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시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필요한가...

대한민국을 해체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나키스트(anarchist)'로 구성된 국가는?

 

“이게 국가냐!” 박근혜-최순실의 망국난동으로 촉발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벌써 여섯 번째 광화문 민중봉기 촛불이 전국적으로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박근혜는 당장 퇴진하고 구속’하라는 수백만의 함성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과 전국을 뒤 흔들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박근혜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속 ‘담화’만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담화’는 죄를 인정하기는커녕 ‘내가 무슨 잘못을 했냐’는 투로 일관하고 지리멸렬한 야권 분열을 획책하며 정권연장을 노리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반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형식을 취해 반기문 총장을 영웅으로 만들어 그를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시킨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그리고 박근혜대통령은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얘기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5공 군사정권 때 ‘6.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마치 자신이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처럼 함으로써 자신을 민주투사로 각인시키고,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연다고 호도하여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 대일항쟁기 한국의 아나키스트로 알려진 인물들. 우당 이회영을 주제로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바 있다. 그러나 아나키즘의 본질적인 뜻 보다는 허무주의적인 흐름으로 이어져 졌다는 평론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서기2016.12.3. 서울 종로 국민문화연구소에서 열린 아나키즘 학술대회에 걸린 한국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들이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의 이정규 선생은 본 학술대회가 열린 건물을 아나키즘 모임공간으로 써달라고 기증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기2016.12.03 서울 종로의 국민문화연구소에서 ‘국가와 아나키즘’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아나키즘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정정부주의’라는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아나키즘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정부주의’와는 많이 다르다. ‘아나키’는 프랑스 말로써 ‘선장이 없는 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한다. 배에 선장이 없다고 해서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 아니다. 보통 배의 주인은 선장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선장이 없는 배는 주인 없는 것이 아니라 선원 모두가 배의 주인이라는 것이 아나키즘이 추구하는 이상이라는 것이다. 망망대해에 배에 선장은 없다고 하더라도 선원 모두가 주인이므으로 배는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 아니라 선원 모두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목적지를 향하여 항해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나키즘의 이상이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서구의 산업혁명이후 세계는 빠르게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지금과 같은 국가체제로 변모해 간다. 산업혁명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서양의 제국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가는 법과 제도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일상화한다. 이에 따라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은 국가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써 권력자의 지배대상이고 충성스런 노예로 전락했다. 국가의 부속품이 되어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히고 인간의 개성은 물론 존엄성은 허울 좋은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국가주의를 탄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오늘날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로 대표되는 기독교이다. 기독교는 일정한 정치이념을 달성하기 위해 취사선택된 오늘날의 단권화된 ‘바이블’에도 나와 있지 않는 국가주의를 고착시켜 국가를 신성시하고 국가 지상주의를 지속시키고 있다.

