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버트 "나를 웨스터 민스터에 묻지 말고 한국에 묻어달라..."

 

우리 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외국인 헐버트...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헐버트....

 

우리나라 기독교는 미제 산이라고 할 만큼 미국 종파 교회가 압도적이다.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 한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들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지 쳐 나간 변종 기독교 종파들이 난립하고 있다. 문선명 통일교, 조용기 순복음교회, 이만희 신천지 등 이른바 기성종단으로부터 이단소리를 듣는 단체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기독교의 한 축인 가톨릭천주교 성당도 있지만 미국산 교회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서울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것은 미국산 교회 붉은 십자가가 대부분이다. 이 미국산 기독교 교회가 처음 우리나라에 상륙한 때는 불과 1백 5십년도 안 된다. 그 사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교회세상이라고 할 만큼 미국산 교회가 우리사회 곳곳을 장악하고 지배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인 중 특히 국회의원 중 미국산 교회 신도가 아닌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서울시를 기독교 신에게 바쳐야한다고 공공연히 외치고 다니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

이 미제산 기독교는 서기19세기말 서양제국주의 열강을 등에 업고 열혈 선교사들에 힘입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학교와 의료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당시 유교 성리학 일당 독재로 5백년간 백성을 포로로 잡고 있던 소중화 조선에 파고들었다. 이 시기 미국선교사 중에 헐버트(Homer B. Hulbert)라는 인물이 있다. 당시 수많은 미국 개신교회 선교사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헐버트를 주목하는 것은 그가 우리 근대사에 많은 족적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한국에 온 첫째 목적은 '기독교 한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모든 선교사들의 최종 목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가 한국 근대사에 남긴 흔적을 보면 단순히 선교사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그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얼마나 깊이 연구했는지 그 때 벌써 거북선 모형까지 만들어 홍보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는 서양인으로서 보기 드물게 우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역사와 문화 등을 통해서 꿰뚫고 있었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것을 간파했고, 아리랑의 위대함을 알고 노래로 만들었으며, 순 한글로 된 <사민필지>라는 세계역사지리서를 발간하여 당시 조선인을 깨우치고자 했다. 이외에 우리 풍습, 속담, 노래 등 우리나라 모든 것에 정통했다. 헐버트가 특히 주목한 것은 우리민족의 발명품들이다. 그는 금속활자, 거북선, 한글, 현수교, 폭발탄을 한국이 처음 발명한 것으로 보았다.

▲ 김동진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이 헐버트가 세상을 떠난지 68주년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헐버트야 말로 한국을 한국인 보다 더 사랑한, 애국자 중의 애국자라고 평가했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이 위대한 민족을 하루 빨리 근대화 시켜 일본과 서양제국주의 열강들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일본제국주의에게 나라를 강탈당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이에 헐버트는 독립투사로 변신한다. 일본으로 하여금 우리나라를 강탈하도록 허용하는 이른바 '카스라-태프트' 밀약 주인공인 당시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한국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또한 헤이그에 한국독립을 촉구하는 밀사파견을 주도했다. 이후 국내외를 돌아다니면서 일제의 만행과 한국독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런 그를 보면 선교하러 왔다가 한국 독립투사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노골적으로 대한독립투쟁을 벌이자 일제는 그를 미국으로 추방한다. 그가 얼마나 대한독립을 위해 투쟁했는지 그의 말을 보면 읽을 수 있다. 그는 “나는 죽을 때 까지 한국을 위해서 싸울 것이다(I will fight for Korean people until I die).” 라고 각오를 다질 정도였다. 그리고 해방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한국을 밟은 뒤에 한국 땅에 묻힌다. 지금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역 공원에 잠들어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그의 독립투쟁 공을 인정하여 서기1950.03.01. 건국공로훈장을 수여했다. 또한 서기2014.10.09.에는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이러한 헐버트 박사의 대한민국에 대한 공을 기려 해마다 추모식을 거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서기2017.08.11.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양화진외국인선교묘원 선교기념관에서 열렸다. ‘헐버트 박사 68주기 추모식’ 이름으로 거행되었다. 이날 행사에서 주최 측인 헐버트기념사업회(사) 김동진 회장은 헐버트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그가 대한민국의 진정한 애국자였다고 역설했다. 김동진 회장에 따르면 헐버트 박사는 애국심이라는 말을 미국에게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보편적인 개념으로 승화 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이 애국심을 한국독립에도 적용시켜 자신이 스스로 한국독립투쟁에 나섰다고 했다. 헐버트 박사가 말하는 애국심은 맹목적으로 자국 이기주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인간애, 인류공존을 위한 보편적 가치를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트 네퍼 주한미국 대사 대리가 인사말을 하고있다. 그는 헐버트의 한국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기려 한국과 미국의 우호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우리 사회에 애국심을 내세워 활동하는 단체나 개인을 보면 헐버트가 말하는 ‘올바른 애국심’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개인이나 단체의 이기적 욕심을 애국심으로 포장하여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라는 것이다. 이어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지금 헐버트 박사의 올바른 애국심을 돌아보아 우리 사회가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식사를 마쳤다.

