해 도발에 나섰다가 다시 나포되고 결국 사과한다

세계제국 미국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미국 정보수집함 프에블로호가 북한 영해에 들어가 불법 정보활동을 벌였다. 이에 북한군이 출동하여 나포했다.  미군 승조원들이 선체에서 내려 포로 신분으로 원산항으로 붙잡혀 왔다. 

5. 미국의 꼼수와 굴욕 

미국은 북한과 판문점에서 거의 1년이나 지루하게 실랑이를 벌이다 속임수 한 가지를 생각해냈다. 북한이 만들어준 사과문에 대각선으로 승무원들을 돌려받는다는 문장을 집어넣고 바로 그 밑에 서명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주장하는 영해 침범과 불법 정탐 행위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승무원을 인수한다는 자체만 인정하겠다는 술수였다.

처음에는 미국의 의도를 몰라 그냥 넘어갈 듯하다 미국의 속셈을 뒤늦게 알아차린 북한 대표는 노발대발하며 사과문에 진정으로 서명할 용의가 있을 때 회의장에 나오라고 소리쳤다.

미국은 다시 꾀를 짜냈다. 사과문 끝에 승무원들을 인수한다는 문장을 집어넣고 서명하되, 서명하기 직전에 그 사과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정하는 성명을 발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4년 전에 써먹었던 수법과 비슷하다. 1964년 미군 헬기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영공에 들어갔다가 격추되었는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정탐하고 북한 영공에 불법으로 침입한 범죄를 인정하며 앞으로는 그런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보장한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다음날 이를 공개적으로 부인했던 적이 있다.

북한은 미국이 사과문에 공식적으로 서명한다면 말로 부인한다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싶어 이 옹색한 제안을 받아들인 것 같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지 정확하게 11개월 만인 1968년 12월 23일 미국은 다음과 같은 사과문에 서명하고 판문점을 통해 승무원 82명과 시체 1구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서명 직전 미국 대표는 "이 문건에 서명하는 유일한 이유는 인도적 견지에서 승무원들을 돌려받기 위해서이지, 북한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사과문 내용에 서명하는 것은 아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 앞: 

(중략) 미국 함선 푸에블로호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령해에 여러 차례 불법 침입하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중요한 군사적 및 국가적 기밀을 탐지하는 정탐 행위를 이 함정의 승무원들의 자백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 대표가 제시한 해당한 증거 문건들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이 미국 함선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령해에 침입하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엄중한 정탐 행위를 한 데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이에 엄숙히 사죄하며 앞으로 다시는 어떠한 미국 함선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령해에 침입하지 않도록 할 것을 확고히 담보하는 바입니다. (중략) 본 문건에 서명하는 동시에 하기인은 푸에블로호의 이전 승무원 82명과 시체 1구를 인수함을 인정합니다.

미합중국 정부를 대표하여 미 육군 소장 길버트 우드워드 1968년 12월 23일."

비록 미국이 진심으로 사과한 게 아니라는 성명을 발표하긴 했지만,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과문에 서명했다는 자체가 미국으로서는 끔찍한 치욕이었다. 게다가 함정과 거기에 설치된 비밀전자 장치는 끝내 되돌려받지 못했으니 그 때문에 암호 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 엄청난 손실도 당했다.  

미국은 그 때까지 어느 나라에든지 해안에서부터 3마일까지를 국제법상 영해로 인정하고 있었고, 설사 어느 선박이 다른 나라 영해를 침범하더라도 해당 국가는 그 선박에게 영해를 떠나도록 요구하는 게 국제법상 유일한 권리라고 주장해왔는데, 미국이 받들어온 국제법이 무너지게 되었으니 위신이 말이 아니었다.  

또한 1960년대 미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외정책을 세웠지만, 북한을 동등한 협상 상대로 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데다, 협상 과정에서 북한 대표로부터 '북한 (North Korea)'이라는 호칭 대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는 공식 호칭을 쓰도록 '심각한 경고'를 받고 이를 쓰지 않을 수 없었으니 북한을 제대로 인정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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