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은 이미 통일방안을 합의해 놓은 상태인데 누가 방해하는가.

 

자신의 운명을 외세에게 맡길 때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왜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자주국방을 하지 않아 소중화 조선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불러왔다. 또한 6.25전쟁을 불러 들였다. 임진왜란의 외국군 주둔이래 구한말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였고 지금은 미국군대가 72년 이상 대한민국 수도서울에 주둔하고 있다. 얼마 전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새로 문을 연 평택미군기지를 둘러보고 절규했다. 미군이 ‘황제주둔’ 하는 것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미군 사병은 모두 기지 내에 최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고위급 미국군관들은 독립된 관사가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고급 골프장과 최첨단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 미군 기지를 위해서 주변 교통망도 새롭게 개설되었다.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이 한국에 파병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한다. 거의 휴양지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군은 닭장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며 한국군 군관들은 1년이 멀다하고 이사 다니기 바쁘다. 모두 주인정신, 자주국방을 포기한 결과다. 며칠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보다 40배나 많은 국방비가 투입되는데 왜 현실은 북한에게 밀리냐며 국방관계자들을 질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방산비리를 전수 조사하라고 했다. 외세의존은 분단과 통일문제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분단과 통일에 대한 근대사를 보면 누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 지 보인다.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로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의 글을 싣는다(편집인 붙임).

 

북한은 중국 러시아에, 남한은 미국 일본에 붙어있는 한 분단지속, 통일 요원....

 

4. 북한의 통일정책과 김정은 정부의 병진노선

1) 북한의 통일정책

북한의 통일방안은 1960년의 ‘남북련방제’와 1973년의 ‘고려련방공화국’을 거쳐 1980년의 ‘고려민주련방공화국’ 창립 방안까지 한 마디로 연방제다. “북과 남에 있는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북과 남이 련합하여 하나의 련방국가를 형성”하자는 내용이다. 남과 북이 자신의 이념과 체제를 선호하고 유지하기 원하는 한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에 기초한 련방제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방도”라는 것이다.

1980년대 말부터 동독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이 붕괴되자, 김일성은 1991년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경계한 듯,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구에게 먹히우지 않는 원칙”으로 연방제를 추구하자고 했다. 초기엔 남과 북의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점차적으로 중앙정부의 기능을 높이자고 했는데, 중앙의 연방정부보다 지방정부가 더 큰 권한을 가진 초기 단계가 이른바 ‘낮은 단계의 연방제’다. 남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두 번째 단계인 국가연합과 비슷한 형태라 할 수 있다.

2) 김정은 정부의 병진 (竝進) 노선과 핵.미사일 개발

북한은 1990년대 초부터 큰 어려움에 처했다. 밖으로는 1980년대 말부터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1993-94년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강화하며 금세 폭격할 태세였다. 안으로는 나라를 세우고 반세기나 통치해온 김일성이 1994년 갑자기 죽고, 인민들이 굶어죽을 정도의 극심한 식량난을 겪게 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러한 나라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며 체제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앞세워 통치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과 함께 전개된 ‘선군 (先軍) 정치’다.

▲ 서기2017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7.4남북 공동성명 발표 46주년에 발사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자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3월 군사 건설과 경제 건설을 함께 발전시키겠다는 소위 ‘병진노선 (竝進路線)’을 채택했다. 핵무력을 중심으로 군사력을 건설함으로써 재래식 군비를 줄여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건설하며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군사를 앞세운다는 ‘선군 (先軍) 정치’에 경제를 앞세운다는 ‘선경 (先經) 정치’를 덧붙인 셈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2003년 4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적어도 예닐곱 번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2006년 10월 제1차, 2009년 5월 제2차,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에 성공했다. 2013년 4월 헌법을 수정 보완하면서 서문에 “김정일 동지께서는...우리 조국을...핵보유국, 무적의 군사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명시했다. 2016년 1월 제4차 핵실험에서는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2016년 9월 제5차 핵실험을 통해서는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했다.

또한 북한은 1998년 8월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시험 발사했다. 2006년 7월, 2009년 4월, 2012년 4월까지 4차례 실패하다 2012년 12월 5번 만에 성공했다. 북한은 2017년 1월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 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가 마감 단계”라고 밝힌 뒤 다양한 미사일을 쏘아 올리다, 2017년 7월 ‘대륙간 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도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국방과학원은 2017년 7월 4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위한 최종 관문인 대륙간 탄도로케트 <화성-14>형 시험발사의 단번 성공은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새로운 병진로선의 기치 따라 비상히 빠른 속도로 강화 발전된 주체 조선의 불패의 국력과 무진 막강한 자립적 국방공업의 위력에 대한 일대 시위이며 세기를 두고 강위력한 국방력을 갈망해온 우리 공화국의 력사에 특기할 대경사, 특대사변으로 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최강의 대륙간 탄도로케트를 보유한 당당한 핵강국으로서 미국의 핵전쟁 위협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믿음직하게 수호해나갈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7월 7일, “우리의 핵문제, 탄도로케트 문제는 철두철미 조미 사이의 문제이며 이번 대륙간 탄도로케트 (ICBM) 시험발사는 다른 그 어느 나라도 아닌 바로 미국에 보내는 선물보따리”라며, “우리가 미국의 심장부를 마음먹은 대로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과시됨으로써 미국은 감히 우리를 들이칠 엄두를 내기 힘들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우리가 적대 세력들의 끈질긴 압박과 제재 속에서도 새로운 병진노선의 기치를 높이 들고 강위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다져온 것이 가지는 세계사적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무기한 연기시켜버린 박근혜 정권 ⓒSBS