이어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처청장, 박원순 서울시장, 박유철 광복회장이 대리인을 시켜 추모사를 낭독했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도 추모사를 했는데 헐버트의 업적을 기리면서 그가 미국인으로서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만큼, 요사이 북미 간에 핵문제로 시끄러운데 이럴 때 일수록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서 우호를 더욱 다지자고 했다.

인사말에서는 노웅래, 손혜원 국회의원이 참석하기로 했으나 사정이 생겨 못 왔다고 했다. 코마츠 아키오 일본 인간자연과학연구소 이사장도 지면을 통해서 추모식에 기고문을 보내 왔다. 그는 안중근 의사의 활약과 헐버트 박사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면서 일본제국주의 행적을 고발하고 일제의 한국 침략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 일제의 만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이날 인사말에는 박홍섭 마포구청장도 참여했다.

이날 추모식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불거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 시진핑이 지난 4월에 미국 트럼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이 틀렸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는 것이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 회장 명의로 트럼프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한 것이다. ‘왜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는지’ 헐버트가 연구한 우리나라 역사연구서를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헐버트 박사가 서기1900.에 아시아 왕립학회 한국지부에서 발행한 <Transactions>지에 기고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유물>이라는 기고문에서 헐버트 박사가 ‘유사 이래 한국 어느 왕조도 중국 간섭으로 건국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헐버트 박사는 이외에 ‘한국 문화나 풍물은 고유하고도 토착적이며 중국과 닮은 것은 예외일 뿐’ 이라는 탁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기념사업회 김동진 이사장은 이 같은 자료를 근거로 시진핑의 발언이 역사왜곡이라고 트럼프에게 분명히 했다. 이 서한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거쳐 미국 국무부에게 전달하겠다는 답변을 미 대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역공원에 있는 헐버트박사의 묘. 그는 "한국인들을 위해서 죽을 때 까지 싸우겠다." 라는 말로 대한독립투지를 불태웠다. 국내외를 오가면서 강연과 저술 그리고 청원과 탄원을 통해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조선독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행사에는 행사장에 차려진 수백석이 모두 차고 문 밖에까지 시민들로 가득 찼다. 땀이 흐르는 푹푹 찌는 날씨인데도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몰려든 것에 주최 측에서는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행사가 끝나고 주최 측에서는 점심도시락을 제공했다. 기념사업회에서는 헐버트 박사가 우리나라에 기여 한 것에 비해 너무 안 알려져 있다며 향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일환으로 기념사업회에서는 올해에는 헐버트 박사의 행적을 담은 책, <헐버트 조선의 혼을 깨우다>를 읽고 쓴 감상문을 모집하여 수상자에게는 푸짐한 상금을 지급한다. 자세한 것은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다(02-3142-1949).

 

저작권자 © 코리아 히스토리 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