▲ 첫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민대홍 목사는 이날 함석헌의 아나키즘요소를 언급하면서 함석헌이 노.장사상은 물론 인도의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 등을 두루 섭렵했다고 했다. 또한 퀘이커 교도가 되어 공동체 정신을 체득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인도 간디의 비폭력 평화운동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국가주의 이념에 맞게 ‘바이블’이 도구화한 것은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만들면서다. 국가는 ‘바이블’에서 얘기하는 기독교의 신의 뜻으로 탄생된 것이니 국가의 뜻은 곧 기독교 신의 뜻임으로 국민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국가를 대표하는 황제나 왕 또는 신앙공동체의 성당, 교회의 신부나 목사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국 교회사회의 타락과 부패와 부조리에 환멸을 느끼고 인디언 대륙으로 탈출하여 인디언을 학살, 멸종시키고 미국을 건설한 세력이 이른바 청교도로 알려진 무리들이다. 영국의 잘못을 반성하고 ‘바이블’에 따라 이상적인 ‘야훼’신정국가를 건설하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그러나 이들도 결국 오늘과 같이 폭력이 난무하는 국가주의를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영국에서 기득권세력 밑에서 신음하던 비주류, 하류인생들이 영국에서 차지하지 못한 기득권 욕망을 인디언 대륙에 이룩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인디언 대륙은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 줄 수 있는 신천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국가 폭력에 대항하고 폭력 없는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가운데 탄생한 것이 아나키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학술대회는 이러한 국가주의와 국가의 폭력성을 전제로 깔고 진행되었다. 폭력을 일상적으로 행사하는 국가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가 화두였다. 폭력으로 대응하여 물리칠 것이냐, 비폭력으로 대응할 것이냐, 그리고 국가는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폭력적인 국가가 아닌 아나키스트로 구성된 국가가 가능하냐는 논의의 장이기도 했다. 이 날 학술대회는 총 4명의 발표자가 주제발표를 했다. 발표는 ‘함석헌과 아나키즘’으로 민대홍 목사가, ‘아나키즘과 국가주의’로 박규환 교수가, ‘톨스토이 문학과 아나키즘’으로 천정근 목사가, ‘석주 이상룡의 국가건설론과 아나키즘’으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맡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한국기독교역사문화학회 간사인 민대홍 목사는 함석헌의 글과 활동 속에서 아나키즘을 발견하려고 했다. 민 목사는 안병무가 나라 國(국)자를 분석하여 국가는 결국 폭력으로 판도를 설정하고 통치하는 것으로 본 폭력기관설을 소개하면서 국가의 본질은 폭력이라고 했다. 나라 국자를 보면 작은 네모는 국민이고 그 아래 ‘ㅡ’은 땅이고 戈(과)는 무기이고 큰 네모는 국경선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16반란도 결국 폭력을 기반으로 정권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함석헌은 이후 민주화 투쟁에 투신했다고 했다.

함석헌은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을 씨알로 보았는데 그 궁극적인 의미는 아나키스트와 통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바탕을 찾아 평등과 자유, 평화를 추구하는 주체적인 인간상과도 같다. 이러한 씨알들이 국가의 폭력에는 비폭력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응을 하라는 것이 함석헌의 정신이라고 했다. 이러한 비폭력정신은 기독교 바이블에서 나왔다고 했다. 예수의 비폭력저항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는 함석헌 자신이 기독교인이었다는 것에 기인한다.

▲ '아나키즘과 국가주의' 로 주제발표에 나선 박규환 교수는 국가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는 폭력적 지배를 정당화하는 기구로써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그래서 인지 박 교수 자신은 국가의 구성원임을 표징하는 주민등록증을 안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신분 증명을 요할 때는 운전면허증을 사용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어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케이씨(KC)대학교 박규환 교수는 현존하는 국가체제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우리는 국가의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꼭 존재해야 되는지 그 자체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천안함침몰과 세월호 참사 그리고 수많은 인재에 속수무책으로 대응하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국민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의식해서인지, 국가는 본디 불의하다고 평가했다.

폭력을 행사하고 지배를 관철하는 데는 유능하지만, 생명을 사랑하고 살리는 데는 한없이 무능하다고 보았다. 이는 피지배 대중에게는 철저히 무책임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기독교역사에서 나타나는 국가주의를 조명하면서 ‘성경’에는 국가를 거부하고 있는데 지배자들이 ‘성경’을 이용해 국가를 옹호하고 신성시하여 국민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초기독교인의 삶을 배워서 국가를 뛰어 넘는 담론을 하자고 했다.

▲ 이문창 선생이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학술대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문창 선생은 살아있는 아나키스트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에 아나키스트로 활동했고, 동시에 광복투쟁도 병행했다고 했다. 행방공간에서 아직 탈출하지 못한 악질 일본 관리를 처단한 경험도 있다고 했다.

이 날 학술대회에는 한국아나키스트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 이문창 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이문창 회장은 대일항쟁기 아나키스트 활동을 직접 한 살아있는 아나키스트다. 곧 90세가 되는 이 회장은 해방 후 철수하지 못한 일제관리를 처단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2부에서 계속).

저작권자 © 코리아 히스토리 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