5. 합수 정신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자주와 반전반핵을 통한 평화통일’

합수 윤한봉 선생은 1970년대 유신 반대 민주화운동을 하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다. 1980년 5월 광주항쟁 주모자로 수배되자 1981년 미국으로 밀항해 1993년 귀국할 때까지 미국에서 한국의 민주화 및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운동을 전개했다. 그가 1989년 주도했던 <코리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평화대행진>엔 전 세계 70여개 진보정당과 단체를 포함해 300여명의 평화 운동가들이 동참했다. 이들이 미국과 한반도에서 행진하며 내세운 구호는 “코리아는 하나다,” “반전 반핵,” “미군 철수, 핵무기 철거,” “평화협정 체결” 등이었다. 한 마디로 ‘자주와 반전 반핵 그리고 평화협정을 통한 평화통일’을 외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두 거의 한 세대가 흐르도록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한국 진보세력의 과제로 남아 있다. 다음과 같다.

1) 자주에 대하여

합수 선생이 ‘미군 철수’를 외치며 강조한 자주 통일은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의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라는 3대 통일원칙 가운데 맨 먼저 나오는 조항이기도 하다.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주’는 북한에서는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지만 남한에서는 가장 꺼리는 사항이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1960년 4월 혁명 발발과 함께 남한 사회에 크게 확산됐던 중립화통일 논의가 1961년 5.16쿠데타 직후부터 지금까지 탄압 받거나 외면 당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립’이란 외세의 철수를 의미하고, 외세는 주한미군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남한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51번째 주 (the 51st state of the United States)”라는 조롱이나 경멸을 받을 만큼 비자주적이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12-15위를 자랑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예속적 또는 종속적이지 않은가. 남한이 주한미군으로부터 평시 작전통제권을 1994년 돌려받고, 전시 작전통제권은 2012년 되찾기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2015년으로 미루었고, 박근혜 정부는 무기한 연기했다.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국방장관을 비롯해 군부 일각에서는 북한을 ‘괴뢰 (傀儡)’라 부르는데, 작전통제권조차 갖지 못한 비자주적 남한 군부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주체와 자주를 앞세우며 자주외교와 자주국방을 실현해온 북한을 ‘괴뢰’라고 부르는 것처럼 가소로운 일이 있을까.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다음날 재미동포 초청 간담회에서는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며 “남북관계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후 “김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고 나는 보조하겠다”는 클린턴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7월 6일 독일 베를린 연설에서도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 통일과 관련해 당사자 남한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까지 미국의 양해나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물음을 던질 수도 있지만,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지닌 세계 제1의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이 한반도 분단과 한국전쟁에서부터 북핵문제까지 결정적 역할을 해온 현실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미공동성명에 “양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명시한 것은 자주성 회복 차원에서 크게 진전된 대목이다. ‘조속히’ 환수하기로 했으니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북의 ICBM발사 직후 G20 회의에서 더 분명해진 '한미일 對 북중러' 구도 ⓒ연합뉴스

그러나 남한이 자주적으로 또는 주도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데는 한계나 걸림돌이 있기 마련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과 독일 방문을 마치고 7월 11일 가진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실토한 점도 이를 보여준다.

첫째,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서다. 앞에서 얘기했듯,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가장 큰 대외정책 목표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해 세계 패권을 지키는 것이다. 북한을 빌미로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주한미군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부추겨온 게 아닌가. 미국이 싸드 배치를 강행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참고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자, 중국은 러시아와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결합된 한미일 공조 강화는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을 끌어들이도록 이끌고 있다. 2017년 7월 독일에서의 G20 정상회담에서 드러났듯, 냉전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남한+미국+일본의 남방 삼각 공조와 북한+중국+러시아의 북방 삼각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미국과 중국의 경쟁 관계와 미국과 북한의 적대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강해질수록 한중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고, 남북관계는 가까워지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게 쉽거나 가능할까.

둘째, 남한의 친일극우 세력은 ‘친미 반북’을 앞세우며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미국의 정책도 적극 지지하며 북한과의 화해협력은 극도로 거부한다. 분단 구조를 통해 기득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라는 ‘수단’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목표’보다 중시한다.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도 성조기를 흔들고,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싸드 배치를 지지하는 이유 아니겠는가(3부에서 계속).

글: 이재봉(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pbp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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