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덕수궁 주변

1910년 전후에 찍은 덕수궁 주변의 사진입니다. 중앙에 중화전이 보이고 그 뒤로는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과 그 뒤쪽의 흰색 지붕이 돈덕전입니다. 돈덕전은 석조전이 지어지면서 바로 헐리게 됩니다. 중화전 앞에 중화문이 있고 그 전면에 또 다른 서양식 건물이 바짝 서 있습니다. 우측에는 대한문도 보입니다.

왼쪽 상부에는 흰색 첨탑이 있는 러시아 공사관이 보이고, 그 아래쪽에 미국 대사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의 눈길은 자꾸 상부의 훵~한 나대지로 향합니다. 그곳은 바로 경희궁이 있던 곳입니다. 반갑게도 경희궁 정문인 홍화문이 홀로 서 있네요.

일제는 한일병합이 체결되자 통감부를 총독부로 확대 개편하고 경복궁 앞뜰에 총독부 청사를 건축합니다. 이때부터 남산 밑에서 모여 살던 일본인들이 대거 경복궁 주변으로 모여 드는데 일본인 집단 거류지가 필요하게 되자 경희궁을 사진과 같이 철저하게 밀어내고 그 흔적마저 지우려는 듯 그들의 거주지로 개발하게 됩니다. 힘이 없던 대한제국의 위상을 보는 듯 합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진입니다. 최근에는 바로 그 자리에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습니다.

일제는 그들의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 마저 밀어내고 경성중학교를 세웁니다. 이 학교는 해방후에 서울고등학교로 개명하고 약 40여년간 명문학교로서 그 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일제의 악랄한 식민지 정책으로 우리 궁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에 비분강개 하게 되지만 해방후 경희궁의 운명은 더욱 비참해집니다. (계속)

 

글,사진 홍철의(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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