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시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한글학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천덕꾸러기로 추락한 한글학회 개혁시급...

서기1988년 허웅 체제 이후 한글학회 회장, 부회장, 이사를

‘평의원’이 선출해서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하다

이는 군사독재시절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이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 뽑는 것과 같다

박용규 한글학회 연구위원이자 고려대 한국사 연구소 교수 등 1인 시위에 나서다

미국영어에 의한 우리말 완전정복은 멀지 않았다

이는 우리정신을 잃고 미국 노예화, 식민지화 됨을 뜻한다

그러나 아무도 이 문제에 깨어있지도 않고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붉은 색 벽돌로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로 지어진 한글학회 건물. 서기 2018.02.05. 박용규 한글학회 연구위원인 고려대학교 한국사 연구소 교수가 학회회칙을 개정하라며 서울 광화문 인근 구세군 회관 옆에 위치한 한글학회 건물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기2018.02.05. 서울시 광화문 인근 구세군회관 옆 한글학회 건물 앞에서 한 사람이 체감온도 영하17도 혹한을 견디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한글학회 연구위원인 고려대학교 한국사 연구소 박용규 교수였다. 1시간씩 돌아가면서 시위를 한다고 했는데 10분도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냉기가 파고들었다. 해가 들지 않아 추위는 더욱 심했다. 얼굴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혹한이었다. 이 추위를 견디며 1인 시위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한글학회 회칙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재 한글학회 회칙이 박정희 유신시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회칙은 한글학회를 이끌어가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법이 군사독재체제와 같은 형태라는 것이다. 한글학회는 여느 조직처럼 정회원으로 운영된다. 일정 회비를 내는 정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정회원은 이 학회운영에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

박 교수는 회칙이 평의원제도를 두고 이들이 권한을 독점하여 이들이 회장, 부회장, 이사 등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고 분통을 터드렸다.

보통 법인이든 비법인 이든 일정한 형태를 갖춘 단체는 정회원으로 구성된 총회라는 것이 있다. 이 총회를 통해서 구성원 전원 의견을 수렴해서 단체를 운영한다. 이게 단체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다. 그런데 현재 한글학회는 이 기본이 전혀 작동되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인사들이 요식행위를 거쳐 독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학회운영 방식은 서기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웅 당시 이사장은 자기 인맥을 학회에 심었는데 영남지역 인사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때 회칙을 정회원 배제, 평의원 통한 운영진 구성을 골자로 개정하고자 당시 버스 3대를 동원했다고 고발했다. 이후 학회는 영남지역 출신인사들이 장악하고 자기들이 임명한 평의원을 통해서 회장, 부회장, 이사를 선출했다고 한다. 이 방식으로 학회를 운영해 왔다. 그들만의 학회로 추락시켜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학회 정회원이 되려면 언어학, 국어학 전공을 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학회회칙이 이렇다 보니 학회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일부인사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학술모임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허웅 체제가 들어서기 전에 학회활동과 구성원이 얼마나 다양했는지 설명했다. 이전에는 정회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한글관련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정회원으로 활동했는데 여기에는 학자는 물론 한글서예나 한글모양 설계 기술을 가진 사람, 법조인등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회의 역사도 추려 소개했다. 한글학회는 원래 대일항쟁기에 이미 설립되어 활발하게 활동했다. 서기1908년 주시경 선생이 국어연구회로 시작했고 이어 서기1931년에는 조선어학회로 바뀌었다. 해방 후 서기1949년에 지금처럼 외솔 최현배 주도로 한글학회로 자리매김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회는 대일항쟁기에는 일제의 한국어 말살정책에 맞서 우리말 독립투쟁을 벌였다. 지금까지 학회는 한국어 표준말을 만들었고 맞춤법 통일안을 내었으며 외래어 표기법 및 우리말 사전을 제작해 국민들의 국어생활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서기 2018.02.05. 박용규 한글학회 연구위원인 고려대학교 한국사 연구소 교수가 학회회칙을 개정하라며 서울 광화문 인근 구세군 회관 옆에 위치한 한글학회 건물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말과 글은 사실 그 공동체 구성원 정신을 지배한다. 정신은 생각에서 나오고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인간세상이다. 이 생각을 실현시켜주는 수단이 말과 글이다. 따라서 말과 글이 없거나 어그러지면 그 공동체 전체 운명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말과 글이 흥하면 공동체가 흥하고 망하면 공동체도 자연히 소멸될 수밖에 없는 이치가 그래서 나온다. 우리 혼을 지배하는 역사교육 못지않게 말과 글 교육도 공동체 존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어사대주의가 이러한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말이 영어에게 정복되는 속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길거리 간판은 거의 영어 철자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말 속에서도 5분의 1이 될 정도로 영어단어가 섞여 있다. 우리말 화 된 외래어가 아니다. 생 영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이미 무의식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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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생각 나는 것만 나열해도 이렇게 많이 나온다. 어떤 사람에게 '왜 영어로 간판을 다느냐'고 물어보았는데 '뽀대가 나지 않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단어를 섞어써야 앞서가고 뒤쳐지지 않는다는 무의식이 묻어난다. 반면에 우리말은 촌스럽고 창피하다는 경멸감이 스며있다. 해방 후 70년 이상 미국문화 일방통행 공습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조선총독부 치하 잔재인 일본어 쓰는 것에는 거부반응이 크다. 일본어라며 지적하고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미국영어지배는 저항감이 안드는 모양이다. 대화를 듣다 보면 마치 영어로 우리말 잡아먹기 누가 누가 잘하나 시합을 보는 듯 하다. 특히 연예인이 등장하는 희희락성 방송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프랑스 처럼 '국어강제사용법' 제정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곧 미국영어가 한국말을 정복할 날이 멀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이러한 전망을 이미 수년전에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말과 글은 그 민족 정신세계, 심성이 녹아 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도 모르게 영어 무분별한 오남용으로 미국화 되어가고 있다. 이는 미국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배를 뜻한다. 외국 많은 대학에서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한국어 전파가 되고 있다며 좋아라 하는 보도가 그래서 공허하고 씁슬하다.

이렇게 중요한 국민 말과 글 생활을 만들어온 단체가 한글학회라는 것이다. 이 단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단체가 지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보통 한 단체가 비정상으로 운영될 때는 거의 돈 문제와 관련 있다. 단체 재정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생기는 문제다. 현재 한글학회 건물은 지상만 5층으로 되어있다. 박정희 정권에서 당시 1억 원을 지원했고 이인 선생이 당시 3천만 원을 보태고 여기에 당시 국민들이 낸 성금 760만이 투입되어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현재 시가로 241억 원이라고 박 교수는 전했다. 또 1년 예산이 약 1억 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박 교수는 학회건물은 어느 개인이나 일부인사들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가 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분석해 본 결과 이 돈 때문에 일부 인사들이 독점하게 되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돈을 운영하는 인원이 의외로 적다면 문제일 수 도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1년에 두어 차례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정도가 활동이라고 밝혔다. 학술회의를 개최하는데 1억 원 가까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학회 상근 직원들 보수지급에 들어가는 돈도 있을 것이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돈 때문에 학회독점현상이 벌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교수가 제기한 회칙은 학회활동을 극도로 축소시키고 있다. 현재 한글학회 재단법인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고 한글학회에 재정지원을 한다고 한다. 이 재단은 다행히 문화체육관광부 통제를 받는다고 한다. 박 교수는 이날 비민주 회칙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1인 시위를 돌아가며 벌이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국민 생각을 결정하고 구체화 시키는 언어생활을 결정해 온 한글학회가 바른 소리에 귀 기울여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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